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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DT인] `지주사 섹터` 처음 만든 주인공… "아싸 기질탓에 남들 안보는 것도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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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
증권 애널리스트 한우물 20년… 한걸음 앞선 시장전망으로 유명
"섹터, 혼합된 벨류체인으로 변화과정… 리서치 회사 설립이 꿈"
[오늘의 DT인] `지주사 섹터` 처음 만든 주인공… "아싸 기질탓에 남들 안보는 것도 보죠"
'전문가'로 인정받으려면 한 분야에서 10년 넘게 경력(커리어)를 쌓아야 하는 게 보통이다. 기계나 식품 분야에서는 15년 이상이면 명장으로 선정된다. 이상헌(52·사진) 하이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2006년 애널리스트 생활을 시작해 곧 20년을 꽉 채우는 국내 증시 전문가다. 그간 '제4차 산업혁명 시대, 사야 할 주식', '세상을 바꾸는 제4차 산업혁명의 미래' '코로나 이후 사야 할 주식', '다가올 3년 대전환 시대에 사야 할 주식' 등 출판사 요청으로 출간한 책만 5권이다.

여의도 증권가 한복판에 위치한 하이투자증권 본사에서 만난 이 연구위원은 아직 '지주사'라는 섹터가 뚜렷치 않았던 지난 2007년 증권사 리포트에 '준지주사'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쓰고 지주사 섹터를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다. 정부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들에게 지주사 설립을 허용, 2000년 LG가 처음으로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첫발을 내딛었지만 2007년까지 투자 섹터로는 별달리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 연구위원은 "2004년과 2005년에 대(對)중국 수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2006년부터는 외환위기 당시의 부실이 모두 해소됐다. 지주사들도 부실을 털어낸 후의 실적이 반영되는 일만 남았다고 판단해 관련 리포트를 발간하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지주사에 주목해야 한다'는 이 연구위원의 리포트가 발간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주요 지주사 관련 종목의 주가는 5~10배 올랐고, 지주사 관련 펀드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시장 수요가 커지자 다른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도 지주사 섹터를 따로 분석하기 시작했다.

이 연구위원은 카카오가 다음과 합병하기 전인 2011년 비상장사인 카카오에 대한 리포트를 처음 발간했다. 리서치센터 리포트에서 비상장사를 거의 다루지 않는 때였지만, 이 연구위원은 페이스북과 비교해 기업가치를 평가하고 모바일 시대로 가면서 카카오가 현재의 '선물하기' 서비스 같은 신규 비즈니스를 내놓을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을 리포트에 담았다.

이 연구위원은 "돌이켜보면 2014년에 전기차를 얘기하고 2018년에는 인공지능(AI)을 언급했다"면서 "주식시장은 항상 새로운 것이 나타나면 (투자자들이) 이를 추구하고, 또다시 새로운 것이 나오는 과정 속에서 움직인다"고 말했다.

초짜라면 초짜라고 할 수 있는 1년차 애널리스트 시절에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새로운 섹터에 대한 보고서를 쓸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이 연구위원은 "학생 때부터 성격 자체가 아웃사이더 기질이 있었다"면서 "아웃사이더는 '주류'에서 벗어나 있어 주류에 있으면 볼 수 없는 반대의 측면도 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청소년기부터 매일 신문을 읽던 습관과 함께 3년간 대신증권에서 펀드 매니저 생활을 한 것도 시장을 바라보는 눈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됐다. 이 연구위원은 "청소년기 때부터 매일 종이신문을 꼼꼼히 읽는 것이 습관이었는데,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각 기업들의 역사와 흐름, 매출구조 등이 머릿속에 그려져 있었다"며 "특히 펀드 매니저 시절 기업 탐방을 500~600군데 다니면서 시장을 바라보는 다양한 인사이트가 체득됐다"고 전했다. 또 "기억력이 좋은 편이라 아직도 800~900개 종목의 매출 구조를 외울 정도"라며 웃었다.
그는 지금도 지주 섹터를 맡아 리포트를 발간하고 있다. 2018년 현대차가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 발표할 당시에도 현대모비스 분할비율이 총수 일가에 유리한 '꼼수'라는 골자의 부정적 리포트를 내, 현대차의 주주총회는 결국 무산됐다. 국내 주요 기업의 연대기를 꿰고 있어 기자들이 주주행동주의처럼 과거 역사를 함께 이해해야 하는 주제를 취재할 때 단골 취재원이기도 하다.

국내 지주사 구조를 오랫동안 지켜봐온 만큼 개선 방향에 대한 의견도 확고했다. 지배주주와 소액주주의 관계가 개선돼야만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도 해소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지정학적 요인이 컸는데 지금은 낙후돼있는 한국의 지배구조 요인이 더 크다"면서 "국내 지주사들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하면 우리나라 주식시장 자체가 리레이팅(가치재평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령 그룹사 대주주들의 경우 배당을 준다고 하면 소액주주의 당연한 권리가 아니라 '자기 돈'을 준다고 생각해서 아까워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인식들이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20여년간 증시를 지켜보면서 얻은 통찰력은 "시장은 결국 밸류에이션(가치평가)에 회귀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주식시장은 항상 유동성과 밸류에이션, 두 가지의 흐름 속에서 움직인다"며 "특정 종목들이 유동성에 의해 상승하기도 하지만 이는 한때에 그칠 뿐 결국에는 밸류에이션에 수렴하게 된다"고 조언했다.

한걸음 앞서 시장을 전망해온 이 연구위원은 또 새로운 미래를 보고 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섹터 체계는 점점 무의미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섹터는 주식을 특정 주제나 업종 등으로 그룹화한 것을 의미한다. 스탠터드앤푸어스(S&P)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공동 개발한 글로벌산업분류기준(GICS)에서는 섹터를 에너지·소재·산업·임의소비재·필수소비재·헬스케어·금융·IT·커뮤니케이션 서비스·유틸리티·부동산 등 11개로 분류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는 섹터가 어느 한 업종으로 분류되기보다는 혼합된 밸류체인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겪게될 것"이라면서 "융복합 산업 시대에서는 어떤 분야인지가 중요하지 각각의 섹터는 더 이상 의미가 없고, 리서치계에서도 이렇게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연구위원은 "기존의 섹터 체계를 파괴하고 각 분야별 성장성에 집중할 수 있는 리서치 회사를 설립하고 싶다"며 "수요자들의 궁금증을 시원하게 해결해줄 수 있는 리서치를 계속 해나가는 게 꿈"이라고 전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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