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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척 보고 아는` 이들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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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척 보고 아는` 이들이 너무 많다
최근에 류준열과 한소희에게 질타가 쏟아졌다. 그들이 하와이에서 목격되며 열애중이라는 게 알려졌는데 그게 문제가 됐다. 원래 류준열이 혜리와 사귀고 있었는데 그 기간에 한소희를 사귄 것 아니냐는 것이다. 혜리가 류준열과 한소희를 저격하는 듯한 게시물을 올려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이미 작년 11월에 류준열과 혜리가 헤어졌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고, 최근 논란 이후에도 두 매체에서 류준열과 혜리는 작년에 이미 결별했으며 한소희가 류준열과 사귄 건 그 이후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대중은 여전히 류준열과 한소희를 비난했다. 그래도 침묵하던 혜리는 해명과 사과를 담은 게시물을 올렸는데, 그 안에 자신과 류준열은 결별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듯한 내용이 담겨 마치 질타를 부추기는 것 같은 느낌을 줬다.

진실은 알 수 없다. 다만 혜리가 올린 게시물에도 작년 11월 이후론 어떤 연락이나 만남도 가지지 않았다고 돼있기 때문에, 두 사람의 접촉이 끊어졌다는 것만큼은 사실로 보인다. 그렇다면 한소희는 류준열이 혜리와 헤어졌다고 믿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알고 류준열과 사귀었을 뿐인데 지금과 같은 비난을 받았다면 한소희는 너무 큰 피해를 당한 셈이다.

연예인에게 평판은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최근의 비난 사태로 인해 류준열과 한소희의 평판이 크게 실추됐다. 일부 매체는 비난 사태가 한소희의 광고 재계약 불발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까지 보도했다. 워낙 대중의 반발이 컸기 때문에 광고뿐만 아니라 작품 캐스팅에도 악영향이 충분이 있을 수 있다.

이렇게 큰 피해를 입힌 집단공격이 벌어졌는데, 그 중에 사건의 진실을 알았던 사람이 있을까? 원래 남녀관계는 친구도 모르는 법이다. 하물며 아무런 접점도 없는 제3자인 누리꾼들이 단편적인 인터넷 정보 몇 개만으로 어떻게 남의 남녀관계 진실을 안단 말인가?

애초에 알 수가 없는 사안인데도 불구하고 수많은 누리꾼들이 나서서 류준열과 한소희를 단죄했다. 악을 처단하고 정의를 구현하겠다는 생각이 너무 앞서기 때문이다. 논란이 터지면 사실관계가 드러날 때가지 지켜봐야 하는데, 그 과정이 생략되고 즉시 공분과 심판이 나타난다. 사이버 멍석말이다. 마치 '척 보면 안다'는 듯이, 제한된 정보만으로 실체적 진실을 알았다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일이다. 과거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사람들은 중계 인터뷰 영상을 보고 김보름 선수가 왕따 원흉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척 보고 딱 안 것이다. 당시 노선영 선수가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자 김보름 선수에 대한 멍석말이가 즉시 개시됐다. 그로 인해 김보름 선수는 올림픽 금메달을 놓쳤다. 공공의 적으로 찍히면서 인생행로 자체에까지 타격을 받는 수준으로 심각한 피해를 당했다. 나중에야 김보름이 너무나 억울하게 당했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알려졌다. 하지만 '아님 말고'로 넘어갔을 뿐이다.

구혜선이 안재현을 비난했을 때도 대중은 즉시 궐기해 안재현을 단죄했다. 그 바람에 안재현은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보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 안재현 불매운동'까지 터졌다. 나중에 안재현이 억울하게 당했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역시 '아님 말고'로 끝났다. 당한 사람만 억울하다. 티아라의 국내 커리어를 끝낸 왕따 사태 때도 그랬다. 그들이 억울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중에 나왔고 아님 말고로 끝났다. 이렇게 사실관계를 모르는 상태에서 덮어놓고 공분하는 일이 끝없이 이어진다. 그리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이런 인민재판이 벌어지면 언론이 나서서 대중을 진정시켜야 한다. 그런데 포털에 뜨는 일부 매체들은 오히려 대중의 분노를 부채질하면서 마녀사냥에 동참한다. 이런 언론도 역시 '아님 말고'의 무책임한 태도를 보인다. 한쪽을 일방적으로 질타하면서 반대쪽은 무조건 두둔하는 행태도 대중과 언론에게서 똑같이 나타난다. 과거 논란 때 노선영, 구혜선 등을 두둔했고 이번엔 혜리를 두둔했다. 최근까지 한소희를 비난하면서 혜리를 지지하는 기사가 나왔다. 혜리의 행태에도 이상한 점이 있는데 말이다.

이렇게 누군가가 피해자인 듯하면 무조건 그를 두둔하고 상대를 묻지마 공격하면서 정의를 구현한다고 여기는 행태가 문제다. '척 보면 안다'며 공분 단죄하는 사이에 우리 공동체가 병들어간다. 이런 인민재판으로 과연 정의가 세워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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