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감정은 비싸다" 혹실드가 던진 화두

입력: 2024-04-01 19:14 박영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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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 러셀 혹실드
함인희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오랫동안 사회학은 사회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사람'을 포착하지 못했다. 우리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감정'을 그저 개인적인 것으로 치부하고 간과해 왔기 때문이다. 앨리 러셀 혹실드는 이러한 상황에 도전하며 감정 사회학의 기틀을 다진 사회학자다. 그는 감정의 사회적 의미를 폭넓게 탐색하면서 우리 일상을 분석하고 해석할 개념을 풍성하게 했다. 덕분에 사회학은 지평을 크게 넓혔고 대중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됐다.

혹실드는 감정노동 연구의 선구자이자 일-가족 넥서스 연구의 대표자다. 현재 버클리 대학원 사회학과 석좌교수로 있다. 그는 일상에서 늘 당연시해 왔기에 눈에 띄지 않던 현상들을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렇게 발견한 것들을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사람 냄새 풀풀 나는 일상의 언어로 풀어냈다.

예를 들어 사회학자 대부분이 젠더에 따른 역할 분업을 당연시했을때 그는 다른 곳을 바라봤다. 혹실드는 항공사 여승무원의 포장된 미소 아래 숨겨진 긴장을, 이주 가사 도우미의 성실함 뒤에 숨어 있는 외로움과 고독을, 여성 화이트칼라 노동자에게선 드러나지 않은 좌절을 예리한 시선으로 간파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은 감정노동, 일과 가족 사이 첨예한 긴장, 글로벌리제이션과 맞물린 돌봄노동의 연쇄 등을 직시하게 됐다.

책은 사회학의 존재 이유와 목적을 찾으려 분투한 혹실드의 학문적 여정을 열 가지 키워드로 살핀다. '2교대제', '시간 압박', '글로벌 돌봄 연쇄', '아웃소싱 자아', '일-가족 넥서스', '정체된 혁명', '자기 땅의 이방인들','공공 사회학' 등이다. 이는 사회학계를 넘어 일상 속 대화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든 개념들이다. 책을 통해 독자들은 그 누구보다 우리 삶에 가깝게 다가온 사회학자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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