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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의 서가] 한 세기 전 서울, 그 곳의 문학길을 거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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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야기
김남일 지음 / 학고재 펴냄
[논설실의 서가] 한 세기 전 서울, 그 곳의 문학길을 거닐다
"조선의용군 포로 김학철이 일본 나가사키 형무소 복역 중 맥아더 사령부의 석방 명령서를 받아든 것은 10월 9일이었다. 서울에 나타난 것은 그러고도 한참이나 더 시간이 흘러서였다. 그때 그는 목발을 짚은 외다리였다. 총상 입은 다리를 형무소에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결국 잘라야 했던 것이다. 그는 이제 곧 어지러운 해방 조국에서도 독특한 이력을 지닌 소설가로 첫발을 뗄 터였다." (본문 중)

딱딱한 문학사(史)와 문학이론의 틀은 배제한 채 독자들을 식민지 시대와 해방 공간 서울 땅 구석구석으로 안내하며 작품과 작가들에 얽힌 얘기들을 전해주는 책이다. 문학 작품을 좌표 삼아 소설 속 서울을 되짚으며 그 장면장면에 담긴 '사람'과 '삶'을 들여다 본다. 최남선, 이광수, 홍명희. 박태원, 염상섭, 채만식, 윤동주 등 걸출한 근대 작가들이 남긴 생생한 문학의 발자취를 더듬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홈명희는 1902년 중학동 사립 중교의숙에 입학했다. 코흘리개부터 스무살 넘은 장정까지 한 교실에 섞여 있었다. 홍명희는 학교에 갈때마다 조부에게 절을 했다. 그러면 2전 5리 백동전 한 닢을 받았다. 그 돈으로 대개 담배를 사서 피웠다. 쉬는 시간마다 학교 복도는 담배 피우는 학생들로 '너구리 굴'이 됐다. 조선 문단 최초의 여성작가로 기록되는 김명순은 일본에 유학갔다가 1915년 일본 육사 출신 조선인 이응준 소위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그녀는 자살을 시도했지만 살아났다. 하지만 성폭행 사실이 조선의 신문지상을 통해 보도되면서 입방아에 올랐다. 경성으로 돌아왔지만 세상은 그녀를 '나쁜 피'라고 매도했다. 이는 그녀가 작가 생활을 할 때도 꼬리표처럼 따라 다녔다.



책에는 지금은 가볼 수 없는 공간들이 꿈결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시간이 흘러 이젠 볼 수 없는 한 세기 전 서울이다. 책장을 넘기면 장마철 북촌 풍경, 종로 네거리의 순이, 이광수가 살던 북악의 산자락 등이 생생하게 그려질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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