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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섭의 내로남불] 이재명, `단식 카드` 왜 안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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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로 끝났다. 지도부를 비롯한 당 안팎에서는 부결 가능성을 높게 점쳤기에 정치권은 물론 민주당 안팎에서도 의외의 결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이 대표 체포동의안의 가결은 대부분 스스로 자처한 측면이 크다. 묘수로 보였던 단식 카드도, 당을 수습할 수 있던 여러 차례의 기회들도 결국 이 대표가 살려내지 못한 것이 2표 차 가결의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차 체포동의안과 비교해 기권 10표→ 가결 표로

이날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찬성 149표, 반대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로 가결됐다. 지난 2월 1차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찬성 139표, 반대 137표, 기권 9표, 무효 11표였다는 사실은 감안하면 이날 투표 결과는 기권·무효표에서 10표가 가결 표로 옮겨간 셈이다. 이는 1차 체포동의안에서 마지막까지 이 대표의 거취를 정하지 못하고 망설이던 의원들 중 절반이 2차 투표에서는 이 대표에게 등을 돌렸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간의 체포동의안 정국의 흐름을 여야의 극한 세 대결로 인해 거대양당이 결집해온 것으로 바라봤다면 이런 현상을 설명하기 쉽지 않다. 갑자기 상대 진영으로 넘어간 것처럼 비치기 때문이다.

[임재섭의 내로남불] 이재명, `단식 카드` 왜 안통했을까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진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한 투표가 끝난 뒤 여야 의원들이 개표 도중 논란이 된 표를 검사하고 있다. '가'라고 쓰인 글자가 종이에 비친다. 연합뉴스.

◇1차 때 확인된 단일대오 '균열'에도…비명 끌어안지 않은 이재명

하지만 비명계의 시점에서 바라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체포동의안 부결 직후 쇄신 논의가 오갈 때를 제외하면, 이 대표의 이후 행보는 비명계에게 위협적으로 다가왔을 가능성이 크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좌초로 끝난 '김은경 혁신위'다. 1차 체포동의안 정국에서 가까스로 부결돼 거취를 지킨 이 대표는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코인 논란과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도덕성을 비판받자 이를 쇄신하겠다며 혁신위를 띄웠다. 쇄신하는 모습으로 비명계와 공감할 기회였지만 첫 위원장 내정자의 '9시간 사퇴 사건' 등 처음부터 친명계 혁신위원장을 임명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고, 이후에도 김은경 혁신위에게 전권을 부여하며 '이재명표' 혁신을 밀고 나갔다. 그럼에도 김은경 혁신위가 1호 안건으로 제안한 불체포 특권 포기에 대해서는 조속한 처리를 주저했고, 오히려 2차 혁신안에는 체포동의안 기명 표결이 포함되는가 하면, 마지막 3차 혁신안에는 대의원 투표를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혁신위의 본래 취지인 내년 총선을 앞둔 혁신과는 큰 상관이 없는 반면 이 대표의 당권 강화와는 직접적인 상관이 있는 안이 제안된 것이다. 비명계에겐 '분명하지 않은 입장표명을 계속하다간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임재섭의 내로남불] 이재명, `단식 카드` 왜 안통했을까
지난 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단식 투쟁 중인 국회 본청 앞 천막에서 김은경 전 혁신위원장을 만나는 모습. 연합뉴스.

◇악화하는 측근 재판 과정에도…설명보단 검찰 탓 일관

또한 이 대표가 1차 체포동의안에서도 이탈표를 확인하고도 '정치검찰의 무리한 수사'라는 역공 프레임을 2차 체포동의안 표결 그대로 가져간 것도 결과적으로 패착이 됐다. 냉정하게 보면 1차 체포동의안 표결과정에서 이미 민주당 내부의 동요를 막고 단일대오를 형성하는 것에 '정치검찰' 프레임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점이 확인됐지만, 이 대표는 "증거 하나 없다"면서도 같은 프레임을 고수했다. 물론 이 대표가 몇 차례 취재진에게 구체적인 사실을 설명하는 자리를 만든 적은 있었으나 여기서도 뾰족한 반론이나 속 시원한 해명은 나오지는 않았다.

