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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행정망 사흘만에 불안한 복구… 역시 또 人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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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교육망 이은 세번째 먹통
20년된 노후 시스템 방치한 결과
원인도 몰라 'IT강국' 민낯 노출
19일 오후에 복구… 오늘이 고비
국가 행정전산망 장애가 사흘만에야 불완전 해소됐다. 전쟁이 벌어진 것도 아닌데 행정망이 마비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정부는 사흘 동안 내내 원인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채 허둥지둥댔다. 올들어서만 지난 3월 법원의 전산시스템 마비, 지난 6월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먹통 등에 이은 세번째다. 국민들은 주민등록등본과 인감증명 등을 못떼 발을 동동 구르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전자정부 세계 1위라는 명성은 온데간데 없고 '먹통 정부'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은 19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정부24를 통해 민원을 발급하는 데에 불편함이 전혀 없고, 이틀간의 현장점검 결과 시도·새올행정시스템도 장애가 없다"면서 "지방행정전산서비스는 모두 정상화됐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개된 서비스가 보다 안정화되도록 계속 모니터링하고 상황을 관리해 20일에는 국민께서 불편함이 없게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시스템 다운 후 민원전산망 정부24는 18일 임시 복구됐지만, 공무원 업무용 '새올'은 19일 오후에야 복구됐다. 업무량이 급증하는 20일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불완전한 복구에 사흘씩이나 걸린 것이다. 이렇게 오랜 기간이 걸린 건 민간 기업이라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행안부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한국지역정보개발원 등 관계기관과 함께 '지방행정전산서비스 장애 대응 상황실'을 운영하기로 했다. 상황실에서는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을 위해 전문 요원들이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이상 징후 시 즉각 대응할 방침이다. 고 차관은 "정상적으로 운영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혹시 모를 장애 발생에 대비해 아이디·패스워드 로그인 방식 전환, 수기 접수 처리, 대체 사이트 안내 등 필요한 조치를 즉시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7일 당일 처리하지 못한 민원은 신청 날짜를 소급 처리하는 등 국민 피해가 없도록 하고 다른 불편 사항에 대해 적극 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고 차관은 재발 방지를 위해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보완대책을 마련하고, 민간전문가, 정부·지자체·관계기관이 참여하는 '지방행정전산서비스 개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종합대책을 수립하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그는 이날 "국민들께서 겪으신 불편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앞선 지난 17일 새올 시스템은 사용자 인증과정에서 장애가 발생하며 전국 지자체 공무원들의 시스템 접속이 중단됐다. 이로 인해 동 주민센터 등 민원 현장에서 증명서 발급이 전면 중단됐다. 당일 오후부터는 정부 온라인 민원서비스인 정부24도 접속이 지연되다 멈춰서 민원서비스가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정보관리원에는 정부 행정전산망 '시도 새올행정시스템'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들이 있다. 지난 16일 정보관리원이 새올에 연결된 네트워크 장비 프로그램 업데이트를 진행한 이후 17일 오전 전산망 사용자 인증과정 문제를 시작으로 민원서류 발급이 전면 중단됐다. 행안부는 18일 정부24 서비스를 임시로 재개해 PC, 앱 등에서 민원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새올에 접속하는데 필요한 전자서명증명서(GPKI) 인증시스템 중 네트워크(L4 ) 장비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확인돼 해당 장비를 교체하고 서비스를 재개한 것이다.


이후 정부가 시군구·읍면동 주민센터에서 현장 점검을 벌인 결과 문제가 재발하지 않았으나 평일 대비 사용자 접속량이 현저히 적은 점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서비스 재개 이후 주민등록 발급 등 24만여 건의 민원이 정상적으로 처리됐다.
정확한 원인 규명도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행안부 관계자는 "장애가 발생한 원인은 인증시스템 중 네트워크(L4 ) 장비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발견했는데 그 안에 어떤 부분이 실제로 문제를 일으켰는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면밀한 조사를 거쳐서 확정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 역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온다. IT강국을 자부하면서도 그에 걸맞지 않은 공공 IT사업 환경을 방치해온 결과라는 것이다. 20년 가까이 노후화된 행정정보시스템의 차세대 작업은 시작도 못한 상태다. "전산 담당 조직이 폐쇄적으로 운영돼 비상사태 발생 시 대응 능력도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김명주 서울여대 교수(정보보호학)는 "늦어도 수시간 내 복구됐어야 할 시스템이 이틀 넘도록 장애가 이어진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이런 문제가 재발할 가능성이 적다고 볼 수 없다. 정부 시스템 전반에 대한 진단·점검이 이뤄질 필요가 있고, 나아가 공공 IT 프로젝트 환경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석준·팽동현기자 mp1256@dt.co.kr

[기획] 행정망 사흘만에 불안한 복구… 역시 또 人災였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를 방문해 사흘째 이어지고 있는 정부 행정전산망 장애 복구를 위한 현장점검 도중 본인의 등본과 인감 서류를 발급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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