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국제유가 하락속… `물가냐 세수냐` 유류세 인하 연장 딜레마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종료땐 물가상승 촉발 우려많아
정상화로 '세수결손 방지' 의견도
OECD·IMF "연장 말아야" 권고
정부 '단계적 축소' 연착륙에 무게
국제유가 하락속… `물가냐 세수냐` 유류세 인하 연장 딜레마
11월 1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주유소의 모습. [연합뉴스]



국제유가가 안정화 추세를 보이면서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 연장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이미 수차례 연장을 통해 유류세 인하 조치가 2년 넘게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재정 건전성을 위해 연장하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다만 유류세를 일시에 정상화할 경우 겨우 안정세로 접어든 물가가 다시 출렁일 수 있어 물가·세제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단계적 축소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재부는 이달 15~19일 사이 유류세 탄력세율 인하 조치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 앞서 유류세 인하 조치 종료를 앞뒀던 지난 8월과 10월에는 각각 17일에 인하 조치 연장을 발표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1월 다섯째주 휘발유 판매가격은 리터(ℓ)당 1641.2원으로 전주 대비 18.9원 내렸다. 경유 판매가격도 리터당 1585원으로 전주보다 22.8원 낮아졌다. 휘발유와 경유 모두 8주 연속 하락세다.

현재 기름값은 정부가 유류세 탄력세율 인하 조치를 처음 적용한 2021년말과 비슷한 수준이다. 2021년 11월 첫째주 휘발유값은 ℓ당 1787.9원이었는데, 탄력세율 20% 인하 적용 이후 12월 첫째주에는 ℓ당 1664.7원으로 떨어졌다. 2년 동안 인플레이션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것을 감안하면 현재 가격은 오히려 낮은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인하 조치를 종료하면 휘발유 가격은 ℓ당 205원, 경유는 212원이 오른다. 11월말 가격 기준으로 휘발유는 ℓ당 1846.2원, 경유는 1797원이 된다. 다만 최근의 국제 유가 하락세를 감안하면 월말까지 국내 유가는 지금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4일 기준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73.04달러로 국제유가가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국제 유가가 통상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유가에 반영된다.

하지만 총선을 앞둔 정부와 여당 입장에서 물가 상승을 촉발할 수 있는 유류세 한시적 인하조치 정상화는 '어려운 길'이다.


이날 발표된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3.3% 하락하면서 전월(3.8%)보다 소폭 낮아졌다. 석유류 가격이 전년 대비 5.1% 하락하면서 전체 물가를 0.25%포인트 끌어내린 영향이 컸다.
덜 걷히는 유류세가 나라살림에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유류세 수입 항목인 교통·에너지·환경세는 10월까지 9조원으로 전년 대비 4000억원 줄었다. IMF는 지난 15일 연례협의 보고서에서 "유류세 인하 조치는 올해 연말로 끝내야 한다"고 했고, OECD도 "취약 계층을 더 직접적으로 타겟팅하는 것이 낫다"고 밝혔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류세를 정상화하지 않으면 내년에도 세수 결손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물가 탓을 하는데, 사실 우리나라처럼 정부 주도로 물가를 억누르는 국가는 해외에서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단계적 환원'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인하 조치를 한번에 종료할 경우 리터당 200원이 넘는 '증세 충격'이 가해질 수 있으니, 유가가 일정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국제유가 하락폭에 맞춰 연착륙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내년 세입예산을 계산할 때 유류세 탄력세율 인하율을 연말까지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걸 전제로 교통·에너지·환경세 수입이 올해(10조 8000억원)보다 4조 5000억원 늘어난 15조3000억원 걷힐 것으로 봤다.

최상현기자 hyun@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