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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기대가 실망으로… 외인도 개미도 투자 망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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外人, 3월부터 연이은 매수 감소세
개인, 이달 2.2조 어치 팔아치워
자율성·세제혜택 등 미확정 영향
밸류업 기대가 실망으로… 외인도 개미도 투자 망설인다
[연합뉴스 제공]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실망감이 확산하는 가운데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도세가 거세다. 올 들어 순매수 기조를 이어오던 외국인의 매수 흐름도 주춤해지는 모양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이달 들어 지난 10일까지 6거래일 만에 2조292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앞서 2월 한 달간 8조원 넘게 사들인 것과는 대조되는 흐름이다.

개인은 금융당국이 언급한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며 지난 2월, 외국인(7조8580억원)보다 많은 8조412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하지만 당국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않으면서 3월에는 5조원 가량을 순매도 했다. 이후 4월 470억원으로 미미한 순매수를 기록했다가 이달 들어 재차 매도 전환한 것이다.

외국인 수급도 주춤해지고 있다.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지난 1월과 2월에만 11조원 이상을 사들였다. 하지만 3월 순매수 규모(4조4280억원)은 2월 대비 3조원 넘게 줄었고, 4월(3조3730억원) 역시 직전월 대비 순매수액이 감소했다.

실제로 지난 2일 금융당국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가이드라인(안)'을 발표한 직후 밸류업 수혜주로 주목받았던 금융주와 자동차주가 일제히 급락했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가 기업의 자율성에 기대고 있고,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핵심 요소인 세제혜택 등이 여전히 확정되지 않으면서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뀐 탓이다.

2일 KB금융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4.37% 급락했고 우리금융지주(-2.9%), 신한지주(-1.82%) 등 주요 금융주가 일제히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외에도 현대차(-0.80%), 삼성물산(-2.66%), 삼성생명(-3.09%), 삼성화재(-2.90%) 등 그간 밸류업 수혜주로 주목받았던 종목의 주가가 약세를 보인 바 있다.


이후에도 은행주와 자동차주의 상승 흐름 둔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일부터 10일까지 5거래일간 KB금융(6.63%)은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89억원, 547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선방했지만, 신한지주(2.25%)의 경우 이번 공시 가이드라인 발표 전 5거래일(4월 24~30일) 간 6.26% 상승했던 것에 비해 투자심리가 위축된 모습이다. 같은 기간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3.21%, 3.79% 하락했다.
특히 개인은 이달 KB금융(-532억원), 우리금융지주(-207억원), 신한지주(-185억원), 삼성생명(-165억원), BNK금융지주(-135억원), 삼성화재(-126억원) 등 주요 금융주를 순매도 했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정책 불확실성이 부각되며 총선 전후로 저 주가순자산비율(PBR) 주들은 1~2월의 상승폭을 반납하고 PBR이 연초 수준으로 회귀했다"며 "세제 인센티브가 확정되지 않는다면 연초와 같은 강한 상승세가 나타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기업 밸류업 가이드라인에 대해 "이번 대책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동기 부여"라며 "주가 상승에 대한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인식이 상반되는 현실에서 기업과 이사회가 왜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주가를 올리고자 해야 하는지 그 이유에 대한 근거 제시가 없다"고 평가했다.

또 "단지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는 관점이라면 아무리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라도 미사여구로 그치고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일반주주의 투자가치를 보호해야 하는 책임 주체가 지배주주인지, 이사회인지, 대표이사인지, 일반주주의 투자가치 보호에 관한 명확한 책임 주체 지정을 통해 비로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의 실효성이 보장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증시 진입을 위한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9일 기준 55조6651억원으로, 이달 들어 3조원 넘게 줄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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