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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마요네즈와 분뇨가 만나 태어난 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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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권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마요네즈와 분뇨가 만나 태어난 전기
1919년 설립된 일본 굴지의 식자재 회사 큐피 주식회사는 1925년 일본 최초로 마요네즈를 개발한 것으로 꽤 유명하다. 약 100여년간 마요네즈를 주요 상품으로 생산해 온 큐피는 그동안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맛을 제공하기 위해 여러 종류의 마요네즈를 선 보이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고질적인 어려움을 겪어 왔다. 그건 바로 생산라인을 변경할 때마다 생겨날 수 밖에 없는 마요네즈 폐기 문제다.

품목 수 증가는 고객에게는 큰 이점이지만 생산 측면에서는 생산라인을 전환할 때마다 배관 파이프에 붙어있는 마요네즈를 청소해야 한다. 결국 신선한 마요네즈를 아깝게 버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마요네즈는 기름기가 많고 산성이기 때문에 재사용이 매우 어렵다. 때문에 다양한 폐기 방법들을 시도해왔다. 예를 들어 공장 기계의 배관 길이를 줄여 폐기물의 양을 줄인다거나, 버려진 마요네즈를 일주일 동안 얼렸다가 또다시 일주일 동안 해동시켜 기름과 분리해 그 기름을 페인트에 사용하는 방법 등이다. 하지만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 별 효과가 없었다.

결국은 소각할 수밖에 없었던 와중에 이 회사는 뜻밖의 '귀인'을 만나게 된다. 식품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과 잔류물을 돼지 사료의 원료로 양돈 농가에 판매하는 회사인 주식회사 알터너피드(Alternafeed)의 이사오 카니와 사장을 만난 것이다.

카니와 사장은 돼지를 사육하는 농장주의 고민과 마요네즈 폐기물로 어려움이 있는 큐피를 기가 막히게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게 된다. 농장주의 고민은 사료 비용 외에도 생산원가의 또 다른 주요 요소인 분뇨 처리 비용이다. 어떻게든 그 비용을 줄이고자 분뇨에서 메탄가스를 추출해 바이오 가스 발전 원료로 활용하려 한다. 이를 통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면 분뇨 처리 비용의 일부를 충당할 수 있으며 결국은 돼지의 생산비를 줄일 수 있다.

그런데 분뇨는 먹고 남은 것이라서 에너지가 없기 때문에 생각만큼 효율적으로 메탄가스의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없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발전용으로는 부적합하다는 판단이었으나 카니와 사장의 엉뚱한 생각이 큰 반전을 가져왔다.


카니와 사장은 평소에 거래처인 큐피로부터 고민을 늘 들어왔는데, 마요네즈가 고칼로리 식품으로 분류됨에 착안해 돼지의 분뇨와 섞으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에너지가 창출되지 않을까하는 매우 단순한 생각을 했다. 인간이 고칼로리의 마요네즈를 좋아하듯 마찬가지로 메탄도 마요네즈를 꽤 좋아하지 않을까하는 '엽기적'인 생각에서 출발한 이 프로젝트는 여러 번 실패를 거듭한 끝에 분뇨와 마요네즈 사이의 최고의 황금비율을 만들어냈다.
[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마요네즈와 분뇨가 만나 태어난 전기
분뇨는 이미 소화된 물질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는 메탄가스의 원료가 될 만큼 강력하지 않다. 하지만 같은 폐기물 처지인 마요네즈를 만나 예상치 못한 시너지를 내며 고가의 바이오 가스 설비에 큰 힘이 되는 존재로 재탄생했다.

분뇨에 섞는 마요네즈의 양이 너무 많거나 적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황금 비율을 찾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정확한 비율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살짝 상상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오는 일이지만 그 결과는 매우 놀라울 정도다. 돼지 분뇨와 폐기 마요네즈로 만들어진 바이오 가스 전력량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는데. 그 양이 시부야에 있는 큐피 본사에서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라고 하니 엉뚱한 상상의 결과가 경이롭다.

큐피는 이제 고작 마요네즈 폐기물의 5%를 줄였는데도 이 정도 결과를 얻었음에 자신을 갖고 앞으로 마요네즈 뿐만 아니라 드레싱 잔유물도 활용해 전기를 생산할 계획이다. 또한 결과적으로 고칼로리 성분이 가장 큰 역할을 했기에 돼지 분뇨가 아니더라도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다른 분야를 찾아 궁극적으로 '폐기물 제로'로 가는게 최종 목표다. 아깝게 버려지는, 그것도 돈을 들여 버려지던 두 폐기물의 너무나 아름다운 만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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