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기고] 농업소득 향상, 농협 상호금융이 앞장서자 -강호동 합천율곡농협 조합장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기고] 농업소득 향상, 농협 상호금융이 앞장서자 -강호동 합천율곡농협 조합장
강호동 합천율곡농협 조합장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농축인삼협 등 지역농협의 금융사업을 통칭하는 농협 상호금융의 성공 원인을 찾는다면 이 한마디가 잘 대변할 수 있다. 농협 상호금융은 농촌 고리채 해소를 목표로 1969년 출범한 이래 지역 밀착형 금융기관으로서 경쟁력을 발휘하며 지난 54년간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2023.10월말 기준 농협 상호금융의 전체 예수금 규모는 430조원에 달하고, 대출금은 340조원으로 총 금융자산이 770조원대로 시중은행 포함 국내 금융기관 중 최대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즉 금융자산 규모에서 국내 굴지의 시중은행을 제치고 농협 상호금융이 최대 금융기관으로 성장한 것이다. 농협 상호금융은 거대 자산규모에 맞게 고객수도 3,300만명을 넘어서고, 점포수는 전국 방방곡곡에 4,900여개를 보유하여 개별 시중은행 대비 5배가 넘는 점포망을 확보하고 있다.

농협 상호금융의 이러한 성공 배경에는 지역 밀착형 '관계형 금융' 전략이 크게 기여했다. 충성도가 높은 농업인 조합원 기반 위에 지역주민을 준조합원으로 포함시켜 고객기반을 확대하면서, 지역 맞춤형의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해 타 금융기관과의 차별화를 확보했다. 조합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상당수는 연고지 근무자로 지역 사정이나 주민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친근한 서비스 제공을 통한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데 차별화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즉 일반 상업은행이 은행과 고객의 상호 이익을 추구하는 '재무형 금융' 사업방식이라면, 농협 상호금융은 지역 고객과 직원들이 밀접한 관계를 맺고 교류를 강화하는 '관계형 금융' 방식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특화된 우위를 확보해 온 것이다.

농협 상호금융은 출범 이후 농업인 조합원의 실익 증진과 지역사회 발전에도 크게 기여해 왔다. 1969년 농협 상호금융이 출범하게 되면서 당시 농촌사회에 만연해 있던 연간 50∼60%의 살인적인 고리채 문제가 해소되는 성과를 달성했다. 농협 상호금융은 출범 후부터 지금까지 농업인에게 적기에 농업자금을 공급하는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오고 있으며, 오늘날 농산물 유통의 모세혈관 역할을 하는 APC(농산물산지유통센터)와 RPC(미곡종합처리장) 등 농업분야에 사회적 투자가 늘어나는 데에도 크게 기여하였다. 1980∼90년대에는 정부의 정책자금을 농촌에 지원하는 파이프라인 역할을 담당하였고, 2000년 이후에는 선진 금융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농업인과 지역주민에게 다양한 금융 콘텐츠를 제공해오고 있다. 특히 국내 최대 고객기반을 확보하고 있어 결제와 지급업무가 주 업무인 디지털 금융에서도 타 은행에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인 성장과 함께 그동안의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농협 상호금융은 농협이 '돈장사'에만 치중한다는 뼈아픈 비판을 받는 원인으로 지목되어 왔다. 이러한 비판이 제기되게 된 가장 큰 요인은 농협 상호금융이 양적으로 크게 성장하는 동안 농업인들의 삶은 그만큼 개선되지 못했다는 사실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22년 농업인이 영농활동으로 벌어들인 가구당 농업소득이 949만원에 불과해, 30여년 전인 1994년 농업소득 1,032만원에도 못 미칠 정도로 퇴보하였다. 또한 농림어업이 우리나라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0년 3.9%에서 올해에는 1.6%로 축소되었다. 농가소득의 경우에도 2002년 도시근로자가구 소득의 71.9% 수준이었는데, 2022년에는 59.1%로 그 격차가 벌어졌다.

협동조합 사업은 주식회사와 달리 이익의 극대화나 주주배당 확대가 목표가 아니므로, 조합원의 영농활동과 소득 개선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양적 성장의 결과만으로 칭찬을 받기 어렵다. 따라서 농협 상호금융이 조합원과 다수의 국민들로부터 인정받기 위해서는 농업협동조합의 설립 목표인 농업인 조합원의 농업소득 향상에 기여하는 역할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다수 학자들은 프랑스와 네덜란드가 유럽의 농업 강국으로 발돋움한 데에는 크레디아그리꼴과 라보뱅크 등 세계 최고의 농업협동조합 금융기관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역설한다. 프랑스는 세계 2위의 농업국가로 국토 대비 농지비율이 30%에 달하며, 국토면적 세계 130위인 네덜란드는 미국에 이어 전 세계 2위의 농산물 수출 강국이다. 프랑스 농업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돋움한 데에는 세계 6위 안에 드는 초대형 농업협동조합 금융그룹인 프랑스 크레디아그리꼴의 역할이 컸다고 평가받고 있다. 크레디아그리꼴은 프랑스 전역에 지역은행, 광역은행, 중앙은행 기반을 구축하고 농업자금 지원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프랑스 농업인들은 이러한 크레디아그리꼴을 '우리의 은행'이라 여기며 크게 신뢰하고 있다.

프랑스 크레디아그리꼴과 네덜란드 라보뱅크의 농업자금 대출 지원방식에서 필자가 주목하는 부분은 대출 심사 시 컨설팅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 크레디아그리꼴의 경우 농업인 대출 시 지역 사정이나 농산물 유통 등에 대한 전문가인 특별분석가나 농업전문가가 심사과정에 참여한다. 즉 일반적인 재무정보 외에 이들 전문가의 조언이나 컨설팅 의견이 심사과정에서 중요하게 작용한다. 현재 우리 농협에서 취급하는 '농업종합자금'이 2000년 출시된 배경에도 당시 정부와 농협, 학계가 프랑스 크레디아그리꼴과 네덜란드 라보뱅크의 농업금융시스템을 견학한 후 이러한 컨설팅 기법을 대출 심사과정에 반영해 제도화한 것이다. 이러한 대출시스템의 도입이 현재우리 농협의 '스마트팜종합자금'이나 '청년농업인 스마트팜종합자금'으로 연계되어 지속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농협 상호금융은 농업인이나 지역주민에게 필수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며 국내 최대 금융기관으로 성장해 왔으며, 50년을 넘어 새로운 100년을 향해서도 지속 도약해 나갈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크레디아그리꼴과 라보뱅크와 같이 농업인들에게 '우리의 은행', '농업인을 위한 은행'으로 인정받고 국민들에게 신뢰받기 위해서는 협동조합 고유의 목적인 농업 발전과 농가소득 향상을 위한 금융서비스 확대에 더욱 노력해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농협 상호금융이 농업인에게 필요한 영농자금을 적기에 공급하고, 청년농업인과 벤처농업법인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한편, 라보뱅크와 같이 식품사업이나 농산물 유통사업, 농업분야에 대한 R&D 지원까지도 진출하여 우리 농업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는 초석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