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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탄소중립 국제규범화와 한국, 자동차산업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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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탄소중립 국제규범화와 한국, 자동차산업 사례
김태년 미래모빌리티연구소장

◆한국 자동차산업의 탄소중립: 쟁점과 현실

자동차산업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으로 시작된 산업으로서 보급대수가 매년 늘어나고 있어 탄소중립의 과제를 비켜갈 수 없는 산업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최근 전기차를 중심으로 탄소중립을 선도할 수 있는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자동차산업에서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데에는 국가별 기업별 복잡한 이해관계와 현실이 놓여있다. 그만큼 그 목표와 방안에 대한 다양한 논쟁이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최근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보호주의 경쟁 속에서 탄소중립이 강력한 국제규범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논쟁도 적지 않다. 미국과 유럽에서 탄소중립 정책이 후퇴하거나 좌초될 징후도 보인다. 공급망 전체를 볼 때 배터리 생산공정을 고려한다면 과연 전기차가 탄소중립에 공헌하는지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의문도 없지 않다.

다른 한편, 한국정부는 자동차산업에 대한 탄소중립 정책을 제대로 설계하고 실현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라면 왜 이같은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인가? 그리고 한국의 자동차 산업과 현대기아자동차 등은 국제규범을 자발적이고 선제적으로 준수할 수 있을 것인가? 어렵다면 한국의 현실은 어떠한가? 마지막으로 다가올 국제적 압력을 극복하고 국제규범화에 뒤지지 않기 위하여 한국의 정부와 기업은 무엇을 해야 하고, 특히 정부와 기업이 어떤 협력을 해야 할 것인가?

◆한국 정부의 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우리나라 수송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기준연도인 2018년에 국가 총배출량의 13.5%인 9,810만톤으로,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서 37.8%의 감축안을 제시하였다. 수송부문 탄소배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동차 도로운송부문의 주요 감축 수단으로는 전기차(배터리전기차 및 수소전기차) 보급 확대, 내연기관차의 온실가스·연비기준 강화, 대중교통 활성화 등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 정부가 제시한 자동차부문 탄소중립 정책목표들이 얼마나 실현 가능성이 있을까? 우선 2020년말 UN에 제출한 NDC에서 2030년 전기차 누적 보급 목표는 385만 대였다. 그런데 2021년말 관계부처 합동의 NDC 상향안에서 감축율은 그대로 두고 목표 대수만 450만대로 느닷없이 상향 조정되었다. 65만대가 늘어난 것인데 이유가 분명하지 않고 이와 관련 업계와 사전 소통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순히 계산해 보아도 매년 약 10만대씩 보급목표를 늘려나가야 하므로 무리한 계획이다. 이 경우 2030년 약 90만대의 전기차를 신규로 판매해야 하는데 이는 국내 총판매의 약 50% 수준으로 지나치게 높다. 2030년 NDC 감축계획이나 기업평균 이산화탄소 감축목표 70g/km 달성을 위해 정부가 계상한 전기차 비중 33.3%를 훨씬 넘는다.

또한 450만대 목표는 현행 저무공해차 보급목표제와의 상관관계도 결여되어 있다. 금년도 무공해차 보급목표는 15%인데 전기차 1대당 최대 3크레딧을 계상할 경우 실제 5%(약 6만대)만 보급하면 달성 가능하다. 그런데, 이 수치는 금년도 승용전기차 구매보조금 대상인 21.5만대와 상이하고 위에서 언급한 2030년 감축목표와도 연관성을 찾을 수 없다.

