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윤한결 "단상 위 마법 보여줄게요"](http://contents.dt.co.kr/images/202403/2024030702109919057002[1].jpg "[인터뷰]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윤한결 \"단상 위 마법 보여줄게요\"")
"동작만으로 미세한 시간·템포·소리를 조절하고, 자세 하나만으로 음악의 흐름을 바꾸는 마법을 보여주는 테크닉 좋은 지휘자가 되고 싶어요."
지난해 8월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한 윤한결(30)은 지휘자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로 '지휘 테크닉'을 꼽았다. 그는 수상 당시 심사위원단으로부터 "카리스마 있고 준비가 철저히 돼 있으며 기술적으로 뛰어났다"고 평가받은 바 있다.
윤한결은 "테크닉이 음악적 해석이나 퀄리티와 비례하지는 않지만 음악가들에게 아무 말 없이 바로 전달된다는 게 지휘자한테 정말 매력적인 요소"라며 "그래서 지휘할 때 30~40% 정도는 테크닉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명지휘자 카를로스 클라이버를 언급하며 "돌아가신 지 20년이 됐지만 아직까지도 그의 몇 개 없는 영상·음반들을 보고 연구하는 지휘자들이 많다"며 "저도 그렇게 지휘자들에 인정받는 지휘를 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수상 후 윤한결이 선택한 국내 첫 무대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프랑스 피아니스트 장 에프랑 바부제의 협연이다. 그는 오는 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와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 스트라빈스키의 '풀치넬라 모음곡'과 '불새 모음곡'을 지휘한다.
이에 앞서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윤한결은 지휘자·작곡가·피아니스트로서 지내온 시간동안 느낀 다양한 얘기들을 풀어냈다. 그는 "어릴 때 대구 외곽 시골에서 자랐는데 동네 피아노학원에서 연습은 안 하고 계속 이상한 걸 만들어 쳐서 선생님께서 작곡 공부를 권하셨다"며 피아노와 작곡을 시작한 계기를 밝혔다.
![[인터뷰]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윤한결 "단상 위 마법 보여줄게요"](http://contents.dt.co.kr/images/202403/2024030702109919057002[2].jpg "[인터뷰]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 윤한결 \"단상 위 마법 보여줄게요\"")
윤한결은 예원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예고 재학 중 독일로 건너가 뮌헨 음대에서 작곡·피아노·지휘를 전공했다. "음악가로서는 작곡을 가장 오래 했지만 무대에 서고 협업하는 것을 좋아해 피아노와 지휘도 입시를 보게 됐어요. 작곡으로 제 꿈을 괴롭게 키워가고 있었다면, 피아노나 지휘를 통해 행복해지는 삶을 살았죠."
윤한결은 작곡이 괴로운 이유에 대해 "아침에 뭔가 떠올랐는데 저녁에 쓰려고 하면 생각이 안 나거나, 잘 됐다고 느낀 게 다음날 보면 별로인 과정들이 반복된다"며 "보이는 결과가 너무 없다는 것이 가장 힘든 점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휘나 연주는 이미 완성된 작품에 모든 힘을 쏟으면 되지 않나"라며 "특히 지휘는 동작 한 번으로 이미 멋진 작품의 소리가 나오기 때문에 바로 느껴지는 게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2015년 제네바 국제 콩쿠르에서 2위에 오르며 작곡으로도 주목받았다. 하지만 몰두하며 노력한 만큼의 성과가 안 나 목표의식이 사라진 시기가 있었다. 2017년 도전한 두 번의 콩쿠르에서 결선까지 올랐으나 최종에서 원하던 결과를 얻지 못한 것이다.
이듬해부터 윤한결은 지휘에 집중하기로 결심했다. 이후 2019년 스위스 그슈타트 메뉴인 페스티벌에서 역대 최연소로 지휘 부문 1등인 네메 예르비상을 받았고, 2021년에는 국립심포니가 주최한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2위와 관객상을 수상했다. 2022년에는 세계적인 지휘자 사이먼 래틀과 다니엘 바렌보임, 정명훈 등이 속한 클래식 아티스트 기획사 아스코나스 홀트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
윤한결의 지휘에 대한 만족감은 매우 높았다. 차세대 지휘자들의 등용문으로 유명한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을 수상함으로써 "원치 않게 참가해야 하는 대회가 더 이상 없겠다"라는 안도감까지 더해졌다. "지휘는 계속 즐거워요. 소리에 영향을 전혀 끼치지 않음에도 간접적으로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잖아요. 그리고 수많은 단원과 음악가, 매니저 등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도 좋아요."박은희기자 eh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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