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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에 칼 빼든 금융당국] 16조 불법 외화송금에도 `솜방망이`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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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가벼운 영업정지·과징금
CEO·임직원 개인제재는 '0건'
[금융권에 칼 빼든 금융당국] 16조 불법 외화송금에도 `솜방망이` 처벌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은행장을 만나 의견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16조원 규모의 '불법 외환 송금' 사태와 관련해 금융위원회가 끝내 대표이사(CEO)와 임원을 징계하지 않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밝힌 "외화 송금 시스템을 적절히 마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CEO를 제재하는 건 과중하다"는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금감원이 사건 초기부터 확인되지 않은 사안을 무리하게 키웠고 결국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는 말들이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정례회의에서 은행권의 이상 외화송금 건에 대한 제재를 확정했다.

은행들은 대부분 3개월 이하 영업정지와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우리은행은 3개 지점이 영업정지 6개월, 과징금 3억1000만원으로 상대적으로 무겁게 처벌받았다. 신한은행, 하나은행, 농협은행은 모두 1개 지점이 영업정지를 받았고, 과징금은 각각 1억8000만원, 3000만원, 2000만원에 달했다.

KB국민은행(3억3000만원), SC제일은행(2억3000만원), 기업은행(5000만원), 광주은행(100만원) 등은 과징금만 부과받았고, NH선물은 본점 외국환업무에 대해 5.2개월 영업정지 제재를 부과받았다.

외국환업무 영업정지는 '중징계'로 분류되지만, 이는 금감원이 처음 사건 조사에 착수했을 때와는 판이한 결과다. 당시 금감원은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서만 지점 16개가 연루된 것으로 봤지만, 실제 두 은행에서 처벌받은 지점은 4개에 그쳤다.

파악한 이상송금 규모로 볼 때, 순차적인 수위의 제재도 이뤄지지 않았다. 금감원이 밝힌 국내은행 12개와 NH선물 등 13곳의 이상 외화송금 거래 규모는 총 122억6000만달러(약 16조원)다. NH선물의 이상송금 규모가 50억4000만달러로 가장 컸고 이어 신한은행 23억6000만달러, 우리은행 16억2000만달러, 하나은행 10억8000만달러, 국민은행 7억5000만달러, 농협은행 6억4000만달러 등이었다. 영업정지 개월 수와 비교해보면, 이상 송금 규모가 큰 신한은행이 우리은행보다 가볍게 처벌 받은 것이다.

CEO와 임직원 등 개인 신분 제재는 전무했다. 부실한 내부통제에 대해 CEO의 법적 책임 소지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은행장은 애초에 제재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금감원이 '김치 프리미엄' 정황을 정확히 확인하지 못한 결과로 보고 있다. 김치 프리미엄은 국내 가상자산과 해외 가상자산의 시세차익을 말한다.

국내 가상자산이 해외보다 상대적으로 비싸기 때문에 해외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하면 차익을 남길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금융위 제재 사유는 증빙서류 확인의무, 서류 보관, 송장(인보이스) 서명 확인의무 등 서류의 형식상 하자에 그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예고했던 엄정조치가 제재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금감원의 무리한 검사가 금융권에 어수선한 상황만 만들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외환시스템 전면 개편을 위한 입법절차를 추진하게 됐다"며 "자금세탁 관련 법 위반이나 개선 사항이 있는지 추가 검토할 예정 "이라고 전했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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