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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끈적끈적해진 고금리…복병 만난 부동산 P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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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성평가기준 개편안 앞두고
금융당국, 인센티브 지원 검토
"자금투입보다 사업성확보 우선"
다시 끈적끈적해진 고금리…복병 만난 부동산 PF
태영건설의 작업자 임금체불 문제로 골조 공정이 중단된 서울 중랑구 상봉동 청년주택 개발사업 건설 현장의 지난 1월 모습. <연합뉴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옥석가리기에 고금리가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과 한국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점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높은 금리가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 상승은 건설사들이 무분별하게 진입한 사업장을 부실로 몰아넣었다.

금융당국은 총선이 끝남에 따라 부동산 PF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달 말 당국은 PF 사업장에 대한 세부적인 사업성 평가 기준을 제시할 계획이다. 그러나 고금리 장기화로 부동산 경기가 더 악화할 경우, 우발 채무 등이 늘어나 PF 구조조정의 큰 틀을 다시 짜야 할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2일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10연속 동결이다. 지난해 2월부터 금리는 1년 넘도록 3.50%다. 이런 상황에서도 증권사들은 첫 금리 인하 시점을 오는 7월에서 8월, 10월로 늦춰 잡았다. 일부 증권사는 올해 기준금리 인하 횟수가 3회에서 2회로 줄어들 것이라 봤다. 이른 금리 인하가 쉽지 않아 연말에나 3%로 내릴 것이란 관측이다. 중동에서 이스라엘·이란 간 군사 충돌, 국제 유가 상승,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수장들의 발언이 번번이 빗나가고 있는 셈이다.

국내 PF 사업장 정상화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본PF로 전환하지 못한 사업장은 제2금융권 대출에 사채까지 써가며 근근이 버티고 있다. 법정최고 금리(연 20%)를 넘어선 경우도 발생했다. 이자에 합산되지 않는 자문수수료는 착공이 더디면 눈덩이처럼 올라가는데, 이 비율을 합산 경우 20%를 넘긴 경우가 부지기수다.

자금조달 비용은 만만치 않다. 예를 들어 태영건설의 최근 3개년 회사채 이자율을 살펴보면, 2021년 2.59%, 2022년 5.19%를 기록했다. 그러다 작년에는 7.80%까지 치솟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통해 "고금리 추세가 장기화하면서 추가적인 부동산PF 부실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금융당국은 PF사업장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지난주부터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 보험업권, 증권업권, 저축은행업권 등 금융권별 간담회 및 개별 면담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은행·보험업권은 "신규자금(뉴머니)을 투입하려면 사업성 확보가 최우선"이라며 "사업성은 있지만 손실이 날 수 있는 '그레이존'에 신규 자금을 투입한다면 사업이 잘못될 경우 책임 논란이 일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이에 따라 그레이존을 지원한 금융사에 대한 인센티브를 검토하고 있다. 향후 2~3주간 시행 가능성을 따져볼 계획이다. 거론된 인센티브는 그레이존 투자 후 손실이 났을 경우 제재하지 않는 방안, 신규 자금 투입에 대한 건전성 분류 상향조정, 검사 완화·유예 등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재구조화나 경·공매를 통해 돈이 돌아야 추가적으로 인센티브를 도입한다는 것이지, 인센티브만 갖고 부동산 PF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기는 어렵다"면서 "가격 재조정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르면 이달 말 '사업성 평가 기준 개편안'을 내놓는다. 개편안은 PF 사업장 옥석 가리기에 힘을 싣는 기준이 된다.

나이스신용평가(이하 나신평)가 집계한 증권사, 캐피털사,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부동산 PF 예상 손실 규모는 최대 13조8000억원이다. 이미 적립한 대손충당금 5조원을 제외하면 최대 8조7000억원의 추가 충당금이 필요하다.

나신평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자사 평가 대상인 국내 25개 증권사의 지난해 말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 26조3000억원 중 최소 3조1000억원에서 최대 4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부동산 경기가 떨어지는 시나리오를 분석한 결과다. 이미 적립한 대손충당금·준비금 규모 2억원을 감안하면 부동산 경기 하강 시나리오에 따라 1조1000억~1조9000억원 추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같은 시나리오에 따라 나신평 평가대상인 26개 캐피탈사의 부동산 PF 익스포저(브릿지론성 토지담보대출 포함) 27조원 중 손실 발생액은 2조4000억∼5조원으로 집계했다. 국내 16개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익스포저 7조7000억원 중 부실 금액은 9000억∼1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나신평은 저축은행업권 전체 손실 규모는 2조6000억∼4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했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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