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거시 업체들의 중국 내 판매량 감소
해외 진출도 속도…동남아서 점유율 1위 달성
가격 경쟁 촉발…수익성 하락으로 공장 문 닫아
해외 진출도 속도…동남아서 점유율 1위 달성
가격 경쟁 촉발…수익성 하락으로 공장 문 닫아
![[이자Car야] 단순히 많이 팔아서라고?…중국산 전기차가 무서운 이유](http://contents.dt.co.kr/images/202412/2024120302109932091012[1].jpg "[이자Car야] 단순히 많이 팔아서라고?…중국산 전기차가 무서운 이유")
중국산 전기차의 저가 공세에 대한 기사에 항상 언급되는 말이다. 중국 내에서만 많이 팔고 해외 수출 물량은 기존 레거시 완성차 업체와 비교할 수도 없다는 의미다.
물론 이것도 맞는 말이다.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BYD는 올 1~9월 해외에서 29만8000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기보다 2배 수준으로 늘어났지만 글로벌 전체 판매량(275만대) 중 해외 판매 비중은 10.8%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현대차의 해외 판매 비중은 83.2%, 기아는 82.6%다.
하지만 BYD의 저력은 압도적인 판매량을 자랑하는 내수 시장에 있다. 중국은 세계 1위 완성차 시장이다. 14억명가량의 인구를 바탕으로 압도적인 수요를 지니고 있다. 게다가 당국 차원의 전기차 육성 정책도 한몫했다.
탄탄한 내수 시장과 정부의 비호 아래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무럭무럭 자라 어느덧 테슬라의 판매량을 뛰어넘고 기술력까지 위협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중국 업체들의 자국 내 판매량 증가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게도 위기다. 중국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가장 큰 손님이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BYD가 판매량을 넘기 전까지 14년 동안 중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자동차 브랜드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지난해 전체 판매량 중 각각 32%, 36%가량을 중국에서 팔았다.
유럽 자동차의 중심지 독일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유럽연합(EU)의 관세 폭탄 부과 정책에 반대했던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중국에서 판매량이 줄어드는 것은 전체 판매량 감소와 직결돼 있으며, 이는 수익성 하락과도 이어진다. 실제 폭스바겐이 비용 절감 문제에 부딪힌 것도 중국 내에서의 경쟁력 약화로부터 시작됐다.
또 다른 문제는 중국산 전기차가 자국을 넘어 해외로도 진출하고 있는 점이다. 미국, EU 등이 관세 장벽을 통해 보호하고 있으나, 우회 수출, 현지 공장 건설 등을 통해 대응하고 있으며, 동남아시아, 남미 등 신흥 시장까지 개척하고 있다. BYD는 동남아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르며 매서운 기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산 전기차가 저렴한 가격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자 레거시 완성차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이라는 문제에 부딪혔다. 자국의 저렴한 노동력, 풍부한 자원, 원자재부터 완성차까지 수직계열화를 이룬 중국 업체들은 해외에도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전기차를 선보일 수 있었다. 이렇게 촉발된 가격 경쟁으로 레거시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를 단순히 출시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저렴하게 출시해야 하는 미션까지 받게 된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자동차를 저렴하게 만든 이후 성능을 높이는 것보다 이미 성능이 좋은 자동차를 저렴하게 만드는 것이 더 어렵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안전성, 주행력 등 성능을 만족시킨 레거시 업체들의 전기차가 저렴해지는 것보다 이미 저렴하게 출시된 중국산 전기차가 자국 내에서의 시행착오 끝에 성능까지 갖추게 되는 것이 훨씬 쉽다는 의미다. 레거시 업체들은 기존 소비자들의 기대, 철저한 규제와 감시가 있기에 성능을 포기하고 마냥 저렴하게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무차별하게 가격을 낮추는 것은 출혈 경쟁으로밖에 이어질 수 없다. 여기에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까지 겹치자 큰 비용을 투자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 생산기지로 둔갑한 공장들은 하나둘씩 문을 닫게 됐고, 막대한 개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업체들은 구조조정, 전기차 전환 계획 연기 등에 나서게 됐다.
이 가운데 중국산 전기차는 해외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계 자동차 브랜드가 중국 이외 시장에서 판매한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 포함)는 41만9946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9% 증가한 수치다.
내년 초 BYD 승용차는 한국시장에도 첫 발을 딛는다. 국산 제품의 높은 점유율, 중국산 제품에 대한 부정적인 소비자 인식 등으로 단기적으로 고전할 가능성이 높지만, 틈새시장 공략을 통해 점유율 5%에 불과한 중견 3사에겐 위기가 될 전망이다.
KAMA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낮은 선호도는 BYD에 걸림돌이 될 수 있으나, 비교적 높은 브랜드 인지율을 바탕으로 젊은 소비층이나 플릿 판매(렌터카, 법인용 차량)를 공략할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와 업계가 협력해 내수 시장 활성화와 장기적인 R&D 투자 확대 등 전기차 산업 경쟁력 확보 방안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임주희기자 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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