오히려 1차 체포동의안 때와 달리 2차 체포동의안 표결이 임박한 시점에서는 이 대표 측근의 재판이 상당히 진행되면서 이 대표에게 불리한 여건이 형성됐다. 특히 국회의원들의 상당수가 법조계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표면적인 정치적 입장과 별개로 각 의원들이 재판 과정을 보면서 재판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여지도 커졌다.

실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표결된 날 검찰은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해야 한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앞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정민용, 남욱 변호사 측은 모두 돈을 전달한 사실을 인정한다고 밝혔고, 김 전 부원장 측만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해온 데 따른 것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2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재판 이야기로 민주당의 '정치검찰' 주장을 손쉽게 반박했다.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윤관석 의원도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엔 정치검찰의 기획수사이자 야당탄압이라고 주장했으나, 막상 재판이 시작하자 범행을 자백했다는 설명이다.

[임재섭의 내로남불] 이재명, `단식 카드` 왜 안통했을까
21일 김진표 국회의장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동훈 법무장관에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취지를 짧게 설명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야당 의원들이 고성으로 항의하자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고 말하는 한편 한 장관에게도 당부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묘수'였던 단식, 그렇지 못한 메시지

그럼에도 이 대표는 '단식' 카드를 꺼내 들어 마지막 기회를 만들어냈다. 출구 없는 단식의 딜레마를 피하기 위해 단식 철회의 조건도 명시하지 않았고, 단식과 투쟁을 병행해가며 대여투쟁 선봉에 서는 모습으로 동정론도 끌어냈다. 당초 검찰이 소환 일정으로 제시한 11일~15일 출석을 두고 기 싸움을 벌이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있었지만 이 대표는 이를 훌쩍 넘겨 단식하며 대여투쟁에 선봉에 섰다. 막판까지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부결이 유력하다' 전망이 나왔던 이유다.

하지만 이 대표가 단식 와중에 발송한 메시지는 당원 등 지지층 결집엔 도움이 됐을지언정 표결엔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후 이 대표의 단식이 블랙홀처럼 모든 정치권의 이슈를 빨아들이면서 민주당은 당내 갈등이 언급될 수 없는 분위기로 흘러갔다. 사실상 비명계가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 조성됐고, 표로 의사를 표현할 수밖에 없는 전개로 흘러갔다는 얘기다.

이 상황에서 체포동의안 표결 직전 지도부에서 '부결 권유'가 나왔다. 단식 후 SNS도 잘하지 않고, 이후 위급하고 의사표현도 잘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긴급히 병원으로 이송됐던 이 대표가 8일 만에 SNS에 약 2000자 분량으로 체포동의안 부결을 호소한 것이다. 갈수록 상태가 악화할 수밖에 없는 단식 과정 속에서 이 대표가 낸 목소리인 만큼 이 대표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더욱 또렷하게 전달됐고, 역효과를 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재섭의 내로남불] 이재명, `단식 카드` 왜 안통했을까
지난 19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방문해 입원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문병하는 모습. 공동취재=연합뉴스.

◇'뒤끝' 보면 비명계는 '오인'하지 않았다

특히 이날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후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반응을 보면, 비명계가 친명계의 진의를 오인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최고위원들은 이날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가결 표를 던진 의원들의 행동을 '해당행위'로 규정했다. 표결 전에는 '당론으로 권유했을 뿐, 자율투표'라고 강조해놓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자 입장을 뒤집어 "해당행위"라며 비판한 것이다.

아울러 박광온 원내대표가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로 한 것과 달리, 친명계 최고위원들은 "당을 조속히 안정시키기고 이 대표를 끝까지 지킬 것"이라며 사퇴에 선을 그었다.임재섭기자 yjs@dt.co.kr

[임재섭의 내로남불] 이재명, `단식 카드` 왜 안통했을까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정청래 최고위원 등이 2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에 대한 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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