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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위기가 온다"… 곳간에 현금 채우는 건설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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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건설사 이익잉여금 연초보다↑
PF 위기 등 대응 위해 현금 확보
"진짜 위기가 온다"… 곳간에 현금 채우는 건설사들
연합뉴스 제공.



10대 건설사가 현금 보유액을 늘리고 있다.

고금리가 당초 예상보다 더 오래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경기 회복 시기마저 늦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유동성 위기 대응 차원에서 '현금 쌓기'에 나선 것이다. 다만 이익잉여금(사내유보금)보다 차입금(단기+장기+사채)의 증가 폭이 더 커 유동성 위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 중 3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호반건설을 제외한 9곳 가운데, 8개 건설사의 이익잉여금이 연초보다 증가했다.

이익잉여금은 영업활동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배당금으로 지급하거나 투자하지 않고 내부에 유보하는 자본을 말한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파이낸스프로젝트(PF) 위기 등에 대응하기 위해 현금을 확보해놓는 것으로 풀이된다.

8개 건설사의 3분기 기말자본 총액은 33조358억원으로, 연초 기초자본(30조3997억원) 대비 8.6% 늘었다.

이익잉여금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삼성물산이었다. 연결 기준 3분기 말 삼성물산의 이익잉여금은 12조3126억원으로 연초보다 1조4660억원 늘어났다. 대우건설이 이익잉여금 4059억원을 축적하며 뒤를 이었고, 이어 △현대건설 3912억원 △SK에코플랜트 1527억원 순이었다. 8개 건설사 중 GS건설만 유일하게 유보금이 줄었다.

GS건설의 3분기 말 이익잉여금은 3조3825억원으로 연초 대비 2773억원 감소했다. 지난 4월 발생한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로 인한 전면 재시공 비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3분기 기준 이익잉여금 총액 역시 삼성물산이 가장 많았고 △현대건설 6조4004억원 △GS건설 3조3825억원 △현대엔지니어링 2조6109억원 △포스코이앤씨 2조3147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대형 건설사뿐 아니라 중견 건설사도 현금을 쌓아두는 추세다. 10~30위 건설사 중 실적을 발표한 곳 가운데 동부건설과 금호건설을 제외한 모든 건설사의 이익 잉여금이 늘어났다.

건설사들이 현금 보유고를 늘리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익잉여금보다 차입금의 증가 폭이 더 커진 만큼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가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8개 건설사 가운데 차입금이 줄어든 곳은 삼성물산과 DL이앤씨, 롯데건설 뿐이었다. 현대건설과 GS건설은 3분기 말 기준 차입금이 연초 대비 8000억원 이상 늘었고, 포스코이앤씨(5236억원), SK에코플랜트(3887억원) 등도 차입금 증가 규모가 이익잉여금 증가 규모를 크게 웃돌았다.

특히 만기가 1년 이하인 단기 차입금이 급증하고 있고, 유보금은 늘지만 현금성 자산은 감소하는 등 건설사의 재무여력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단순히 차입금이 늘어나는 것은 건설사가 사업비용 등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신용 여력이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면서도 "다만 현금성 자산을 처분하고도 이익잉여금이 줄어들거나, 단기 차입금의 만기 연장이 거절되기 시작한다면 그때부터 유동성 위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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