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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의 지리각각] 주소 두 개로 꿩 먹고 알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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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지방, 상대 바라보는 시각 반대
서울과 지방은 영원한 길항관계 아냐
삼척에 서울 은퇴도시 조성, 인구 이동
독일 副주소제, 세금 내고 선거권 보유
복수주소제, 지방소멸 방어막 효과 커
[이규화의 지리각각] 주소 두 개로 꿩 먹고 알 먹고
서울쥐 시골쥐 우화에는 요즘 서울 사람과 지방 사람이 상대방을 바라보는 시각이 들어있다. 시골을 방문한 서울쥐는 먹는 음식이 보잘것없자 "서울엔 맛있는 음식이 얼마든지 있다"며 시골쥐를 서울로 초대했다. 서울로 올라온 시골쥐는 부엌에 맛있는 음식이 풍부한 걸 보고 부러워한다. 하지만 음식을 먹으려면 빈번히 오가는 사람들의 눈과 발로부터 도망가야 해 제대로 먹질 못했다. 시골쥐는 "맛있는 것이 아무리 많아도 마음 편히 먹을 수 없으니 차라리 초라하더라도 속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시골이 낫다"며 시골로 돌아가 버렸다는 얘기다.

최근 서울 메가시티 논란도 이 우화에 빗대 볼 수 있다. 반대하는 이들은 시골쥐처럼 서울에 편입돼봤자 '서울시민'이라는 허울 외에 혜택 줄고 세금 더 걷는 일밖에 더 있겠냐는 생각이다. 반면 메가시티 찬성파는 서울쥐처럼 열악한 도로나 대중교통 여건이 개선되고 일자리도 더 생길 것이니 좋지 않냐고 본다. 겉으로 화려하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서울편입'과 불편하더라도 큰 문제 없는 평온적 삶의 '현상유지' 간 대립이다.

그러나 서울쥐와 시골쥐가 영원히 길항관계로 남아야 할 운명인가? 그렇지 않다.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하면 서울쥐는 시골에서 잘 살 수 있고 시골쥐도 서울에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그 제도적 해법 중 하나가 복수주소제 또는 부(副)주소제다. 현재는 주소지 등록은 한 지역에서만 허용하는데, 두 지역도 가능하게 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서울시민이 강원도나, 충청도 등에 또 하나의 주소지를 갖게 된다.

◇서울집중 반감 해소

지난 9일 서울시와 강원도는 삼척시에 30만㎢(약 9만평) 규모의 귀촌 도시를 조성한다는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2000~3000 가구를 지어 4억 원대에 분양함으로써 은퇴 서울 시민들이 이주해 살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입주는 2028~2030년쯤으로 잡고 있다. 은퇴 후 여유로운 지방 생활을 가로막는 것이 병원과 멀리 떨어진다는 것인데, 이것도 해결했다. 입주할 때쯤 귀촌 도시 인근에 강원대 병원이 들어서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런 은퇴도시를 전북 새만금 등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한다.

은퇴자가 평화롭고 안전하게 의료서비스 걱정 없이 사는 은퇴도시는 해외 선진국에서는 이미 1960년대부터 시작됐다. 미국 애리조나주의 선시티는 4만 명에 이르는 은퇴자들이 정착해 잘살고 있는 성공 케이스다. 서울시와 강원도의 은퇴도시 조성 계획은 최근 불거진 서울 메가시티 추진에 반감을 가진 일부 지방 지자체의 저항을 누그러뜨리는 데도 효과적이다. 한편에선 서울로 집중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서울의 인구와 자원의 지방 이동이 촉진되기 때문이다. 서울과 지방이 윈윈한다는 점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다.

이 은퇴도시 프로젝트의 성공에 쐐기를 박는 것이 바로 복수주소제 또는 부(副)주소제다. 은퇴자들이 지방에 주소지를 하나 더 등록해도 서울에 주소지가 돼있으니 서울 부동산에 대한 세제상 불이익이 없도록 방지하고, 지방에 주소지를 가짐으로써 거주를 지방에 붙들어놓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독일과 일본의 사례

복수주소제를 도입된 대표적인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은 연방법에 주소지를 두 개 등록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2021년 기준 8200만 인구 중 약 1.5%인 120여만 명이 주주소지와 부(副)주소지를 갖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양쪽에 모두 주민세를 납부한다. 선거권 역시 두 지역 모두에서 행사할 수 있다.

인구 고령화와 지방 소멸 위기를 우리보다 먼저 겪기 시작한 일본은 '관계인구'라는 개념을 도입해 쓰고 있다. 독일처럼 법제화 된 건 아니고, 지자체들이 도시민들을 유입시키기 위해 거주비나 교통비를 일부 지원함으로써 지역에 장기간 머물게 하는 정책이다. 1년에 1개월 이상 거주하는 인구를 보통 '생활인구'라고 하는데, 일본의 관계인구는 이 생활인구 개념을 활용한 것이다.

◇장점 살리고 단점 보완하면 효과

한국지방행정학계를 중심으로 수년 전부터 복수주소제가 지역 인구소멸, 지역경제 쇠락의 극복 방안으로 제안돼왔다. 행정안전부는 올해부터 복수주소제를 시범 도입할 뜻을 비쳤으나 현재까진 특별한 움직임이 없다.

물론 복수주소제는 장·단점이 있다. 장점으론 지방의 주민세 등 각종 지방세 수입이 증가한다. 지방 생활인구가 늘어 인구감소로 인한 지방소멸 우려를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 서울 자원이 지방으로 이동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

반면 부동산 투기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또 인구통계가 복잡해지는 단점도 있다. 복수주소가 아닌 부주소를 부여하면 혼란이 적겠지만, 인구통계적으로 감안할 요소들이 늘게 된다. 지자체의 지방재정분담금과 지방교부세 계산이 복잡해진다.

그러나 부작용을 피할 수 있도록 제도 설계를 정교하게 하면 복수주소제는 성공 가능성이 충분하다. 서울쥐 시골쥐 우화에 힌트가 있다. 먹을 것 변변치 않은 시골쥐를 서울쥐가 위로하고, 먹을 건 많지만 번잡하고 위험한 곳에 사는 서울쥐에게 평화로운 시골 삶을 권유하는 시골쥐 간 선린(善隣)의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한쪽에서 서울 메가시티가 추진되고 한쪽에선 지방소멸 우려가 높아지는 지금이 복수주소제를 도입할 적기다. 사회경제적 여건도 호의적이다. 주4일근무제를 도입하는 직장이 늘고 있고 세컨드하우스를 갖는 추세도 가속화하고 있다. 복수주소제는 서울쥐와 시골쥐가 어깨동무 할 수 있는, 꿩 먹고 알 먹는 제도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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