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10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1만8307가구로 전월(1만7262가구) 대비 6.1% 증가했다. 이는 2020년 7월 1만8560가구 이후 4년 3개월 만에 최대치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작년 11월 기준 총 1만8644채로 2020년 7월 이후 4년 4개월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그간 지방에서는 미분양 사태가 빈번히 발생했지만, 최근 들어 수도권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롯데건설이 인천 계양에 공급하는 '계양롯데캐슬파크시티'의 경우 일부 주택형에서 계약금을 기존 10%에서 5%로 낮춘 조건을 제시하며 입주자를 찾고 있다. 이는 작년 초 입주자 모집 당시보다 완화된 조건으로, 수요자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경기도 오산에서 분양 중인 '힐스테이트 오산더클래스'의 입주자를 모집 중이다. 이 단지는 초기 계약금으로 전체 금액의 5%만 받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후 추가 납부는 입주 전까지 유예해 자금 부담을 대폭 줄였다.
DL건설은 지난달 말 인천 중구에서 분양을 시작한 'e편한세상 동인천 베이프런트' 단지에 초기 계약금 5%, 중도금 무이자 대출과 발코니 확장 무료 혜택 등 파격 조건을 내걸며 수요자 모집에 나섰다.
서울도 예외는 아니었다. 포스코이앤씨는 작년 공급을 시작한 서울 중랑구 '더샵퍼스트월드'의 특정 주택형에서 중도금 무이자 카드를 꺼내들었다. 중도금 무이자는 대게 미분양이 우려되는 단지들에 대해 청약자 계약을 유도하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된다.
DL이앤씨가 건립하는 강동구 성내동 '그란츠리버파크'의 경우 미분양 물량을 소진하기 위해 작년 10월 계약자를 대상으로 추첨해 샤넬 가방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작년 8월부터 청약을 시작한 이 단지는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 19.8대 1로 흥행에 성공했지만, 계약 취소 사례가 늘면서 미계약 가구가 생겼다.
두손건설이 서초구에 짓는 '지젤 라이프그라피 서초' 오피스텔은 환매조건부 방식을 내걸고 입주자 모집에 나섰다. 환매조건부 분양이란 입주 시점에 분양가가 시세보다 떨어졌을 때 사업 주체가 다시 매수하는 것이다. 집값이 떨어져도 환매 요구를 통해 손실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건설사들은 미분양 사태를 막기 위해 명품가방이나 수입차를 경품으로 주는 등 계약자를 유치해왔다"면서 "최근 들어 마이너스피 매물도 늘어나면서 수요자들을 구하기 위한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미분양 문제가 지방에서 그치지 않고, 수도권으로 확산하는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며 "미분양 방지를 위한 정부 차원에서의 세재 혜택 등 미분양 방지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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