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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DT인] "초차원 연산으로 `AI 신항로` 개척하자"… 로봇 석학의 새로운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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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일홍 코가로보틱스 대표 겸 한양대 명예교수
35년간 한양대서 교편 잡은 후 창업에 도전… 7년 넘게 운영
딥러닝·심볼릭 기법 접목해 AI 학습 방법·전력 소모 효율화
사물인터넷·자율주행·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 HDC 적용 기대
[오늘의 DT인] "초차원 연산으로 `AI 신항로` 개척하자"… 로봇 석학의 새로운 도전
서일홍 코가로보틱스 대표 겸 한양대 명예교수. 팽동현 기자

인공지능(AI) 열풍이 전 산업에 변혁을 가져올 것으로 예고되면서 AI 관련 투자와 경쟁이 갈수록 달아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열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원치 않은 결과를 낳지 않을지 의구심도 이어진다. 아직 가시화되진 않은 AI 모델·서비스 기업들의 수익성과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수자원 수요로 인해 지속가능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딥러닝이 내놓은 결과값 도출 과정을 파악하기 어려운 '블랙박스' 문제, 생성형AI의 부상과 함께 대두된 '할루시네이션(환각·왜곡)' 현상도 풀어야 하는 난제다.

서일홍(69·사진) 코가로보틱스 대표 겸 한양대 명예교수는 그 해법으로 '초차원 연산(Hyper Dimensional Computing, HDC)'을 제시한다. 한양대에서 1985년부터 35년간 교편을 잡았던 그는 국내 대표 로봇 석학으로 꼽힌다.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펠로우(석학회원)와 한국공학한림원 원로회원에 선정됐고 한국로봇학회장과 한국뇌공학회장도 역임했다.

서 대표는 2017년 한양대 재직시절 제자들과 함께 창업에 도전, 2020년 정년퇴임 후 로봇 스타트업 경영에 전념하고 있다. 그가 세운 코가플렉스가 2022년 우리로봇과 합병해 탄생한 게 코가로보틱스다. "40여년 동안 전자공학 제어부터 자율주행 로봇까지 나름 열심히 연구했으나 이젠 과거 얘기일 뿐"이라고 겸양하면서도 "아직 정신이 올바를 때 AI·로봇 분야에 뭔가 제대로 하나 만들어내고 싶다"며 HDC에 대한 의욕을 드러냈다.

HDC는 입력되는 정보를 고차원 벡터 공간에서 표현·처리하는 컴퓨팅 방식을 말한다. 2009년 미국 신경과학자 펜티 카네르바가 창시한 희소분산메모리(Sparse Distributed Memory) 개념에 근간을 둔다. 인간의 뇌가 정보를 다수의 뉴런에 분산·저장하는 방식을 차용, 각각 다른 유일성을 지닌 초차원 벡터에 모든 사물·개념·함수·현상·사건 등을 대응시키고 이들을 결합하는 연산 과정을 통해 원하는 추론 결과를 도출하는 학습 방식이다.

HDC 기술은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를 중심으로 2010년대 중반부터 관심이 커지기 시작, 최근에는 딥러닝 한계 극복을 위해 연구가 급증하는 추세다. 룰 기반으로 작동해 판별형 AI라고도 불리는 기존 심볼릭 기법을 현재 트랜스포머 구조 기반 생성형AI를 비롯한 심층신경망 기법에 접목시켜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인 만큼 뉴로-심볼릭 접근방식에도 해당한다.

서 대표는 "사람 지능을 닮으려면 인코딩 시 합성성(Compositionality)과 연속성(Continuity) 두 가지가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합성성은 뭔가 만들 때 필요한 원리·법칙 같은 것으로 결합(Binding)을 통해 이룰 수 있고, 연속성은 비슷한 것들이 인코딩을 거쳐도 유사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생성형AI는 통계적 기법이라 합성성이 부족한 게 걸림돌이다. 반면 HDC는 주로 이진 벡터 기반의 연산으로 벡터 차원을 광범위하게 쓰면서 이를 해결, 노이즈나 부분 손상에 강하면서 상관관계 파악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현재의 대형언어모델(LLM)은 가중치가 부여된 매개변수(파라미터) 규모가 커질수록 오차가 줄어들고 성능이 올라가지만, 행렬곱 연산량 증가에 따라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AI인프라 비용과 전력 부담이 급증한다. 이와 달리 HDC 기반 AI는 합성성·결합을 통한 높은 연산 효율성과 연관 메모리 특성으로 검색속도가 빠른 데다 새로운 정보를 기존 하이퍼벡터에 결합해 학습하는 과정도 상대적으로 간단해진다는 게 서 대표의 설명이다.


최근 코가로보틱스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의 HDC 권위자 김예성 교수 및 미국 UC어바인 연구팀은 공동으로 HDC 세계 최초 실용화 성과를 담은 논문도 냈다. 실내 자율주행로봇에 딥러닝 대신 HDC를 적용해 회피·추종·순회 등 주요 기능을 학습시킨 결과, 2000달러짜리 GPU 대신 60달러짜리 범용 CPU를 쓰고도 약 15배 빠른 학습속도와 20분의 1 가량의 전력소모량을 보이며 동일한 수준의 학습·추론 결과를 얻었다. 이 논문은 지난달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국제로봇·자동화학술대회(ICRA) 연례 컨퍼런스에서 발표됐다.
HDC가 가진 또 하나의 이점은 안전성이다. 최근 오픈AI와 앤스로픽에서 각각 진척을 이룬 연구가 발표됐지만, 확률분포를 따르는 딥러닝 모델의 도출과정에 대한 블랙박스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HDC는 개념이나 규칙을 논리에 기반해 처리하는 방식이라 각 정보가 어떤 형태로 표현되는지 비교적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고, 연관 메모리 특성으로 인해 서로 관련성이 높은 정보를 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 결과 XAI(설명가능한AI) 구현과 할루시네이션 해결도 용이하다는 것이다.

서 대표는 "HDC 기반 AI가 딥러닝 기반 AI의 한계점을 극복하는 강력한 대안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하는 게 코가로보틱스의 목표"라며 "아직 초기 단계 기술이라 방대한 학습 데이터나 상용 적용을 위한 모델이 부족하고 적용범위가 제한적이지만 향후 딥러닝 한계를 기술적으로 보완하며 공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가로보틱스는 사물인터넷(IoT)과 자율주행 등 다양한 분야에 HDC가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지난 4월 현대산업개발이 지은 아파트에 HDC 인식 기반 도어개폐시스템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로봇 분야에도 적용하고 전용 칩도 제작한다는 구상이다. 로봇 운영체제(OS)와 하드웨어 설계·운영 원천기술을 보유한 회사의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릴 예정이다. AI모델 개발에도 도전한다. 소형언어모델(SLM)보다도 경량화된 '마이크로언어모델'을 선보이는 게 목표다.

서 대표는 "코가로보틱스는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에 도전하고, 이를 달성하고자 죽기 살기로 뛰며, 목표를 실현해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한다는 생각으로 모인 진짜 벤처"라며 "이미 좋은 사람들이 많이 모였지만 앞으로 좋은 인재들이 더 많이 함께 목표를 향해 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임직원들과 투자자들까지 모두가 만족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걸고 달려가고 있다"고 했다.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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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일홍 코가로보틱스 대표 겸 한양대 명예교수. 팽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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