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커버드콜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 상품 설계와 판매를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일부 시중은행에서 이 상품을 공격적으로 팔면서 불완전 판매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판매과정에서 확인된 불완전 판매로 인해 조 단위 배상금을 물게 될 처지에 있다.
24일 금융투자협회 종합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은행권 특정금전신탁 잔액은 지난 2월 말 기준 376조819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306조1024억원) 대비 70조원 이상 불어났다. 퇴직연금 계정에서 꾸준하게 자금이 유입된 결과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은행 신탁 규모가 갑자기 늘어 살펴봤더니 커버드콜 ETF가 증가세의 원인으로 지목됐다"면서 "상품 설계와 판매 단계 모두에 불완전 판매 정황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커버드콜 ETF 순자산 규모는 2022년 말 1200억원에서 최근 2조원으로 급증했다.
커버드콜 ETF는 일정기간마다 배당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투자 대상이 되는 기초자산을 매수하는 동시에 '콜옵션(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을 매도해 배당금을 마련한다. 자산 가격이 콜옵션 행사 가격보다 높다면 수익이 발생한다. 반대의 경우엔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장이 움직이지 않을 때 적합한 투자상품이다.
금감원은 일단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를 통해 집계치를 받은 상황이다. 특정 은행에서 많이 팔았는지를 조사하고 있는데, 집계가 끝나면 곧장 현장조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금융당국과 복수의 금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SC제일은행이 커버드콜 ETF 판매량이 많다. 다만 국민은행의 경우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후에는 적극적으로 팔지 않았다.
커버드콜 ETF는 공모펀드다. 최근에는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매일 옵션을 매도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었다. 수익률을 연 15%로 올린 상품이다.
커버드콜 ETF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판매물량이 가장 많다. '타이거 ETF'를 통해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친 결과다. 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커버드콜 ETF 판매 잔액은 미래에셋자산운용 1조6266억원, 삼성자산운용 2159억원, KB자산운용 1027억원, 한국투자신탁운용 297억원 등이다.
금융당국에서는 커버드콜 ETF와 관련해 증권사에서 판매된 것보다 은행에서 판매된 것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은행에서 원금비보장형 투자상품을 판매할 때는 신탁에 담아 판매한다. 이 과정에서 은행 일선 영업부서의 행태에 따라 문제가 될 수 있다. ELS 사태처럼 상품설계에 문제가 없더라도 과열된 영업을 한 경우가 해당된다. 손실 위험을 알리지 않은채 고객의 퇴직금 등 목돈을 운용했다면 불완전판매 소지가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은행에서 고위험군 상품을 판매하더라도 불필요한 권유는 하지 않아야한다"는 입장을 거듭 내비치고 있다. 홍콩H지수 ELS 판매를 계기로 은행의 고위험 상품 판매를 전면 금지해야한다는 시장 불만도 커진 상태다. 이 원장은 늦어도 3분기까지 은행의 상품 판매 적정 범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