미중 관세 유예 합의에 컨테이너 확보 전쟁 예고
15일 업계에 따르면 수출기업들은 최근 몇 년간 겪어온 물류난의 기억이 되살아날까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해운사들의 선복 공급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수요 증가가 운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현재 글로벌 선사들이 선복을 줄여놓은 상태인데, 이번 관세 유예 기간 중 물량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발 수요가 살아나면서 운임이 슬금슬금 오르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이미 일부 선사들은 예상 운임을 인상했고, 일부는 실제로 가격을 올려 공지한 상태로 알고 있다"며 "지금보다는 높은 수준의 운임이 형성될 가능성도 적잖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코로나19 당시처럼 한국 수출기업들이 다시 한 번 '패싱' 당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중국발 물량이 폭증할 경우, 과거처럼 글로벌 선사들이 운임이 높은 중국 화물 위주로 선복을 배정하면서 한국 화주는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며 "특히 협상력이 약한 중소기업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게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글로벌 선사들은 운임이 높은 중국 항구에서 선복을 가득 채운 뒤 한국 부산항을 건너뛰고 곧바로 미국으로 항해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이로 인해 국내 화주들이 사전에 확보한 계약 운송조차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 당시 HMM은 임시 선박을 긴급 투입해 중소 수출기업들의 물류 공백을 일부 메우며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HMM 관계자는 "코로나19 당시 중소기업 위기 극복 지원 상황 이후 현재까지도 중소기업에 선복을 우선 배정하는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봉걸 한국무역협회 물류서비스실장은 "지난해 물류난으로 어려움을 겪은 중소 수출기업들의 상황이 더 심해지지는 않겠지만 충분히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며 "이미 선사들 쪽에서 예상 가격을 다 인상해 공제하는 상황이 포착되고 있어 향후 상황을 지속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1300선에서 횡보하는 가운데, 업계에선 당분간 컨테이너선 시황의 단기 변동성이 심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양호연기자 hy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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