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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인구축소, 관성적 정책 모두 버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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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인구축소, 관성적 정책 모두 버려야
"삼천만 잠들었을 때 우리는 깨어, 배달의 농사형제 울부짖던 날, 손가락 깨물며 맹세하면서, 진리를 외치는 형제들 있다." 1980년대 대학가에서 자주 불렀던 '농민가'는 대한민국의 총인구를 3000만 명으로 가정했다. 당시 북한의 인구를 포함, 5000만 민족이라는 말도 사용되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인구가 3000만 명을 넘어선 것은 1967년도의 일이다. 이후 국내 인구는 1984년 4040만 명, 2000년 4700만 명, 2012년에야 5000만 명에 도달했다. 45년간 인구가 2000만 명 늘어나면서 초·중·고 및 대학교 신설과 주택, 도로 건설, 공장 확충 등 팽창중심의 정책이 이어졌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인구는 2020년 5183만 명을 기점으로 감소하고 있다. 저출산의 여파다.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72명에서 지난 3분기에는 0.7명으로 낮아졌다. 사망자수가 출생아보다 많은 인구 자연감소는 2019년 11월 이후 48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현재처럼 합계출산율 0.7명이 계속될 경우 2040년 총인구는 4916만 명으로 예측된다. 이제 인구 축소시대에 적합한 정책과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에서는 최근 낮은 출생률에 경각심을 갖고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결혼자금 1억5000만 원까지는 증여세를 면제하는 세법개정안, 주택구입자금은 최대 5억 원까지 3.3% 이자 대출을 골자로 하는 신생아 특례대출. 다소 늦었지만 환영할 만한 정책이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인구 감소기의 사회적 충격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부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

벌써부터 낮은 출생률로 인한 후유증은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유치원, 어린이집은 물론 많은 초등학교가 문을 닫았다. 초등학교 교사 임용이 대폭 줄어들었다. 학령인구 감소의 여파는 이제 중·고교, 대학에까지 미치고 있다. 교육과 문화, 일자리 등을 이유로 지역 젊은이들의 수도권 유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의 '지역간 인구이동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 인구증가에 대한 지역 청년 유입의 기여율이 78.5%에 달한다. 반면 호남, 부산경남, 대구경북권의 청년 유출현상은 87.8%, 75.3%, 77.2%로 심화되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이들 지역청년들의 유입 등으로 청년 감소를 실감하지 못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농촌지역에서는 아이울음소리가 사라진 지 오래다. 마을이장도 구하기 힘든 실정이다. 빈집이 늘어가는 가운데 70·80대 노인들이 힘겹게 농사를 짓고 있다. 이들은 농경지를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한다. 도시인들은 땅을 사고 싶어도 경자유전(耕者有田)이라는 헌법문구에 막혀 있다. 지난 2021년 터진 LH공사 직원들의 일탈은 고령 농민들의 출구를 막아놓았다. 늘어나는 휴경지와 빈집에 대한 이렇다 할 대책이 없이 귀농의 구호만 난무한 상황이다. 인구감소기에 접어들었지만 정부에서는 신도시 건설 등 수도권 팽창 정책은 그대로다. 정부는 1989년 나온 '200만호 주택건설'의 신화에 여전히 사로잡혀 있다. 노태우 정부의 수도권 90만호 건설은 상당기간 서울의 집값 안정에 기여했다. 이후 1기 신도시 성공모델을 교과서처럼 서울집값의 해결책 역할을 해왔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그린벨트에 대규모 주택단지를 짓고, 그곳을 연결하는 도로와 지하철 등을 연결해왔다. 그렇게 서울은 팽창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신도시 건설은 인구팽창기의 정부정책일 뿐이다. 인구 감소기에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은 그냥 과거를 관행적으로 답습하는 것이다. 이는 지역 청년들의 수도권 유입을 부추길 뿐이다. 당장에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10년 뒤에는 국가에 해가 된다.

총인구가 5000만 명이 넘어서면서 대한민국의 국력도 높아졌다. 현재 대한민국은 경제력 세계 10위, 군사력 6위로 평가된다. 김치와 태권도 중심의 한국문화도 K-팝, K-문화로의 확대로 이어졌다.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의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도 한국제품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내세우고 있다. 그렇기에 인구 5000만 명 시대는 한국의 최전성기를 상징하고 있다. 인구축소시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을 준비해야 한다. 출생률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넘어 지역의 일자리, 교육, 의료, 문화를 어떻게 확충할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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