그리고 전기차 충전기 설치 비율을 10%로 상향하겠다는 정책은 전기차 보급 목표와 조화되지 않는다. 정부가 2030년 총보유대수를 2,700만대로 전망하고 있으므로 약 16%의 전기차가 보급될 것인데 충전기 설치 비율 10%로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전기차는 핸드폰과 마찬가지로 언제 어디서나 충전가능하도록 편의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자동차 전주기평가(LCA)를 통해 온실가스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도 전기차 보급확대 정책과는 배치될 수 있다. 공급망 전반의 탄소발자국 관리는 매우 중요하지만 LCA가 자칫 전기차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고, 일부 자동차업체가 주장하는 하이브리드차 보급에 초점이 맞춰질 경우 전기차로의 전환을 지연시킬 수 있다. 미 환경부에 의하면 전기차는 LCA를 감안하더라도 내연기관차보다 60% 이상 온실가스 저감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렇게 탄소중립 관련 국가의 정책과 목표들이 상호 연계성이 결여되고 기업들의 실현가능성은 고려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규제가 강화되면서 기업의 부담이 과중하고 정책의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환경 관련 로드맵과 정책이 의욕적으로 수정되고 관료들의 행정편의주의와 과다한 의원입법으로 규제가 남발되는 반면, 기업들과의 사전 소통과 조율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그 부담은 기업들이 안게 된다.

◆미국과 EU의 자동차부문 탄소중립 규제 비교

한국, 미국, EU는 공히 2050년 탄소중립을 법제화하였고, 이를 위해 다양한 정책대안과 규제를 마련하였다. 한국의 탄소중립 정책이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땜질식이라면, 미국은 정부의 정치성향에 따라 정책방향이 요동치는 양상이다. 그로 인해 기업들간 서로 상이한 이해관계로 불협화음이 생기고 친환경차 투자의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매우 큰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의 CAFE를 대체하는 SAFE 규정에 의거, 자동차 연비규정을 대폭 완화하였다. 반면, 바이든 행정부는 파리협정에 재가입하고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자동차 연비규정을 다시 강화하는 안을 발표하였다. 2021년 대통령 행정명령을 통해 2030년 전기차 판매비중 50%를 목표로 정한 반면, 미 환경부 연비규정에서는 기업들이 전기차 판매비중을 2030년 60%, 2032년 67%로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공화당이 우세한 미 하원에서 이러한 연비규제 강화를 중단시키는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민주당이 우세한 상원을 통과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은 전기차 보급 확대를 촉진하기 위해 인프라투자법(IIJA)을 제정하여 전기차 충전인프라를 확충하고 인플레이션감축법(IRA)를 통해 전기차 보급확대를 위한 구매보조금 및 배터리 생산보조금 지원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IRA의 경우 탄소중립 목적보다는 전기차 관련 공급망에서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려는 경제안보적 성격이 강하다.
이러한 미국의 정책은 한국 자동차 업체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정권이 바뀔 경우 대규모 친환경투자의 리스크가 커질 수 밖에 없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IRA에 대응하여 배터리원료 확보를 위해 중국기업들과의 합작투자를 확대하고 있고 미국내 배터리 생산 투자를 의욕적으로 늘리고 있는데, 만약 미국정부의 환경정책이 바뀔 경우 모든 부담이 우리 기업들에게 돌아올 것이다.

한국, 미국과 달리 EU는 자동차부문 탄소중립을 위한 법체계가 포괄적이면서 개별 규제간 상호 연계성을 잘 확보하고 있다. EU는 기본적으로 2019년 발표한 그린딜 패키지에서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다양한 분야의 정책의제를 마련하였고, 이를 근간으로 분야별 법규제를 조화롭게 재정비하는 'Fit for 55' 법안 패키지를 2022년 발표하였다. Fit for 55의 핵심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감축을 목표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2035년 내연기관차 신규 판매금지, 충전기 확충(AFID) 등 15개 제개정 법안으로 구성되어 있다.

