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부와 기업, 연구기관들이 합심해서 인공지능(AI)과 AI반도체·양자정보기술 등 게임체인저 분야에서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기술적 진보를 이뤘다. 특히 AI반도체를 비롯한 각 분야에서 스타트업들이 기술혁신의 주역으로 부상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은 '올해의 ICT R&D 우수성과'를 29일 발표했다. 2024년 ICT R&D에 약 1조원 규모를 전략적으로 투자해 이룬 성과를 게임체인저, 디지털인프라, 디지털융합 등 세 가지 혁신 분야로 분류해 공개했다.
AI반도체 기술은 2020년부터 시작된 대규모 R&D사업을 통해 독자적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리벨리온은 정부 R&D 과제(AI학습·추론 효율성 향상 솔루션 개발 등, 55.1억원)와 민간투자를 통해 데이터센터용 신경망처리장치(NPU) '아톰'을 개발했고, 해외시장을 포함해 약 200억원의 양산 매출을 지난해 달성했다. 최근에는 사피온과 합병해 유니콘 기업으로 거듭났다.
또 퓨리오사AI가 개발한 추론용 NPU '레니게이드'는 엔비디아 제품(L40S) 대비 최대 60% 이상 높은 전성비와 2배 낮은 가격을 실현하고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반도체 원천기술 관련해선 카이스트(KAIST) PIM반도체설계센터가 대형언어모델(LLM)을 적용한 '상보형-트랜스포머 AI반도체'를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AI 기술은 2022년부터 민·관 협력 R&D 기반으로 경쟁력을 확보해왔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경량화 AI모델 '코알라(KOALA)'는 빠른 속도로 이미지를 생성하면서 동급 모델들에 비해 우수한 품질도 입증했다. 또 테디썸의 '블로썸'은 효율적인 학습 방법론으로 의료 리포트 생성에 있어 정확성과 해석 가능성을 높였고, 그 결과가 뉴립스·CVPR 등 세계 최고 권위 학회에 게재됐다.
AI 4대 석학으로 꼽히는 얀 르쿤 뉴욕대 교수 등이 참여하는 '글로벌 AI 프론티어랩'과 '국가 AI 연구거점'도 각각 지난 9월과 10월 출범, AI 3대강국(G3) 실현을 위해 AI분야 국내외 최고 수준의 역량을 집결시킬 기반도 마련했다.
양자정보기술은 지속적인 투자(양자인터넷 핵심원천기술개발, 369억원) 결과로 양자통신·양자센싱 등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세계 세 번째로 실제망(16.4㎞)에서 양자정보 전송에 성공하고, 100㎞ 이상 장거리 양자얽힘 분배 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구현(ETRI)하는 등 양자인터넷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기존 중력계 대비 10배 이상 향상된 세계 최고 수준의 양자중력센서 성능을 2021년 구현(KRISS)한 데 이어 고도화도 진행, 앞으로 다가올 무GPS 양자항법 실현의 초석도 닦았다.
차세대 통신·전파, 사이버보안 등 디지털 인프라 분야에선 한층 고도화된 기술력을 확보했다. 차세대 통신·전파 기술은 민관협력으로 해외진출 가능성을 확인했다. 쏠리드는 정부 방송통신산업기술개발 R&D 참여를 통해 분산형안테나시스템(DAS) 분야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세계 점유율 3위, 14%)했다. 오픈랜(O-RAN)기반 프론트홀 게이트웨이 기술개발 과제(출연금 15억원)를 통해 오픈랜 핵심기술도 확보, 최근 미국 전기통신정보청(NTIA)의 오픈랜 프로젝트에도 선정됐다. 또 유캐스트는 ETRI와 5G스몰셀을 공동 개발해 브라질·미국·인도 기지국 시장에 진출했고, 최근 호주 방산 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편, 긴급구조용 복합측위 기술을 통해 66건의 인명구조에 활용되고, 원천기술 측면에서도 종단간 6G 초저지연 원천기술을 구현해 차세대 이동통신으로 진화를 위한 기반을 만들었다. 배터리 없이 통신·센싱이 가능한 전자피부 세계 최초 개발해 지난 5월 네이처에 등재되기도 했다.
날로 지능화·고도화되는 사이버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정보보호핵심원천기술개발 사업 등 사이버보안 투자 규모를 지속 확대(2023년 1653억원 → 2024년 1904억원)하며 글로벌 진출도 이뤄지고 있다. 다크웹에 특화된 언어모델 '다크버트'를 개발한 에스투더블유는 다크웹 내 사이버범죄 수사지원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 마이크로소프트(MS) '시큐리티 코파일럿'과 기술협력 및 인터폴과 공조도 진행 중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개발한 가상자산 거래소 간 사용자 식별 기술은 현재 30개국 120개 거래소에서 사용되고 있다.
개인정보를 암호화된 상태로 처리함으로써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분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핵심기술인 동형암호 원천기술을 개발한 서울대와 크립토랩은 IBM의 동형암호 기반 AI 분석 SW 적용 등 글로벌 대기업으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한편 과기정통부와 미국 국토안보부는 사이버위협 대응 협력을 위해 '디지털 자산 불법 거래행위 추적기술', '대규모 군중 내 이상행동 식별·추적 기술' 등 2개 기술에 대한 공동연구도 올해부터 착수했다.
디지털 사회혁신, 미디어 콘텐츠 등 디지털융합 분야에서는 국가 경제·사회적 위협을 해소하고 국민 삶의 질 향상을 견인할 디지털 기술 혁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디지털역기능대응사업에 참여한 성균관대는 생성형AI로 만드는 성적 허위 영상물의 피해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딥페이크 탐지·추적 솔루션을 지난 11월 개발, 여성가족부에서 운영 중인 삭제지원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도록 내년부터 지원할 예정이다. 'N번방 사건' 재발방지·근절을 위해 ETRI는 불법촬영물 필터링 기술과 차단·방지 솔루션을 개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27개 기관에 제공하고 있고, 경찰청(국가수사본부)의 불법 촬영물 검출 시스템 등에도 활용될 수 있도록 적용할 예정이다.
K-콘텐츠 관련해 덱스터스튜디오는 실시간 홀로그램 R&D로 최고수준의 시각특수효과(VFX) 기술력을 확보, 국내외 영화·드라마 제작(파묘, 외계+인, 지옥 등)에 참여해왔다. 지난해 해외 수출 300만달러를 달성했고 올해에는 아시아 ACA & G.OTT 어워즈에서 베스트 디지털 시각특수효과 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글로벌 VFX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홍진배 IITP 원장은 "AI와 AI반도체, 네트워크, 사이버 보안과 같은 디지털 기술은 AX 시대 국가 경쟁력은 물론 생존을 좌우할 핵심 주권기술"이라며 "IITP는 더욱 도전적·혁신적 R&D 기획·평가·관리와 산·학·연이 함께 힘을 모으는 R&D 혁신을 통해 R&D가 R&D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에서 주목받을 수 있는 성과로 이어지고 국가경쟁력 강화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영수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산업정책관은 "디지털은 대한민국 미래를 견인하는 성장엔진"이라며 "늘 국민 입장에서 따뜻한 ICT R&D 정책을 설계·추진함으로써 국민들에 성과가 전달돼 직접 체감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2025년도에도 ICT R&D 우수성과가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와 전문기관이 손잡고 산·학·연과 원팀이 돼 성장엔진을 적극 가동하겠다"고 밝혔다.팽동현기자 dhp@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