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 정성화
1994년 SBS 공채 코미디언으로 데뷔한 정성화(49)는 2004년 뮤지컬 '아이 러브 유' 출연을 계기로 뮤지컬배우로서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1999년 드라마 '카이스트'로 이름을 알리며 꾸준히 연기를 해오다 언젠가부터 일이 끊기면서 배우 생활에 대한 고민이 깊던 시기 뮤지컬을 만났다.
'영웅' '레미제라블' '그날들' '웃는남자' '킹키부츠' 등에서 격정적인 연기와 풍부한 성량으로 관객을 사로잡은 그는 어느덧 뮤지컬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연습과 모니터링에 임하는 마음은 데뷔 때와 다르지 않기에 그만큼의 시간이 흐른 지도 몰랐다고 정성화는 새삼스러워했다.
거듭 발전해야 한다는 철칙을 가진 그가 관객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자 선택한 작품은 '노트르담 드 파리'다. 흉측한 얼굴에 꼽추·귀머거리·애꾸눈·절름발이지만, 세상 누구보다 맑고 아름다운 마음으로 에스메랄다를 사랑하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로 분해 지난 1월 24일부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서고 있다.
그는 "2007년 부산에서 '노트르담 드 파리'를 처음 봤는데 그 충격을 잊을 수 없다"며 "'이렇게 좋은 음악이 있구나'라고 느껴 꼭 하고 싶었는데 이번에 시기가 잘 맞아 오디션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정성화는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고민한 끝에 연민의 정이 느껴지는 콰지모도를 표현하기로 했다. "에스메랄다를 사랑하게 되고 그 감정이 절정에 이르는 과정을 관객에게 설득시켜야 감동을 받을 수 있잖아요. 흉측한 모습과 달리 순수한 영혼을 가진 콰지모도를 관객들이 불쌍하게 보고 '나라도 사랑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끔 연기적인 부분을 구상했어요."
노래의 경우 연출과 음악감독이 목소리의 변화를 주지 않길 원해서 음역대를 낮추고 넓게 쓰면서 어눌한 발음으로 귀가 불편한 캐릭터를 표현하고 있다. 허리를 구부리고 낮은 자세로 노래하는 건 코어를 단단히 해 어렵지 않다고 했다.
"공연 처음부터 끝까지 고난도의 안무를 소화하는 앙상블의 위대한 몸짓이 제게 겸손하게 다가왔어요. 특히 이 공연을 1000회 이상 한 댄서와 300회 이상을 한 윤형렬 배우를 보면 '난 아직 갈 길이 멀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제 배우 인생의 철학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앞으로 참고가 많이 될 것 같아요."
박은희 문화전문기자 eh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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