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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DT인] 친구같은 SW와 40년 동행… "혼자공부? SW는 몰입·협업의 연속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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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대학때부터 프로그래밍에 특출… 휴먼컴퓨터 창업멤버 참여도
"SW는 스스로 파고들때 실력늘어… 교육생들 혹독한 정글을 실감하죠"
[오늘의 DT인] 친구같은 SW와 40년 동행… "혼자공부? SW는 몰입·협업의 연속이죠"
전영표 이노베이션아카데미 학장



전영표 이노베이션아카데미 학장

"첫 과제를 받아든 교육생들의 표정은 한 마디로 '멘붕' 그 자체예요. 홈페이지 주소와 아이디, 패스워드만 주고 문제를 푸라고 하는데 문제가 어디 있는지, 뭔지를 찾는지부터 난관의 연속이죠. 첫 과제를 치른 교육생의 75%가 0점을 받아요."

전영표(60·사진) 이노베이션아카데미 학장은 "SW(소프트웨어) 개발 전문가를 꿈꾸며 이노베이션아카데미에 도전한 이들이 처음 느끼는 감정은 무한 좌절"이라고 말했다.

이노베이션아카데미는 전공과 나이에 상관 없이 SW 개발자의 꿈을 이루도록 하겠다는 모토로 운영되는 SW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이다. 프랑스 '에꼴42' 프로그램을 도입해 2년 비학위 과정으로 운영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IITP(정보통신기획평가원)가 서울시와 협력해 2020년 1월부터 운영하는 이 프로그램은 전통적인 강의식 교육과는 거리가 멀다. 가르치는 사람도, 보고 배울 교재도 없다. 학생 스스로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SW 실력을 키우는 방식이다. 교재와 교수가 없는 대신 동료간 협업, 인터넷 활용에 초점을 맞춘 실험적 교육이 이뤄진다. 만 3년을 넘긴 이노베이션아카데미의 누적 교육생은 2300명에 달한다. 올 하반기 200명을 추가로 뽑으면 2500명으로 늘어난다.

국내 대학에 전산학과가 생긴 지 얼마 안 된 1981년 광운대 전산학과에 입학해 KAIST에서 전산학 석·박사를 받은 전 학장에게 SW는 평생친구 같은 존재다. 중·고등학생 때부터 세운상가를 다니며 전자부품 만들기를 즐겼던 그는 기왕이면 컴퓨터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전산학과에 입학했다고 한다. 학부시절부터 프로그래밍 실력이 특출났다. 난이도 높은 컴파일러나 어셈블러 만들기 과제를 과에서 거의 유일하게 해냈다.

KAIST 박사과정 중이던 1987년은 국내에 한창 SW 벤처 붐이 불 때였다. 한글과컴퓨터, 안랩, 핸디소프트 같은 SW 기업들이 등장했다. 전 학장은 '문방사우'라는 문서편집 프로그램으로 알려진 휴먼컴퓨터에 창업멤버로 참여했다. 아래아한글이 나오기 전이었다. 네트워크·보안 기술기업 퓨처시스템 창업에도 참여했던 그는 '아리랑' 워드프로세서와 그룹웨어를 선보였던 핸디소프트에 CTO(최고기술책임자)로 합류해 10년 정도 일했다.

이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컨설턴트, 대전테크노파크 SW사업단장, NIPA(정보통신산업진흥원) 전문위원, IITP SW PM을 지낸 후 연세대 소프트웨어학부 교수로 있다가 지난 2월 이노베이션아카데미 2대 학장으로 취임했다.

SW와의 인연이 어느덧 40년이 넘는 전 학장은 "SW는 누군가의 강의를 듣는 것보다 스스로 도전하고 파고들 때 실력이 쑥쑥 커지는데 이곳의 교육방식이 그렇다. 나도 대학과 KAIST, SW 벤처에서 밤새가며 SW를 파고들 때 그랬다"면서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학생들과 교감하면서 도움을 주면 보람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노베이션아카데미에는 10대부터 50~60대, 고졸부터 박사까지 나이와 학력에 상관 없이 같은 꿈을 가진 이들이 모인다. 사회에서의 성적과 스펙은 이곳의 문을 두드리는 순간 초기화된다. 특히 본과정을 앞두고 한달간 거치는 죽음의 예비과정 '라피신'을 통해 교육생들은 확실한 정신무장을 한다. 빈 화면에서 문제부터 찾아야 하는 첫 과제가 주어진 지 10분 정도 만에 절반 이상이 포기한다. 혹독한 정글에 내던져졌음을 실감한 교육생들은 믿을 것은 인터넷 검색과 동료밖에 없음을 절감하고는 살아남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 그리고 절대 해내지 못할 법한 과제를 해내는 신기한 경험을 한다. 그 과정에서 옆자리 동료의 소중함도 깨닫는다.

