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오늘의 DT인] "후학 키우면서 경제 현안인 해외부동산 부실투자 해법 찾는중"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금감원장 퇴임후 10년째 최수현 국민대학교 경영대학 석좌교수
금감원 떠난 후 법무법인·회계법인 마다하고 대학교수 선택
"실제 금융현장 역동적… 현안에 보다 지속가능한 대응책 필요"
[오늘의 DT인] "후학 키우면서 경제 현안인 해외부동산 부실투자 해법 찾는중"
최수현 국민대학교 경영대학 석좌교수.

'응진편수진(應盡便須盡, 끝내야 할 곳에서 끝낸다).'

귀거래사(歸去來辭)와 도화원기(桃花源記)로 유명한 중국 동진(東晉) 시대 전원 시인 도연명의 '형영신(形影神, 몸·그림자·정신)'이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이 말을 뒤로 하고 물러난 금융감독원장이 있다. 최수현(68·사진) 국민대학교 석좌교수다. 10년 전 일이다. 같은 시 또다른 구절 '정의위운거(正宜委運去, 마땅히 운명에 맡긴다)'처럼 최 교수는 맡은 일엔 최선을 다하지만 일희일비에 얽매이지 않았던 도연명처럼 세상을 살아왔다.

제20대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의 총괄특보단 정책특보, 나라살림혁신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도 역임했다. 지금은 서울시 금융산업정책위원회 위원장, 산림청 정책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4·10 총선 이후 짙은 안개속에 묻힌 경제 전반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선 어떤 게 필요한지를 들어보려는 마음으로 지난 12일 서울 정릉 국민대를 찾았다. 최 교수는 운동장 벤치에서 앉아 다음 시대를 이끌 청춘들의 역동적인 모습을 보고 있었다. 최 교수는 "교정에 앉아 학생들을 보는 일은 돈으로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라면서 "30년 후 이들이 성장해 사회 주인이 될 때쯤은 전혀 다른 경제 금융 상황에 맞닥뜨릴지 모른다. 대학생에게 금융경제를 가르치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생물교육학과를 졸업한 금융권에서는 보기 드문 이공계 출신이다. 1982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재무부, 재정경제원(현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대통령비서실을 거쳐 2013년 박근혜 정부 첫 금감원장을 지냈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수석 행정관,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정책위원회 수석전문위원으로도 일하면서 경제와 금융을 깊이 있게 들여다봤다.

금감원을 떠난 최 교수는 법무법인, 회계법인 등 높은 연봉 제의를 마다하고 대학 교수를 선택했다. '후진을 양성해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최 교수는 '금융학원론' 과 '한국경제론'을 강의하고 있다. 학생들의 수업 평가는 늘 상위 2~3%다. 최 교수는 "금감원을 떠나 연고도 없이 대학교에서 홀로서기에 집중하다 보니 어느새 10년이 훌쩍 지나 강산이 변했다"면서 "이제는 마음으로 들으려는 여유가 생겼다. 젊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보인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금감원장 시절 '대쪽' 같았다. '최수현 효과'라는 말도 생겼다.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간 불화가 권력 다툼으로 번졌던 지난 2014년 이른 바 'KB 사태' 때 최 교수의 엄중 문책이 특효였다. 이후 경영진 간에는 상호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저축은행 사태, 동양그룹 사태 등 금융사의 사금고화로 인한 문제도 금융소비자 보호를 핵심에 두고 풀어냈다.
금감원을 떠나 대학 생활을 하면서 그런 그에게 '부드러움'이 생겼다. 최 교수는 "금융정책가, 금융감독가 등 금융 플레이어로 시장에 참여했는데 살아있는 현장을 볼 기회가 많았다"면서 "실제 금융 현장에서는 훨씬 더 다양하고 역동적이며, 본능적으로 돈의 흐름을 쫓아가고 있다. 도전적이기도 하다. 정책이나 감독만으로는 생생한 상황을 알 수 없다는 한계점을 피부로 느꼈다"고 전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부실화하고, 가계부채가 불어나는 최근 금융 상황에 대해선 보다 신중한 정책을 당부했다. 최 교수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이나 업종, 부실화된 자산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거시적 안목이 중요하다"면서 "마침 총선이 끝났고 조만간 한국 경제와 민생을 위한 새로운 정책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여러 현안에 대해 보다 근본적이고 지속가능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도 여력을 보탤 계획이다. 지금은 글로벌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부실화된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을 마련하고 있다. TF는 미국 현지 투자은행(IB) 관계자, 변호사, 부동산 전문가, 컨설팅회사는 물론 국내 변호사, 회계사, 금융전문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최 교수는 "해외 상업용 부동산 메자닌 투자의 손실 보전방안에 대해 국내외 최고의 전문가들과 팀을 이뤄 구체적이고 신속한 해결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면서 "적절한 시기에 세부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최 교수는 비트코인 가격 급등,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등장 등 가상자산 시장에 대해서도 귀를 열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토큰증권발행(STO) 가이드라인,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등을 마련했지만 가상자산 업계의 입장과는 다소 괴리가 있어 보다 실효성 있는 정책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미국, 유럽연합(EU) 등 글로벌 트렌드와 동조해 정부가 디지털 가상자산 산업의 체계적인 육성과 시장의 효율적 조성을 도모해 나가야 한다"면서 "한국의 디지털 금융 이용자들이 금융혁신 혜택을 다양하고 폭넓게 누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