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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에 칼 빼든 금융당국] 증권사 랩·신탁 손실 눈덩이…금감원, 연내 제재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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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약정수익률에 출금 못해
수익률 맞추려 '채권 돌려막기'
홍콩H지수 ELS는 불완전판매
[금융권에 칼 빼든 금융당국] 증권사 랩·신탁 손실 눈덩이…금감원, 연내 제재 나오나


연말을 앞두고 금융가에는 뒤숭숭한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상품 불완전 판매 논란에 이어 개인 맞춤형 자산관리상품인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랩·신탁)을 둘러싼 고객들의 불만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최근엔 신한투자증권에서 대규모 랩·신탁 손실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불법 영업행태 근절을 뿌리 뽑겠다"고 다시 강조했다.

5일 금융당국과 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의 랩·신탁은 고객들이 약정한 수익률에 출금할 수 없는 상황이 이르렀다. 추정 평가손실만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랩·신탁의 평가손실은 작년말부터 예견됐다. 올해 5월 KB증권, 하나증권, SK증권이 랩·신탁 운용 현황에 대한 금감원의 전수조사를 받았다. 이후 9월까지 한국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유안타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등이 금감원 조사를 받아야 했다.

특정금전신탁(MMT) 등 랩어카운트와 채권형 신탁 상품을 판매하면서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전거래' 방식을 활용한 게 논란이 됐다. 일부 증권사들은 특수목적법인(SPC) 계좌나 고객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계좌에 채권들을 넣어 자전거래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는 고객과 약정한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이런 방식을 택했다고 해명했다.

당시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초 증권사들이 겪었던 상황을 뒤늦게 겪고 있다. IBK투자증권, 대신증권, 하이투자증권, DB투자증권 등 출금이 어려워지거나 타사로 잔고를 옮기는 곳들도 아직 조사를 받지 않아 비슷한 사례가 속출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9월엔 NH투자증권이 채권형 랩어카운트와 특정금전신탁에서 만기 불일치 때문에 발생한 손실에 대해 일부 손해배상 절차에 들어가기도 했다. 만기 불일치란 랩·신탁 계좌에 유치한 단기 자금을 장기 채권에 투자해 운용하는 방식으로, 금리가 급변동하면 평가 손익이 급변한다. 이런 방식의 자산 운용은 증권업계가 관행적으로 해왔으나 불건전 영업 행위가 아니냐는 논란도 계속 있었다.

NH를 비롯한 증권사들은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시장금리가 급등하며 채권 가격이 급락하는 바람에 채권형 랩·신탁에서 대규모 잠재손실이 발생했다. 그러면서 만기가 돌아오지 않은 채권을 한꺼번에 매각할 경우 손실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이자 복수의 내부 계좌들끼리 채권을 서로 사고파는 방식으로 위험을 회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랩·신탁 관련 제재 방안을 검토중"이라며 "개별 금융사에 대한 조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말까지 랩·신탁 제재 방안을 확정할지에 대해선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한투자증권의 손실 소식은 은행권의 홍콩H지수 연계 ELS 상품의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가운데 전해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금감원은 홍콩H지수 ELS 판매 잔액 15조8000억원 중에 7조8458억원을 판매(지난 8월 기준)한 국민은행의 현장조사 마무리를 이달 1일에서 6일로 연장했다.

홍콩H지수 ELS가 내년 상반기 대거 만기 도래하지만 연계 지수가 폭락한 만큼 현재로선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금감원은 해당 상품과 관련된 분쟁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고 불완전 판매에 대한 배상 기준안을 마련중이다. 상품 자체의 연장은 어렵고, 다른 상품을 만들어 사실상 연장하는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금감원의 홍콩H지수 ELS 조사는 은행권과 증권사 전수조사로 확대될 전망이다. 증권사 랩·신탁 역시 같은 맥락에서 계속 들여다 볼 것이라고 검사국은 못박았다.

업계에서는 금감원의 조사에 대해 복잡한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홍콩H지수 ELS 영업과 관련해 불완전판매를 하진 않았다"며 "영업 활동이 위축될 것 같다"고 말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랩·신탁 자전거래와 관련해 "채권을 장부가가 아닌 시가평가 방식으로 매매하고 있어 불공정행위는 어렵다"고 전했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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