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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균 칼럼] 가상자산 `굴기` 홍콩이 부러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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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균 국장대우 금융부동산부장
[김화균 칼럼] 가상자산 `굴기` 홍콩이 부러운 이유
홍콩 금융 당국이 양대 가상화폐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했다. 비트코인 ETF 승인은 아시아에서 처음이다. 이더리움 ETF는 세계 최초다.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선도자, 이른바 '퍼스트 무버'가 된 셈이다.

홍콩의 모험에는 절박감이 담겨있다. 홍콩은 미국 뉴욕, 영국 런던과 함께 글로벌 3대 금융허브의 지위를 누려왔다. 1997년 중국 반환 이후에도 중국 정부의 대대적 지원 속에 영향력을 키워왔다. 중국 기업들이 홍콩증시에 잇따라 상장했다.

하지만 중국과의 연계성 강화는 독(毒)이 됐다. 중국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홍콩은 과거의 영광만 남은 '금융허브 유적지'로 전락했다. 우리 금융회사들이 앞다투어 투자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이 손실 폭탄으로 돌아온 것도 홍콩의 몰락과 궤를 같이 한다.

홍콩의 금융허브 부활 프로젝트는 치밀한 전략과 철저한 사전 준비를 거쳐 진행되고 있다. 우선 가상자산 산업으로 홍콩을 금융허브로 재탄생시키겠다는 비전을 세웠다. 총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멨다. 시 주석은 2022년 홍콩 반환 25주년 행사에서 '금융허브로서의 홍콩의 재도약'을 강조했다. 다음해 1월 홍콩 정부는 '홍콩의 가상자산 발전에 관한 정책 선언'과 함께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어 가상자산 거래소 라이센스 제도 도입,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홍콩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한 협상과 규제정비 작업이 진행됐다. 하베스트 펀드 등 중국 본토 자본도 적극 참여했다. 명확한 비전 제시와 확고한 리더십, 제도 정비에 펀딩까지 과정이 일사불란하게 이뤄진 것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우리나라 일각에서는 뉴욕이나 런던, 싱가포르, 두바이 등 금융허브 라이벌을 의식해 깃발을 먼저 꽂은 것이라는 폄훼 시각이 있으나 결코 그렇지 않다"면서 "한국 금융 현실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치밀함과 속도로 작업이 진행중이다"고 말했다.

그러면 한국은 어떤가. 우리 역시 국제 금융허브 육성이라는 비전은 갖고 있다. 정권이 바뀌어도 변치않는 비전이다. 현 정부도 미래금융 발전을 위해 홍콩처럼 가산자산 산업 육성에 힘을 쏟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디지털 경제도 우리가 선도해야 한다. 가상자산 관련 기업도 유니콘 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제정,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첫 단추를 꿰는 절차인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1단계 입법인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지난해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졌다. 법 통과에만 20개월 이상 걸렸다. 그나마 가상자산 관련 사건 사고를 의식해 이용자 보호와 불공정거래 방지에 초점을 맞췄다.

산업육성 방안은 2단계 입법에 담긴다. 가상자산 발행과 유통, 자금조달 사업자에 대한 규제 등이 주 내용이다. 현물 ETF 승인 여부는 2단계 입법이 이뤄져야 검토해 볼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현행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현물 ETF 승인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금융당국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2단계 입법은 이번 총선에 등장한 여야 공통공약이다. 하지만 입법이 언제, 어떻게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제도적 장치부터 늦어지다보니 로드맵은 아예 의미가 없어졌다. 틀이 갖춰지지 않은 시장에 자본이 들어올리가 없다.

한국은 디지털 강국이다. 가산자산 산업 육성은 이미 홍콩에 선수를 뺏겼다. 절박감을 갖고 이제라도 서두르지 않으면 가상자산 후진국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봤다. "가상자산이 미래 먹거리라는 확실한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부정적 인식이 변해야 한다. 투자자 보호를 넘어 산업 육성에 초점을 둔 규제정비가 필요하다. 산업 육성을 방해하는 기존의 폐쇄적인 규제를 과감히 혁파해야 한다. 투자자 보호는 포퓰리즘이 아닌 합리적인 원칙을 따라야 한다." 대략 이 정도로 요약된다.

여야는 국회의사당을 세종시로 이전하고 여의도의 규제를 풀겠다고 했다. 정부는 부산으로 금융 유관기관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면 여의도가, 부산이 금융허브가 될 수 있을까. 공짜 점심은 없다. 홍콩이 부럽다.

김화균 국장대우 금융부동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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