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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활동 지휘 `전령사` 파고든 연구자들…최소 수천만 목숨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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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활동 지휘 `전령사` 파고든 연구자들…최소 수천만 목숨 구했다
코로나19 mRNA 백신을 개발한 카탈린 카리코(Katalin Kariko·왼쪽) 독일 바이오앤텍 수석 부사장과 드루 와이즈먼(Drew Weissman)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교수가 202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사진=로이터

"성공하기만 한다면 의학계를 완전히 바꿔놓을 것임을 알아챘다."

스테판 방셀 모더나 CEO(최고경영자)의 얘기다. 이전에 매출 0원이던 모더나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mRNA 백신을 상용화해 세계 누구나 아는 기업이 됐다.

모더나와 화이자는 실험실에서 나온 mRNA 연구성과에 최신 기술과 임상기법,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더해 코로나19가 발병한 지 1년도 안된 2020년 후반기에 백신을 상용화했다. 이전에 10년 걸리던 일이 10분의 1로 줄어든 것.

◇생명활동을 좌우하는 숨은 전령사 'mRNA'

mRNA는 1961년에 발견됐다. m은 메신저의 약자로, 단백질을 만들기 위한 정보를 세포에 전달하는 전령사 역할을 한다. 거의 모든 생명체가 mRNA의 중간소통 역할 덕분에 단백질을 만들고 생명활동을 한다.

mRNA가 주는 정보를 토대로 생명체는 각종 효소와 호르몬, 항체 등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2005년까지도 mRNA를 이용해 단백질을 만드는 연구는 진척이 없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mRNA를 실험용 쥐에 주입하면 면역 거부 반응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단백질을 만들기도 전에 mRNA가 힘을 쓰지 못했다.

◇mRNA 구조 바꿔 면역거부 반응 극복

카탈린 카리코와 드루 와이즈먼을 비롯한 연구자들은 이 장애물을 뛰어넘는 문을 찾았다. 2005년 카리코와 와이즈먼이 관련 연구성과를 발표했다.

mRNA는 A, U, C, G 네 종류의 염기가 길게 연결된 사슬 구조다. 이들 염기는 각각 매우 복잡한 구조를 가진다. 카리코와 와이즈먼은 이 복잡성을 인식하고 mRNA의 구성물질들을 아주 비슷하지만 미묘하게 조성이 다른 물질로 교체했다. 변형된 mRNA는 탄소 한 개와 수소 세 개가 존재하는 메틸기를 가지는 게 특징이다.

이렇게 구조적 변형을 가한 mRNA로 실험한 결과 면역반응이 일어나지 않았다. 생명체는 메틸화된 mRNA를 만들어내는데 이전의 실험에서는 메틸화되지 않은 mRNA를 주입하다 보니 면역 반응이 일어난 것. 장애물을 극복하자 기술 상용화에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었다.


생명활동 지휘 `전령사` 파고든 연구자들…최소 수천만 목숨 구했다
mRNA 연구 과정 <자료:기초과학연구원>

◇모더나·바이오앤텍, mRNA 상용화 도전
이 연구성과를 눈여겨 본 데릭 로시 등이 2010년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LS18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이 회사는 이후 사명을 모더나로 바꿨다. 독일에서는 2008년 바이오앤텍이라는 바이오 스타트업이 창업했다. 이 회사는 2013년 카리코를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이후 바이오앤텍은 화이자의 투자를 받아 코로나19 상황에 mRNA 백신을 상용화했다.

과학자들은 mRNA를 메틸화하는 방법을 알아낸 데 이어 세포 안에서 충분한 단백질을 생산하도록 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카리코를 비롯한 바이오앤텍 연구진은 2014년 mRNA의 효과를 높여주는 4가지 방법을 개발하고 논문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최적화된 mRNA 작동법이 확보됐다.

과학자들은 또한 mRNA가 세포 안으로 효과적으로 파고들 수 있도록 지질 나노입자로 둘러싸는 방법을 고안했다. 나노입자가 이중으로 RNA를 감싸서 분해되지 않도록 보호하면서 세포 안으로 RNA가 들어가도록 돕는 방식이다. RNA는 세포 안팎에 있는 분해효소의 위협을 받는데, 지질 나노입자는 이런 공격으로부터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mRNA 코로나 백신, 초기 1년에만 2000만 목숨 구해

RNA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들어내면 우리 몸의 면역세포의 일종인 수지상세포가 이 단백질을 가공해 우리 몸의 면역 세포들에 전달한다. 몸 속에서 이런 면역 공장이 돌아가니 백신 기업들은 밖에서 미리 만들어서 체내에 넣어줄 필요 없이 mRNA만 넣어주면 된다. 백신 개발과 생산에 드는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코로나19가 발발한 중국의 과학자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서열을 모더나에 보낸 후 모더나 측은 48시간만에 백신 설계를 끝냈다. 이후는 첨단 기술과 자본이 힘을 발휘했다. 미국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상용화를 위해 12조원을 투입했다. 코로나19 mRNA 백신은 개발에 착수한 지 10개월 정도 만에 상용화됐다.

mRNA 연구에 평생을 바친 카리코와 와이즈먼은 결과적으로 팬데믹 상황에서 수천만의 목숨을 구했다. 당장은 산업적 가능성이 적고 돈이 될 것 같지도 않은 기초과학에 투자해서 얻어낸 성과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ICL) 연구진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처음 이뤄진 2020년 12월 8일부터 2021년 12월 8일까지 1년 동안에만 약 2000만명이 백신 덕분에 목숨을 구했다는 분석결과를 2022년 6월 국제학술지 '랜싯 전염병'에 발표했다. 2023년까지 최소 수천명을 구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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