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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컬처] 필립 파레노 "통합 센서로 만들어진 캐릭터, 배두나 목소리 빌려 주체성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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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미술관서 국내 첫 대규모 개인전 '보이스' 개최…"충분한 시간 두고 관람해달라"
[DT컬처] 필립 파레노 "통합 센서로 만들어진 캐릭터, 배두나 목소리 빌려 주체성 부여"
프랑스 작가 필립 파레노가 26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 '보이스'(VOICES)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박은희 기자



"관람객들이 전시 안에서 충분한 시간을 보내면서 곳곳에 심어둔 떠다니는 아이디어들을 감지한다면 분명 뭔가를 얻어갈 수 있을 겁니다."

현대 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 알려진 프랑스 출신 필립 파레노(60)가 오는 28일부터 리움미술관에서 국내 최초 대규모 개인전 '보이스'(VOICES)를 연다. 지난 90년대 초기작부터 이번 전시에서 처음 소개하는 대형 신작까지 작가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조각, 설치 영상 등 총 40여 점을 선보인다.

[DT컬처] 필립 파레노 "통합 센서로 만들어진 캐릭터, 배두나 목소리 빌려 주체성 부여"
필립 파레노 개인전 '보이스'(VOICES) 전시 전경. 사진=박은희 기자



작가는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이 둘이 결합되는 영역을 탐구한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조종되는 것과 조종하는 것, 실존하는 것과 허상 간 유사인간의 시선과 장소에 대한 기억 속 재현은 작가의 작품세계에 중요한 주제다. 전시명인 '다수의 목소리'는 작가의 작업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핵심 요소이며 작품과 전시의 서사를 만들어낸다.

[DT컬처] 필립 파레노 "통합 센서로 만들어진 캐릭터, 배두나 목소리 빌려 주체성 부여"
필립 파레노 개인전 '보이스'(VOICES) 전시 전경. 사진=박은희 기자



'보이스' 개막을 앞두고 26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작가는 "사물이 목소리를 갖게 되면 객체나 대상이 아니라 세계의 일부를 이루는 주체가 되는데, 저는 그것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어떤 사물에 깊이 집중하면 환청 같은 것을 들을 수도 있다"며 "그때 이상한 동시성이 발생하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어 "환청이나 환시로 보는 것들 사이에 어떠한 인과관계는 존재하지 않지만 마치 연결된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 형상이 나타난다"며 "그런 순간들과 관람객들이 관계를 맺는 아주 미묘한 기반이 이 전시 안에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배우 배두나와 협업으로 새로운 목소리를 창조한다. 배두나의 목소리는 인공지능에 의해 실재하는 가상의 목소리로 재탄생해 새로운 언어인 '∂A(델타에이)'를 배우며 성장한다. 미술관 야외 데크에 설치된 신작 '막(膜)'은 타워처럼 보이지만 색다른 인지력을 가진 인공두뇌로, 델타에이와 상호작용하며 전시의 모든 요소를 조율한다.

[DT컬처] 필립 파레노 "통합 센서로 만들어진 캐릭터, 배두나 목소리 빌려 주체성 부여"
필립 파레노 개인전 '보이스'(VOICES)에서 선보이는 신작 '막'. 사진=박은희 기자



작가는 '막'과 관련한 질문에 "제 모든 전시에서 외부 환경에 센서를 배치해 전시장 내부로 정보를 제공하고자 했다"며 "미술관은 외부 세계와 등지고 있는 닫힌 공간이라고 생각해 틈을 내고 싶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지금까지 사용한 센서들을 다 통합시키면 어떤 캐릭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눈이 있어 앞을 보는 캐릭터는 아니지만 많은 것들을 예민하게 느끼는 감각이 발달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또 "'막'이 그 캐릭터가 살아가는 장소라고 봤다"며 "거기에 달린 42개의 센서가 데이터와 신호를 작품으로 전송을 하게 된다"고 했다. 아울러 "전송된 신호와 데이터는 그 자체로 언어가 되기도 한다"며 "이 상상의 캐릭터에게 인간의 목소리를 부여하고 싶어 배두나의 목소리를 빌렸다"고 설명했다.

[DT컬처] 필립 파레노 "통합 센서로 만들어진 캐릭터, 배두나 목소리 빌려 주체성 부여"
필립 파레노 개인전 '보이스'(VOICES) 전시 전경. 사진=박은희 기자



작가는 "미술이라는 것이 항상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 있다고 보는데, 저는 그런 점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그래서 바꾸는 작업들을 하면서 그 변화들을 연결시키려고 한다"고 밝혔다. 또 "마치 작업 하나하나가 제 몸의 연장인 것처럼 바꿔낸 작업들과 저 사이에서 여전히 연결된 감각을 느낀다"며 "이를테면 독서나 운전 등을 하다 공상에 빠진 순간들이 마법 같고 소중한 시간"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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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파레노 개인전 '보이스'(VOICES) 전시 전경. 사진=박은희 기자



'차양' 연작(2014~2023)은 기능이 부재하는 극장 차양의 모습을 닮아 있다. 이 작품도 미술관 외부에서 수집된 데이터와 디지털 멀티플렉스 기술이 연동돼 사이키델릭한 풍경과 안무를 펼친다. '내 방은 또 다른 어항'(2022)은 부유하는 물고기와 함께 전시장을 하나의 거대한 어항으로 만든다. 창밖을 향하고 있는 '일광반사경'(2023)은 햇빛을 반사하고 로비의 벽을 타고 커다란 광원을 그리며 외부와 내부를 연결한다. 대중문화의 아이콘인 여배우 마릴린 먼로를 환생시킨 영상 '마릴린'(2012)은 기계 장치를 통해 시선과 음성, 필체를 구현하여 유령처럼 허구의 눈속임으로 관객을 이끈다. 박은희기자 eh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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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파레노 개인전 '보이스'(VOICES) 전시 전경. 사진=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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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작가 필립 파레노가 26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 '보이스'(VOICES)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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