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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의 지리각각] 하이힐 허하지 않는 서울, 反페미니즘 도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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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쭉날쭉 울퉁불퉁 깨지고 패이고
콘크리트, 인조대리석으로 교체를
걷다 만나는 '하수구 악취 폭탄들'
귀신 나올 것 같은 난잡한 간판들
가시적 성과 이어 디테일에신경을
[이규화의 지리각각] 하이힐 허하지 않는 서울, 反페미니즘 도시인가
서울은 2021년 4월 보궐선거로 오세훈 시장이 취임해 제2차 임기를 시작한 이후 빠르게 변하고 있다. 가시적인 도시 행정 측면에서 건물높이와 용적률 완화를 통한 건축 세련화와 녹지의 획기적 확충, 교통 인프라 고도화, 관광 및 생활 어메니티의 대대적 확보, 대관람차와 여의도 제2세종문화회관 건설 계획 등이 우선 떠오른다. 전임 시장이 서울을 '상하좌우'로 옥좨 '회고적 도시'로 만든 것에 비교하면 가히 천지개벽이다. 이로 인해 시민의 편익이 크게 증대되고 여가 활용의 수준도 향상되며 관광객 유입도 크게 늘고 있다. 일단 큰 어젠다에서 서울의 변화는 합격점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없지 않으니 사소한 것 같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디테일한 측면이다. 울퉁불퉁 보도블록과 하수구 악취, 그리고 귀신이 튀어 나올 것 같은 간판, 이 세 가지다.

◇보도블록, 비즈니스 도시라면 하이힐 싣고 편안히 걸을 수 있어야

서울의 보도블록(人道, sidewalk)은 들쭉날쭉 울퉁불퉁 깨지고 패이는 등 고르지 못하다. 글로벌 비즈니스 도시라 부르기 부끄러울 정도다. 광화문과 강남, 여의도 CBD 지역 일부와 신축 오피스 빌딩 부근을 제외하고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엉망인 데가 적지 않다. 여성이 하이힐을 싣고 걸을 마음을 감히 가질 수 없다. 여성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하다. 하이힐을 싣지 말라고 웅변하는 것 같다. 심지어 '反여성 도시', 反페미니즘 도시로 오해받지 않을까 싶다.

서울의 보도블록은 도심과 신규 건축된 대형 빌딩 주변을 제외하면 주로 A4 안팎 크기 각양의 벽돌이 소재다. 벽돌을 아무리 잘 꿰맞춰도 틈이 나기 마련이고 얼마 안 가 어긋나기 일쑤다. 깨지기도 쉽다. 이에 반해 뉴욕 런던 도쿄 등은 인도용 콘크리트 시공이나 넓은 인조대리석을 주로 사용한다. 따라서 틈이 없거나 거이 나지 않으며 표면이 고르다.

현대 메가시티 간 경쟁은 첨단 고층빌딩이 많고 적음, 널찍한 도로망 등에서 갈리기보다는 작지만 디테일한 부분에서 승부가 난다. 그 디테일에서 보도블록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소재 못지 않게 문제가 되는 게 유지 관리의 소홀이다. 보도블록을 정기적으로 검사하고 유지 관리하는 것은 시와 구의 기본이다. 간혹 깨지고 결손된 상태가 수개월 또는 수년이 지나도 방치돼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보도블록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표면이 고르고 균일한 상태여서 걷는데 장애가 없어야 한다. 틈이 벌어지거나 패인 곳이 있어선 안 된다. 이런 곳은 하이힐을 신은 여성이 아니더라도 보통 구두의 굽도 박힐 수 있고 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

조명도 신경을 써야 한다. 최근 횡단보도 바닥에 LED 조명등을 설치하는 등 안전보조 장치는 발전하고 있으나 인도의 조도는 충분한 수준이 아니다. 가로등은 높이 달려있어 보행 보도블록까지 밝히지 못한다.

차제에 뉴욕이나 런던, 도쿄처럼 인도용 콘크리트 시공이나 대면적의 인조대리석으로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블록 판과 판 사이가 틈이 생기지 않도록 시공에서도 디테일을 망각해선 안 된다.

