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조기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대선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내홍에 휩싸였다. 당 지도부를 비롯한 주류 인사들의 압박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6일 "두 번씩이나 대통령을 지키지 못한 당에서 이제는 대선 후보까지 끌어내리려 한다"며 모든 일정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김 후보는 이날 대구 지방 유세 도중 기자들과 만나 "당이 대선 후보 지원을 계속해서 거부하고 있다"며 "후보로서 일정을 지금 시점부터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전날 국민의힘 지도부가 오는 8~9일 전국위원회, 오는 10~11일 전당대회 소집 공고를 낸 것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당이) 기습적으로 전국위원회와 전당대회를 소집했다"며 "이는 당 지도부가 정당한 대통령 후보인 저를 강제로 끌어내리려는 시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럴 거면 경선은 왜 세 차례나 했는지 모르겠다"며 "서울로 올라가서 남은 여러 가지 현안 문제에 대해 깊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당초 김 후보는 이날부터 1박 2일로 대구·경북(TK) 지역 방문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중단한 뒤 돌연 서울로 떠난 것이다.
김 후보 측은 지난 3일 전당대회에서 당 최종 후보로 선출된 이후 당무우선권을 앞세워 한덕수 무소속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속도 조절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에 당내에서 김 후보가 단일화를 하려고 하지 않는 것 아니냐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날인 5일 선수별로 성명을 발표하고 의원총회에서 김 후보를 성토하며 한 후보와의 단일화를 강하게 압박했다.
특히 김 후보와 국민의힘 지도부는 단일화 시기를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이양수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대선 후보 단일화를 논의할 첫 회의를 개최하려고 했으나 김 후보 측에서 참석을 거절하면서 무산됐다고 밝혔다. 당초 국민의힘 지도부는 1차 단일화 시한을 선거 공보물을 발주하는 7일로 정하고 김 후보 측에 결단을 촉구해 왔다.
김 후보는 단일화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만 국민의힘 경선에서 최종 승리한 후보로서 단일화 주도권은 본인에게 있다는 점을 확실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는 "국민의힘 후보로서 대선 승리를 위한 비전을 알리는 데 온 힘을 쏟았다"며 "단일화에 대한 일관된 의지도 강하게 보여드렸고 지금 또 단일화에 대해서 한결같은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단일화를 압박하는 국민의힘 지도부의 행동이 김 후보 측에 강한 불쾌감을 주며 갈등은 격화하는 모양새다. 이 사무총장은 전당대회 소집 공고는 단일화 과정 속에서 여러 가지 경우의 수에 대비한 행정적 절차일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김 후보 측은 사실상 후보 교체를 위한 과정이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양측 간 감정의 골은 갈수록 깊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김 후보를 겨냥해 "스스로 한 단일화에 대한 확실한 약속, 한 후보를 먼저 찾겠다는 약속을 믿고 우리 당원과 국민은 김 후보를 선택했다"며 "이제 와서 그런 신의를 무너뜨린다면 당원과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고, 국민도 더 이상 우리 당과 우리 후보를 믿지 않게 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은 7일 6·3 조기대선과 관련해 전 당원을 대상으로 '후보 단일화 찬반' 여론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김 후보 측은 이날 오전 낸 입장문에서 "국민의힘은 민주적 절차에 따라 여러 차례 치열한 경선을 진행했고 그 결과 김문수가 당원과 국민의 뜻에 따라 정당한 당 후보로 선출됐다"고 분명히 했다. 이어 "당에서 단일화 과정을 어렵게 만드는 상황이 계속 발생하는 사실, 의구심을 짙게 하는 당의 조치들 때문에 단일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강조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6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장인 경북 경주시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초선·재선 대표인 김대식, 엄태영 의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