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정 단국대병원 교수, 사직 못하는 이유 기고 '화제'
"의대교수 떠나면 의료대란".."의사가 정말 의새 될 것"
"환자 받아줄 병원, 의사 있을 땐 사직" 진정성 표명
"전공의가 떠난 병원을 지키며 필수 의료를 제공하는 우리(의대 교수)마저 사직하면 정말로 '의료대란'이 일어날 것이고, 변명의 여지 없이 '의사'가 '의새'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사직할 수 없습니다."
전국의 의대 교수들이 25일 집단 사직서 제출에 나선 가운데 이들과 달리 사직하지 않고 병원에 남아 환자를 지켜야 하는 이유를 선명하면서 조목조목 기고글에 옮긴 의대 교수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주인공은 충남 천안 단국대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장으로 근무하는 이미정 교수다. 이 교수는 최근 의료전문 매체에 '사직을 망설이는 L교수의 답장'이라는 기고를 게재했다.
앞서 이 교수는 지난 20일 단국대 의대 교수 회의에서 항암 치료 중인 소아암 환자들이 있어 사직서 제출에 반대 입장을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고문에 따르면 이 교수는 "만약 제가 사직서를 제출한다면 제가 보던 환자에 대한 기록을 충실히 작성한 후, 받아줄 병원과 의사를 확보해 모두 전원 보낸 후에 사직하겠다"면서 "그 전에는 비록 지치고 힘이 들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의사로서 역할을 모두 다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이 정말 병원과 학교를 떠나기 위한 것이냐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했다. 그는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면 정말 한 달 후에는 병원과 학교를 떠나야 한다"며 "그러나 대부분은 한 달 후에 병원을 떠나실 수 없을 거다. 아직 해결하지 못한 환자가 있기 때문"이라고 환자가 있기에 병원을 떠날 수 없음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특히 "정부는 의새(의사를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단어)를 이길 수 없을지 모르지만, 의새는 국민을 이길 수 없다"며 "아픈 환자를 버려두고 병원을 나서는 순간, 우리는 국민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지는 것이다. 더 나쁜 것은 우리 스스로에게도 지게 된다는 것"이라고 의사는 환자와 함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의사의 파업에 대한 우려도 꼬집었다. 이 교수는 "의사 파업은 모든 선진국에서 여러 번 발생했고, 절대 잘못된 일이 아니다"라며 "다만, 생명을 다루는 의사는 그 파업이 '국민의 생명권'을 위협하지 않는 선에서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식적인 복지부와 정부라면 그런 상황이 되기 전에 우리의 의견을 경청해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그러면서 "국민의 생명권 유지와 같은 사회의 필수 서비스는 어떠한 경우에도 중단돼선 안 된다. 의사가 파업할 경우 응급의료와 암수술 등의 필수 의료는 중단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 어떤 의사의 파업도 정당성을 얻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병원과 학교를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전공의, 학생들에 대한 미안함을 교수이자 의사 선배로 내비쳤다. 이 교수는 "전공의와 학생들은 '그동안 어떻게 했기에 이런 사태가 벌어지게 했느나'는 깊은 힐난의 눈빛을 보이고 떠났다"며 "그들의 눈빛에서 '제대로 바로 잡지 않으면 돌아오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을 보았기에 감히 '돌아와서 같이 이 사태를 바로 잡아보자'고 말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