◇하수구 악취, 도시 인상을 결정적으로 추락시켜

하수구 악취는 여행자들은 잠시 겪는 고충이지만 시민들은 일상화된 고통이다. 세계 대부분의 도시는 어느 정도 하수구 악취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서울은 유독 악취 문제가 도드라진다. 외국인들도 서울의 인상을 구기는 대표적 요소로 하수구 악취를 꼽는다. 하수구 악취 관리에 성공한 외국 도시를 찾아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다.

서울을 비롯한 세계 많은 메가시티들은 하수구 망에 환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필요량에 비하면 시스템의 용량은 터무니없이 작다. 특히 서울은 지형의 높낮이가 뉴욕 런던 도쿄보다 심해 하수구 냄새가 특정 지점에 축적됐다 외부로 빠져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악취는 더 심하다.

세계 각 도시들은 하수구 악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적 연구에 투자하고 있다. 뉴욕은 악취 센서를 설치하고 대응 시스템도 구현 중이다. 냄새를 중화시키는 약품의 사용도 가능하나 환경적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특정 자외선(UV)을 이용해 하수구를 소독하고 냄새를 유발하는 박테리아 및 미생물을 제거하는 방법도 있다. 악취에 대항하는 향을 발산시켜 냄새를 중화시키는 것도 제안된다. 하수 관로나 배관 설비에 하수 트랩이나 씰(seal)을 설치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하수구 내 악취의 외부 발산을 막기 위해 마스킹을 하는 것이다. 냄새 유출을 차단하는 차폐설비를 각 하수구 입구나 맨홀에 설치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하수구 시스템, 배수구, 배관 설비를 정기적으로 유지 관리하고 청소를 하는 일이다.

◇간판, 정신 혼란시키는 공해

서울의 간판은 무질서하고 난잡한 것으로 악명이 높다. 더러 각 구청에서 디자인 공모전이나 시범 개선작업 등을 실시함으로써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간판 공해는 심각하다. 조례를 정해 서울 거리의 간판을 하루속히 정비해야 한다. 서울의 간판 문제는 이 난에서 전에 지적한 바 있다.('공원 백 개 만든들 이거 안 바꾸면 허당… 끔찍한 간판들', 2022년 8년 26일) 그 때 지적을 토대로 간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고민해본다.

크기, 형태, 색깔, 부착방식 등에서 서울의 간판은 무개념·무질서·무법 3무가 판을 치고 있다. 간판법과 그 시행령, 각 자치단체의 조례를 보면 간판은 1업소 1개가 원칙이다. 예외적으로 2개까지 허용하지만, 이를 지키는 업소는 거의 없다.

행안부 조사에 따르면 시중 간판의 절반가량이 불법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중앙정부와 지자체, 업소, 주민 모두 개선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방치 중이다. 늘 보아온 모습이니 문제의식마저 실종된 듯하다.

간판은 도시의 얼굴이다. 잘 정돈된 가로수와 보도블록, 빼어난 디자인의 빌딩, 잘 가꿔진 공원을 가진들 거기 부착되고 서있는 간판이 후진적이면 다 된 밥에 코를 빠뜨리는 격이다. 현 서울의 혼란스럽고 너저분한 간판을 놔두고 도시미학과 도시경쟁력을 말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간판을 바꾸지 않고는 서울에 휘황찬란한 랜드마크가 즐비해도 돼지입술에 립스틱일 뿐이다.

해외 주요 도시들은 간판을 공공 예술의 캔버스로도 활용한다. 최근 모바일 길찾기 시스템이 잘 갖춰졌기 때문에 간판이 크거나 요란할 필요가 없고 중요성도 떨어졌다. 때문에 기왕의 간판을 시각적 매력을 강화하고 도시의 정체성을 창조하기 위한 공공 예술로 승화시키는 일이 필요하다. 서울은 그 경지까진 바라지 않더라도 적어도 규정을 준수토록 해야 한다.

거듭 확인하건대 울퉁불퉁하고 금가고 깨진 보도블록, 악취 하수구, 난잡한 간판 이 세 가지는 서울이 지금 시급히 해결해야 할 작지만 중대한 과제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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