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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희의 정치사기] 국민 심판 머잖은 붕당 정치의 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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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희의 정치사기] 국민 심판 머잖은 붕당 정치의 굴레
조선후기 노소남인북인론(필사본). 조선 중기 학맥과 정치적 입장에 따라 형성된 정파인 노론(老論), 소론(少論), 북인(北人), 남인(南人)에 대해 필사한 책이다.<국립중앙박물관 e-뮤지엄>

"조정에서 노론, 소론, 남인의 삼색이 날이 갈수록 더욱 사이가 나빠져 서로 역적이라는 이름으로 모함하니, 이 영향이 시골에까지 미치게 되어 하나의 싸움터를 만들었다. 그리하여 서로 혼인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다른 당색끼리는 서로 용납하지 않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중환이 쓴 '택리지'는 당시 붕당 정치의 폐단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이중환이 살았던 숙종~경종 시기는 당쟁이 가장 극렬했던 시기다. 숙종은 왕권 강화를 위해 한쪽에 권력을 몰아주고, 그 세력이 커졌다 싶으면 다시 빼앗아 반대편에 힘을 싣는 환국을 되풀이했다. 1680년 경신환국 때는 서인, 1689년 기사환국은 남인, 1694년 갑술환국은 서인이 다시 집권했다.

집권 붕당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 같은당 사람끼리 혼맥과 학맥을 통해 결속력을 강화했고, 권력을 세습했다. 누구를 막론하고 자기당이 저지른 실수와 잘못은 인정하지 않았다. 성리학 경전을 깨알같이 인용해 내 편을 끝까지 감쌌다.

반대당에겐 관용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모든 잘못을 돌리며 벼랑 끝으로 몰아세웠다. 정쟁 과정에서 서인과 연결된 인현왕후가 폐위됐다가 복위되고, 남인과 연결된 희빈 장씨가 왕후가 됐다가 다시 강등된 사건은 드라마화될 정도로 유명하다. 정국은 경색됐고 민생은 완전히 도탄에 빠졌다.

"붕당의 폐해가 요즘보다 심한 적이 없었다. 처음에는 학문에 대한 해석이 달라 소란스럽더니, 지금에는 한편 사람을 모조리 반역하는 당으로 몰고 있다. 우리 나라는 사람을 쓰는 방법이 넓지 못한데 요즘은 모두 같은 당의 사람만 임용한다."

붕당을 제어하기 위해 탕평책을 쓴 영조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분석했다. 당리당략은 갈수록 노골화됐다. 붕당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인사들을 높게 평가해, 서원과 사당을 지어 경의를 표하기도 했다. 생명력이 참 질겼다.

결국 정국은 경색됐고, 민생은 완전히 도탄에 빠졌다. 영·정조 시기 탕평 정국을 거치며 붕당은 퇴조했지만, 정조 사후 왕권이 약화되고 세도정치가 대두하자 크고 작은 민란으로 이어졌다.

최근 여야의 모습도 조선시대 붕당과 닮아있다. 민주당 친명(친명계)는 최강욱 전 의원의 '설치는 암컷' 등 당내 설화가 잇따르는 데도, 오히려 두둔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심지어 '계엄선포'등 다른 극언이 배태한다. 제아무리 사회적으로 공감받지 못하는 일이라도 동료가 저지른 일은 무조건 비호하고 보는 식이다.

정부 여당 역시 다를 바 없다.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날(6일) 민주당의 소집 요구를 거부했다. 당시 민주당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경과를 규명하자고 했던 요구를 외면한 셈이다. 당리당략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당당하게 사실관계를 따지면 될 일이다.

예산안, 법안을 둘러싼 싸움은 점입가경이다. 이른바 '윤석열 표 예산'과 '이재명 표 예산'을 두고 줄다리기가 지속되고 있다. 결국 올해도 예산 법정 처리시한(12월 2일)을 넘겼다. 여야 원내대표는 7일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해, 내년도 예산안과 법안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오는 20일과 28일 각각 열기로 했다.

여야가 쟁투를 벌이는 사이 민생은 외면받고 있다. 아이돌봄 서비스 강화와 폭력 피해자 보호,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 방안 등 국민의 실생활과 관련된 것들이다.

조선시대 붕당과 오늘날의 여야, 참으로 비슷하다. 인간이 역사의 굴레를 벗어나기는 쉬운 일이 아닌 듯하다. 그러나 여야 의원들이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국민의 심판을 받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김세희의 정치사기] 국민 심판 머잖은 붕당 정치의 굴레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7일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위해 각각 국회의장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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