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부터 토털리턴(Total Return, TR)형 해외주식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이 불가능해진 가운데, 동일한 수익구조를 가진 상장지수증권(ETN)이 대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최대 20년의 만기가 존재하고, 퇴직연금을 통한 투자가 불가능하다는 단점에도 높은 수익률과 복리 및 세금이연 효과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어 투자자들의 선택이 늘어날 수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된 405개 ETN 중 해외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TR형 상품은 37개(레버리지·인버스 포함)로 집계됐다. 해외주식형 ETN(97개) 중 3분의 1 이상이 TR형으로 설계됐다.
TR은 상품이 추종하는 기초자산에서 나오는 분배금을 재투자 재원으로 사용하는 전략이다. 배당금을 자동으로 재투자해 복리 효과를 얻을 수 있고, 매도 전까지 배당소득세를 내지 않아 세금이연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조세당국은 TR형 ETF의 이 같은 세금이연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매년 이자와 배당이 2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종합과세를 내야 하는데, 이를 분배하지 않고 그대로 재투자하는 것이 수익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하는 대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물 증권을 보유하는 ETF와 달리 TR형 ETN은 분배금을 재원으로 활용해 재투자하는 것을 가정해 증권사가 수익을 보증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기획재정부 한 관계자는 "ETN은 TR형 기초지수에 따라 수익률이 정해지는 것은 맞지만, 실물을 백업하지 않고 증권사가 해당 지수의 수익률을 그대로 지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이번 과세 변경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TF는 자산운용사가 특정 기초지수를 추종해 해당 주식을 담은 펀드를 거래소에 상장시켜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상품이고, ETN은 증권사가 기초지수의 변동과 수익률을 연동시킨 파생결합증권이다. 상품 구조는 다르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손쉽게 분산 투자할 수 있고, 주식처럼 실시간 환금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사실상 동일한 상품으로 본다.
만약 상장폐지될 경우 ETF는 원금이 보존되는 것과 달리 ETN은 발행사의 부도나 파산 등이 발생하면 원금이 모두 사라질 수 있지만, 현재 금융당국이 ETN 발행 증권사에 대한 엄격한 요건을 적용하고 있어 신용위험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해외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TR형 ETN을 발행한 증권사는 KB증권,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5곳 뿐이다.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ETF와 ETN의 수익률을 비교해 보면 오히려 ETN의 성과가 더 높은 상품도 있다.
동일하게 '나스닥100 TR 지수'를 추종하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나스닥100 ETF'와 삼성증권의 '나스닥100 ETN'의 최근 6개월 성과는 각각 20.69%로 같았지만, 최근 과세제도 변경에 따라 ETF는 분배금을 재투자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면서 수익률 차이가 발생했다. 실제로 지난달 TR형을 분기 배당으로 전환한 ETF 상품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3.89%, TR이 그대로 유지된 ETN은 4.30%로 차이를 보였다.
역시 동일한 S&P500 TR 지수를 추종하는 'Kodex 미국 S&P500 ETF'와 '삼성 S&P500 ETN'의 1개월 성과는 각각 1.84%, 1.95%로 차이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수익률 극대화를 노린 TR형 ETF 투자 수요를 ETN이 흡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TR형 해외주식 ETF의 순자산 총액은 6조원이 넘는다.
퇴직연금과 ISA 계좌에서 모두 투자할 수 있는 ETF와 달리 ISA에서만 투자가 가능하고, 최대 20년 만기가 정해져 있어 효과가 줄어들 수 있지만 TR형의 최대 장점인 수익률과 과세이연 효과만 고려하면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ETF보다 늦게 시장에 등장해 ETN의 장점이 아직 투자자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금에 예민한 투자자라면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한 선택지"라며 "만약 현재 종목이 제한된 퇴직연금 ETN 투자 규제까지 완화된다면, 수요도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