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환적이면서도 실존적 현실감 살아있는 작품
“나를 비우고 만나는 것으로 캔버스를 채운다”
“나를 비우고 만나는 것으로 캔버스를 채운다”
전지현은 지난 2023년 한국 미술대전에서 비구상 특선을 하는 등 2020년 이후 3년간 다수의 상을 받은 중견 작가다. 한국 미협 등에서 활동중인 전 작가는 국내외 그룹전에 210회 이상 참가했고, 국내외 개인전을 21회 개최했다.
캔버스를 기억을 투사하는 '스크린'으로 삼아 시공간을 초월한 실존적 기억들의 파편들이 만들어내는 그림자 실루엣을 담아내는 작품들로 유명하다. 몽환적이면서도 실존적 현실감이 살아 있다는 평을 듣는다.
이번에 전시 중인 38점의 작품들 역시 마찬가지다. '화비화', '보이지 않는 세계' 등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다. 몽환 속의 꽃은 때론 빛바랜 듯, 때론 하늘의 폭죽처럼 생생하고 화려해 보이기도 한다. 보는 이의 기억에 호응해 작품의 느낌이 달라지는 게 전 작가 작품들의 특징이다.
전 작가는 "빈 캔버스를 마주하면서 나를 비웠고, 몰아 속에 만나는 기억들로 다시 빈 공간을 채웠다"고 말했다. 작가의 표현 그대로 '보다 나다운 몸으로 느끼는 참된 원형'이 실루엣이라는 모호함 속에 형상화된 것이다.
전 작가의 작품들은 그래서 때론 한 편의 서사시다. 관람객 스스로에게 과거, 현재, 미래의 기억을 한 공간에서도 동시에 마주하도록 유도한다. 몽환 속 몰입을 통해 스스로 비움과 채움의 반복을 느끼고, 조각난 기억들에 대한 소중함을 새롭게 인식하도록 한다. 박영서 기자 py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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