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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人문화] `그림의 치료적 힘`에 푹 빠진 30년… "예술과 의료는 국경이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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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인 첫 獨훔볼트대 병원서 인턴 수료… 美·日서도 프로페셔널 과정 마쳐
그림 대중화 영향 '그림의 힘'낸 베스트셀러 작가…내달 제3권 출간 예정
국내외 재난현장서 피해자·유가족 돌봐… "그림과 대면하는 자체가 큰 힐링"
[산업人문화] `그림의 치료적 힘`에 푹 빠진 30년… "예술과 의료는 국경이 없잖아요"
김선현 대한임상미술치료학회장. 본인 제공



국내 미술치료계 최고 권위자… 김선현 대한임상미술치료학회장

"예술과 의료는 국경이 없다고 봐요. 세계 만국 공통이 돼서 특별한 언어나 환경이 필요없잖아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장기적으로 미술치료를 해나갈 수 있는 연구들을 계속 하고 있어요."

트라우마 전문가이자 국내 미술치료계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김선현(55·사진) 대한임상미술치료학회장은 미술로 많은 사람들을 치료해야겠다는 초심을 유지하며 끊임없이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심리 프로그램을 만들어가고 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작가로 활동하던 그는 석사 진학을 앞두고 접한 아르바이트를 통해 그림의 치료적 힘에 눈을 떴다. 장애아동의 그림을 보면서 일상과 심리가 연결돼 있다는 점을 깨달은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건 자신을 위한 예술세계지만, 미술로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면 더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에 미술교육으로 석사과정을 밟았다.

이후 석사를 했던 한양대학교 응용미술학과에서 미술치료 파트 논문을 의사들과 공동 발표하면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양인 최초로 독일 베를린 훔볼트대학교 부속병원에서 인턴과정을 수료했다. 일본 기무라 클리닉 및 미국 MD앤더슨암센터 예술치료 과정과 프랑스 미술치료 프로페셔널 과정을 마쳤다.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교수 및 디지털 치료센터 임상센터장, 차병원 차의과대학 교수와 미술치료 대학원장을 역임하고 베이징 의대 교환교수, 제주국제평화센터장, 세계임상미술치료학회장 등을 지냈다. 현재는 국제아트테라피센터 원장, 한·중·일 임상미술치료학회장, 대한트라우마협회 이사장, 미술로 치유와 평화를 꾀하는 전시 기획자로서 활동하고 있다.

[산업人문화] `그림의 치료적 힘`에 푹 빠진 30년… "예술과 의료는 국경이 없잖아요"
김선현 대한임상미술치료학회장.



동일본·중국 쓰촨성·네팔 지진, 세월호 사고, 포항 지진, 강원도 속초·고성 산불 등 국내외 재난현장에서 피해자와 유가족의 마음을 돌봤으며, 코로나19 감염병 스트레스 극복을 위한 '심리적 방역' 전문상담도 진행했다. '광복 70주년 기념 역사가 된 그림전' '한·중 교류전 소통-치유전' '한·중·일 트라우마 작품전', 한·중·일·북한이 참여하는 '평화와 예술전', '2022 한중수교 30주년 현대미술특별전' 등을 기획했다.

중국을 오가느라 바쁜 김 학회장을 19일 서울 종로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 학회장은 중국외에 베트남, 아프리카 등 치유가 필요한 여러 나라를 연구하며 꾸준히 치료 일에 종사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한중일 임상미술치료학회도 이같은 의지에서 시작됐다. 동양에서 미술치료를 하는 교수가 있다는 게 알려지면서 김 학회장은 미국과 유럽 등에 초청강연도 많이 다녔다. 프랑스에서 학술대회 발표를 할 때 동양에서 임상미술치료를 하는 나라가 한국뿐이지 않느냐는 질문에엔 충격을 받기도 했다.

김 학회장은 "한국에 돌아와서 며칠동안 고민을 하다가 동양 3개국이 함께 하는 학회를 빨리 만들어야겠다 싶어 바로 일본으로 갔다"며 "일본은 다행히 임상미술치료가 있어 같이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은 당시 의료가 워낙 낙후돼 미술치료를 전문적으로 하는 곳은 없었지만, 베이징의대 부속병원은 병원 안에서 환자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더라"며 "그래서 함께 하게됐고, 한중일 임상미술치료학회가 탄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人문화] `그림의 치료적 힘`에 푹 빠진 30년… "예술과 의료는 국경이 없잖아요"
김선현 대한임상미술치료학회장.



김 학회장은 출간에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내놓은 미술·트라우마 관련 책만 60권가량 된다. 그는 "학자로서 미술치료를 알리는 길은 출간밖에 없더라"며 "다른 취미생활이나 오락을 하지 않는 대신 여가시간에 책을 쓴다"고 밝혔다.

"책을 써야겠다고 결심했을 당시엔 미술치료 관련 번역서만 한두권 있었는데 우리나라 실정과 맞지 않았어요. 한국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야겠다 싶어 자폐스펙트럼,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매 등 필요한 서적들을 내왔죠. 2015년에는 '그림의 힘'이라는 대중서를 발간했어요."

'그림의 힘'은 명화를 보는 데 특정한 지식이 필요하다는 고정관념을 허물었다. 그림을 즐겁게 감상하면서 자신을 변화시키는 기회도 제공한 덕분에 베스트셀러가 돼 누적판매량 22만부를 넘겼다. 김 학회장은 "우울하거나 불안할 때 그림으로 치료가 될 수 있고, 예술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어 과감하게 자기계발서로 넣었다"고 전했다.

'그림의 힘'은 그림의 대중화에도 영향을 끼쳤다. 누구나 그림으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해준 것이다. 다음달에는 표지를 바꾸고 내용을 보강한 '그림의 힘' 3번째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많은 독자들이 큰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며 "집에 그림 하나 걸고 치유해보라고 권할 때도 있었는데 이제 우리나라가 그림의 천국이 됐다"고 흐뭇해했다.

김 학회장은 그림 감상에 대해 "그림과 내가 대면한다는 자체가 큰 힐링이 되고 자신에게 하나의 보상이 될 수 있다"며 "평소 그림을 보면서 정신과 심리를 관리하면 스트레스 예방 의학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환자와 상담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일을 통해 봉사도 하게 되니 일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다"며 "일이 제 기쁨"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 이후 사람들이 다시 희망을 갖고 회복하기 위해선 세계적으로 치유가 필요한 시기예요. 다른 나라와 같이 연구도 하고 협력해 임상미술치료로 같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역할을 이어갈 계획이에요. 가족과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왔고, 주변사람뿐 아니라 저를 필요로 하는 이들을 위해 앞으로 할 일이 많습니다."

박은희기자 eh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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