2035년 내연차 판매 중단과 관련하여서는 독일업체들의 요구로 합성유(e-fuel)를 사용하는 내연차 판매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검토되고 있어 탄소중립 규제가 다소 후퇴되는 느낌이다. 2023년에는 그린딜산업정책(GDIP)을 통해 핵심원자재법(CRMA), 탄소중립산업법(NZIA) 등을 마련하였고 배터리 여권 제도 및 재활용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EU의 탄소중립 관련 규제는 유럽내 제조시설을 가진 업체들에게 보다 유리한 방향으로 제정되고 있어 한국자동차업체들의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특히 CBAM 적용 대상이 자동차로 확대될 경우 한국산 전기차의 대EU 수출이 어려워지게 되고, 최근 프랑스의 전기차 보조금 제도 개정과 같이 수입차에 대해 차별적인 제도가 도입될 경우 수출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활로를 찾기 위한 제언

자동차부문의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나 수소를 사용하는 전기차로의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대기아차는 2030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를 360만대로 증대하는 목표를 발표하였는데, 글로벌 생산능력 800만대의 45% 수준에 불과하여 경쟁사들에 비해 다소 낮은 수준이다. 2030년 국내와 주요국의 자동차부문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목표를 좀 더 의욕적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제품 포트폴리오에 있어서도 수익성이 좋은 고급 럭셔리 전기차뿐만 아니라 시장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저가의 경쟁력 있는 매스마켓용 전기차 개발이 필요하며, 기존의 내연기관차 디자인과 컨셉의 한계에서 벗어나 차별화를 도모해야 한다. 또한 수소전기차는 당분간 배터리전기차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데다 그린수소 생산과 충전소 확보에 어려움이 있으므로 승용차보다는 노선버스나 물류트럭 등 상용차 위주로 전략 수정이 필요할 것이다.

현재 전기차 보급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은 충전인프라 부족과 비싼 차량가격, 충전 주행거리 부족 등인데, 자동차업체들의 기술개발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기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충전 전력망 구축과 구매보조금, 전기차 산업생태계 구축 등에 있어서는 정부의 선제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충전기의 경우 설치 개수도 중요하지만 적재적소에 설치되어 소비자들이 사용하기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여야 한다. 또한 현재와 같이 복잡한 충전 프로세스를 요구하지 않고 쉽고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P&C(Plug & Charge)가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자동차업체들이 충전망을 직접 나서서 구축할 필요가 있다. 전기차와 충전기 간의 호환성과 안전성, 유지보수 및 빅데이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구축한 슈퍼차저의 북미충전표준(NACS)을 현대기아차를 포함한 기존 자동차업체들 대부분이 채택키로 한 것은 그만큼 사용자의 편의성과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전기차 수요 증가율이 크게 둔화되고 있는데, 이는 신기술 제품에 대한 초기단계의 시장의 정상적인 반응으로 환경규제의 지속적인 강화와 신기술 개발의 가속화로 2030년경에는 신차 판매의 절반 정도로 전기차의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캐즘 마케팅(Crossing the Chasm)'의 저자 제프리 무어(Geoffrey Moore)가 말하는 '신기술 적용 라이프싸이클(Technology Adoption Life Cycle)'상 현재 전기차 구매자들은 얼리어댑터들이며, 판매 확대를 위해서는 초기 대량구매시장(early majority)과 후기 대량구매시장(late majority)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들 그룹들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Chasm)을 순조롭게 넘기 위해서는 기술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기후변화 위기는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촉진하고 기업간 경쟁 구도와 지속가능성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2050년 탄소중립까지 남은 시간은 27년이지만 자동차의 생애주기를 감안하면 12년밖에 남지 않았다. 2035년이 사실상 마지노선이다. 온실가스 무배출 자동차산업으로의 전환을 누가 먼저 혁신적으로 달성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성패와 지속가능성이 결정된다.

특히 단순히 자동차의 파워트레인만 전기로 전환할 것이 아니라 원료 생산에서부터 공급망 전반, 제조공정, 운행, 폐차 및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순환경제(closed loop)를 이루고 재생에너지로 완전히 전환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산업생태계는 물론 정부, 소비자 등 모든 경제주체(stakeholder)가 함께 참여하여야 한다. ※본 기고의 원문 출처는 '동아시아재단 정책논쟁 208호'임을 밝히며, 원문의 저작권은 동아시아재단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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