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 부문 경쟁력 확보를 위해 5세대 HBM인 'HBM3E'의 판매 확대와 함께 6세대 HBM4의 고객사 확보로 실적 회복에 나선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의 경우 하반기에도 적자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수요 회복에 따른 신규 고객사 확보로 반등 포석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30일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주요 고객사에 HBM3E 개선제품의 샘플 공급을 완료해 2분기부터 점진적인 판매 증가를 예상한다"며 "HBM 판매량은 1분기에 저점을 찍은 후 분기별 계단식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HBM4는 고객사 과제 일정에 맞춰 기존 계획대로,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라며 "커스텀(맞춤형) HBM도 HBM4·HBM4E 기반으로 복수의 고객과 협의 중이다. HBM4 일부 과제는 스탠다드(일반) HBM4 더불어 내년부터 매출에 기여할 것으로 투자를 지속 집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은 올 1분기 매출 25조1000억원, 영업이익은 1조1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6.6%, 62.1% 각각 감소했다. 이 중 메모리 매출은 19조1000억원으로 17.0% 줄었다. 서버용 D램 판매 확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로 인한 HBM의 판매 감소가 배경이다.
삼성전자는 아직 전 세계 대부분의 HBM 물량(수요)을 차지하는 엔비디아에 HBM3E를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요구에 맞춰 성능을 극대화한 HBM3E 개선 제품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정책은 하반기 전망을 불확실하게 만드는 요소로 꼽힌다. 특히 2분기 본격화 된 관세 정책을 앞두고 1분기에 수요가 몰리면서, 하반기 수요가 제한적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 부사장은 이날 AI의 견조한 수요와 함께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로 고조된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으로 서버뿐 아니라 PC·모바일 수요도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올 초 딥시크의 관심이 고조된 이후 서버뿐 아니라 PC, 스마트폰 등 엣지 제품에서도 AI 기능 활용을 위한 여러 시도가 전망된다"며 "플래그십 세그먼트에서 AI 경쟁이 심화하면서 LPDDR5X(7세대 저전력 D램) 제품의 고용량화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하반기 이후 스탠다드 제품의 전력 효율성과 성능 개선을 위한 LPW(저지연광폭입출력) D램, LP-PIM(저전력-프로세싱인메모리) 등 다양한 형태의 제품에 대한 논의도 전개하고 있다"며 "생성형 AI가 서버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는 시장으로의 전환에 대응하기 위해 차별화된 제품을 적기 개발해 새로운 기회를 선도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파운드리 사업의 경우 1분기에도 수익성 부진이 이어진 가운데, 하반기에도 녹록지 못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노미정 파운드리사업부 상무는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 모바일·PC 수요가 정체되면서 주요 고객사의 수요 부진으로 가동률이 하락, 고정비 부담으로 연결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며 "하반기엔 거시경제 환경의 불확실성 존재하지만 점진적 수요 회복을 바탕으로 가동률 개선되면서 적자폭이 축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단 노드에서는 안정적인 양산으로 고객사 신뢰를 높이고 신규 수주 확대에 적극 나설 것"이라며 "기술 측면에서는 2나노 1세대 공정의 신뢰성 평가를 완료해 2분기 양산 초입을 시작할 계획이다. 동시에 2나노 2세대와 4나노 성능 최적화 공정은 고객사 설계를 지원할 기술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