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9일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가 실패로 끝난 것에 대해 "모든 것은 대통령인 저의 부덕의 소치"라며 "엑스포 유치를 지휘하고 총책임을 진 대통령으로서, 부산 시민을 비롯한 우리 국민 여러분께 실망시켜 드린 것에 대해서 정말 죄송하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발표한 긴급 담화에서 러 "기업인과 정부 관계자 등 민관이 정말 열심히 뛰었다. 저도 96개국 정상과 150여차례 만났고, 수십개국 정상들과는 직접 전화통화도 해왔지만 저희가 (회원국들을) 접촉하면서 느꼈던 (투표)입장에 대한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다"며 이 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엑스포 유치를 위해서 불철주야 수고한 박형준 부산시장, 그리고 유치위원회 민관 합동유치위원회 공동 위원장인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의장, 한덕수 국무총리, 그리고 바쁜 일정에도 그야말로 기업의 업무를 제껴놓고 최선을 다해서 뛴 이재용 삼성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을 비롯한 많은 기업인들, 그리고 직원들, 그리고 우리 외교부의 본부와 또 재외공관 직원들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저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로 하고 지난 2021년 7월, 부산에 가서 2014년부터 부산 시민들이 2030엑스포를 유치하기 위해 애써온 열망을 목격하고, 또 정부에서 지원해줬으면 하는 아쉬움과 무관심에 대한 실망감도 느꼈다. 그래서 대선 과정에서 제가 대통령이 되면 범정부적으로 부산 엑스포유치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을 드렸다"며 "당선인 시절에는 고맙게도 우리 기업들이 여기(엑스포 유치에) 함께하겠다고 민관이 공동으로 일하겠다고 참여해줘서 지난 1년 반 동안 정말 아쉬움 없이 뛰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아울러 "(회원국들을) 접촉하면서 느꼈던 (투표)입장에 대한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다"며 "이 모든것은 전부 저의 부족이라 생각해달라. 제가 이것을 잘 지휘하고 유치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대통령인 저의 부족의 소치라고 하겠다"고 유치 실패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윤 대통령은 비록 부산엑스포 유치는 실패했지만 서울과 부산을 두 개의 축으로 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정책은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은 "부산엑스포 유치는 단순히 부산만의 발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서울과 부산 두개 축으로 해서 우리나라 균형 발전을 통해 비약적인 성장을 하기 위한 시도였다. 우리가 지금 특정 지역만 발전하는 불균형 성장을 해서는 잠재적 성장력을 키우고 비약적인 성장을 하기 어렵다"며 "마치 축구에서 운동장을 전부 써야 좋은 경기가 나오듯이 이제 우리는 세계 10대 경제강국으로 더 점프하려면 우리 국토의 모든 지역을 저희가 충분히 산업화해서 다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그러기 위해서 저는 영호남 지역은 부산을 축으로, 또 서울을 축으로 하는 수도권 충청 강원 지역을 발전시키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 생각했다"며 "멀리 외국에서 보면 대한민국이라 하면 서울밖에 모르고, 그게 아주 보편적이다. 그래서 부산을 세계에 알리고, 이걸 거점으로 해서 영호남 지역을 견인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비록 엑스포 유치에는 실패했지만 이러한 우리 국토균형발전 전략은 그대로 추진될 것"이라며 "부산을 해양과 국제금융과 첨단산업, 디지털의 거점으로서 계속 육성하고, 영호남의 남부지역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서 굳이 서울까지 오지 않더라도 남부 지역에서 부산을 거점으로 모든 경제산업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을 차질없이 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국제사회에 이야기한 대로 전쟁의 폐허에서 이만큼 성장하는데 국제사회에서 많은 도움받았기 때문에 이제 우리가 돌려주려고 한다. 그래서 부산 엑스포는 나눔의 엑스포고 연대의 엑스포라는 점을 강조해왔다"며 "대한민국의 대외 정책 기조에는 전혀 변함이 없고, 우리의 글로벌 중추국가 외교라는 기조 하에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있는 기여는 대한민국의 국격을 위해서도 반드시 철저하게 추진하고 이행해나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윤 대통령은 2030년 엑스포 개최권을 따낸 사우디아라비아에 축하의 말도 건넸다. 윤 대통령은 "우리의 핵심 파트너국인 사우디가 원하던 리야드엑스포 개최를 성공적으로 이루게 돼서 정말 축하한다. 그동안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서 준비해왔던 자료와 경험과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산을 사우디에 충분히 지윈해 사우디가 2030년에 성공적인 엑스포를 개최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윤 대통령은 끝으로 "다시 한번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모든 것은 제 부족함"이라며 "그렇지만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노력과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있는 기여라는 국정 기조는 차질 없이 수행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국제박람회기구(BIE)는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제173차 총회를 열고 2030년 엑스포 개최지 투표를 진행한 결과 165표 중 119표(72.1%)를 얻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최종 개최지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한국 부산은 29표(17.6%), 이탈리아 로마는 17표(10.3%)를 받았다.
엑스포 개최지는 1차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을 득표해야 한다. 리야드는 득표율 72%를 넘겨 1차 투표 문턱을 넘었다. 부산은 1차 투표에서 리야드의 3분의 2 득표를 저지한 뒤 2차 투표에서 로마 표심을 흡수해 막판 역전극을 노렸으나 아쉽게 1차 투표에서 고배를 마셨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실패에 대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