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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납품업체 갑질’ CJ올리브영 고발…시장지배력 남용은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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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납품업체 갑질’ CJ올리브영 고발…시장지배력 남용은 빠져
서울 서초동 올리브영 강남 타운 매장 앞이 쇼핑객들로 붐비고 있다. CJ올리브영 제공

공정거래위원회가 7일 CJ올리브영을 납품업체에 대한 갑질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 납품가격을 부당하게 책정하거나, 올리브영에서만 행사를 하도록 강요하고, 정보처리비 등을 부당 수취하는 등의 법 위반 사실이 인정됐다.

다만 올리브영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랄라블라와 롭스 등에 경쟁제한 행위를 했다는 혐의는 전원회의 과정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는 과징금이 관련 매출액의 3.5~6.0%로 매우 높다. 업계에서는 해당 혐의가 적용될 경우 최대 580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왔지만, 결국 최종적인 과징금 규모는 18억 9600만원에 그쳤다.

공정위에 따르면 올리브영은 2019년부터 '올영픽'과 '파워팩' 등 자사 판촉행사를 시행하면서, 당월 및 전월에 경쟁사인 랄라블라·롭스와 행사를 진행하지 못하도록 납품업체들에 요구했다. 또 할인 판매 기간에 내린 납품 가격을 행사가 끝나고 나서도 정상 가격으로 환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8억여원을 수취했다. 마지막으로 납품업체에 순매입액의 1~3%를 '정보처리비' 명목으로 수취했다.

사실 이번 제재 조치의 핵심은 올리브영의 EB(Exclusive Brand·단독 브랜드) 정책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올리브영은 2014년부터 중소 화장품 브랜드사들에 컨설팅과 마케팅, 판촉 행사 혜택 등을 제공하는 대신 자사에서만 제품을 판매하다록 하는 EB 계약을 체결해왔다.

랄라블라와 롭스 등은 올리브영이 EB로 묶은 브랜드에 접근할 수 없었다. 심지어 이들 회사의 판촉 행사에 나설 브랜드를 올리브영이 EB로 가로채 행사가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사례도 있었다. 전원회의에서 공정위 측 심사관은 "올리브영이 조직적으로 MD들을 교육해 경쟁사 브랜드를 빼오도록 했다"며 "이 같은 행위로 인해 랄라블라는 사업을 철수하고, 롭스는 롯데마트 내 15개 매장만 운영하는 등 규모가 쪼그라들면서 올리브영이 H&B(헬스 앤 뷰티) 스토어 업계의 독점 사업자로 자리매김했다"고 주장했다.

올리브영 측은 이에 맞서 "EB 정책은 올리브영 뿐만 아니라 유통업계 전반에 만연한 브랜드 전략"이라며 "랄라블라와 롭스의 사업이 축소된 것은 MD 역량 부족 등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올리브영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갖고 있는지도 주요 쟁점이 됐다. 공정위 심사관 측은 오프라인 H&B 스토어로 시장을 획정하면 올리브영에 시장지배적 지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봤다. 반면 올리브영 측은 "H&B 스토어는 단순한 마케팅 용어"라며 "실질적인 경쟁 관계를 고려하면 원브랜드숍, 뷰티편집숍 등도 관련 시장에 해당하며, 나아가 쿠팡과 네이버쇼핑 등 온라인 플랫폼도 경쟁자로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정위 전원회의는 "관련 시장이 오프라인 H&B 스토어보다는 확대돼야 한다"며 일단 올리브영의 손을 들어줬다. 유통시장 지형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어, 현 단계에서 올리브영이 시장지배적 사업자인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올리브영의 EB 정책이 시장경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무혐의가 아닌 '심의절차종료' 결정을 했다. 심의절차종료는 사실관계 확인이 곤란할 경우 공정위의 판단을 유보하는 결정이다.

김문식 공정위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은 "위원회가 지금 CJ올리브영의 EB 정책에 대해서 위법 결정을 내린 게 아니기 때문에 해당 정책을 이걸 계속한다고 해도 중단시킬 수는 없다"면서도 "EB 정책이 납품업체한테 불이익을 준다든지, 경쟁사와의 시장경쟁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는 계속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상현기자 hy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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