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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의 서가] 사진엽서에서 찾은 식민통치 욕망과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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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사진엽서, 식민지 조선을 노래하다
최현식 지음 / 성균관대 출판부 펴냄
[논설실의 서가] 사진엽서에서 찾은 식민통치 욕망과 폭력
엽서는 친밀성이 강하다. 밀봉된 편지와 달리 '반(半) 개봉' 형식이라 누구나 손쉽게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일제는 엽서를 '선전·선동의 미디어'로 활용했다. 책은 일제 강점기 '기획 문화상품' 이라 할 수 있는 사진엽서를 통해 일제의 통치 전략을 새롭게 조명한다.

지난해 가을, 사진엽서의 시각적 이미지에 중점을 둔 '일제 사진엽서, 시와 이미지의 문화정치학'을 출간했던 저자는 이번에는 사진엽서 위에 올려졌던 조선어·일본어 병용의 시가와 노래들에 주목했다. 제1장 '제국의 취향, 전시되는 아리랑'은 가장 많은 종류와 수량을 자랑하는 '아리랑 엽서'가 주된 대상이다. 사진엽서의 아리랑(조선어 및 일역본),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 김소운의 아리랑 일역(日譯) 등을 실마리 삼아 조선민요 아리랑의 대중성과 식민성에 대해 논한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자율성과 독립성의 발화체로 살아남은 아리랑의 위대함을 새삼 확인했다고 말한다. 제2장 '조선의 민요, 원시와 전통의 경계'에서는 아리랑 이외의 각종 조선민요가 어떻게 사진엽서의 소재로 대상화 또는 타자화되었는지에 주목한다. 제3장 '제국의 조선적인 것에 대한 전유와 소비'는 두 세트의 '조선정시'(朝鮮情詩)에 실린 두 종류의 노래에 초점을 맞춘다. 감춰진 일본 화자가 노래하는 조선정시, 일본 화자를 드러낸 와카(和歌)가 그것이다. 제4장 '압록강절·국민가요·선전가'와 제5장 '압록강절·제국 노동요·식민지 유행가'는 일본 신민요 엽서세트 '압록강절'(오룟코부시)의 의미와 가치를 고찰한다. 제6~10장에선 일제의 폭력적 팽창주의, 총력전의 허구성 등을 조명한다.



사진엽서로 포장된 일본 식민통치의 실상은 슬프고 씁쓸하기만 하다. 100년 전 엽서는 지배의 문화정치학을 해명하는 또 하나의 무대를 열어준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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