전 학장은 "처음부터 매우 깊이 있고 많은 것을 다뤄야 하는 문제가 주어진다. 해낼 수 있을까 했는데 해내더라"고 했다.


학생들을 버티게 하는 힘은 몰입과 협업이다. 전 학장은 "요즘 학생들은 거의 혼자 공부하는데 현업 개발현장은 협업의 연속이다. 개발자마다 모듈을 맡아서 개발하고 이를 연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코드도 서로 리뷰해줘야 한다"면서 "이곳에선 학생들이 살아남기 위해 대화하고 서로 가르쳐준다. 그렇게 2~3주차가 되면 0점이 점점 줄어들고 본과정에 가면 협업이 익숙해진다. 토론과 협업이 몸에 밴 개발자는 기업 현장에 가면 인기가 많다"고 밝혔다. 이어 "이곳에서 배운 것 중 SW 개발보다 더 큰 것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의견을 내고 협업하는 법이라고 얘기하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과제를 스스로 부딪혀 가며 푸는 경험을 한 이들은 몰입해서 한 단계 한 단계 다음 레벨로 나아간다.

[오늘의 DT인] 친구같은 SW와 40년 동행… "혼자공부? SW는 몰입·협업의 연속이죠"
전영표 이노베이션아카데미 학장



전 학장은 "한 학생은 아직 2년이 안 됐는데 레벨이 17로 교육생 중 가장 높다. 보통 2년 기초과정이 끝나면 레벨10, 11 수준인데 매우 드문 사례"라면서 "놀랍게도 그 학생은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대학도 가지 않았다. 그런데 이 곳에 와서 파헤치고 알아가면서 실력을 키우고 있는 거다. 뭔가에 중독된 것처럼 몰입하다 보니 밤을 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처음 이노베이션아카데미의 교육 시스템을 보고 깜짝 놀랐다. 친근하고 쓰기 쉬운 그래픽 화면이 특징인 요즘 프로그래밍 환경과 달리 이곳에서는 까만 화면에 커서가 움직이는 1980년대에나 쓰던 시스템을 쓰고 있더라. 유닉스 기반 C 프로그램을 주로 쓰고 편집기도 VIM이란 텍스트 편집기를 쓰는데, 처음엔 시대에 뒤처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는 전 학장은 "그런데 이런 식으로 배우면 확실한 장점이 있다. 배울 때는 어렵고 힘든데 프로그램이 컴퓨터 안에서 어떻게 동작하는지 원리를 알게 된다. CPU(중앙처리장치), 메모리, 레지스트리, 인스트럭션 보관 메모리같이 SW코드와 관련된 하드웨어를 이해하고 직접 다루는 방법을 알게 된다. 그 결과 훨씬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요즘은 클라우드에서 서버가 동작하고 동시에 수만, 수십만명이 접속하는데 거기에서 100분의 1초만 줄여도 큰 차이가 난다"고 밝혔다. 이어 "요즘 AI와 챗GPT가 많이 주목받는데 관련 핵심 모듈을 개발하려면 컴퓨터의 내부와 동작원리를 깊이 이해해야 한다. 이곳에선 그런 것을 배울 기회가 주어진다"고 했다.

에꼴42 캠퍼스는 세계적으로 약 50개에 달한다. 학생들은 일종의 교환학생 제도를 이용해 다른 캠퍼스에서 SW와 그 나라의 문화를 함께 접하는 경험도 할 수 있다. K팝의 영향인지 우리나라의 인기가 많다고 한다.

전 학장은 "지금 프랑스 학생들이 와서 SW뿐 아니라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열정적으로 배우고 있다"면서 "이곳에서 학생들은 한달에 몇번씩 해외 캠퍼스와 영상소통을 하고 글로벌에서 활동할 기회도 많다. SW 개발이 적성에 맞는 이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생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노베이션아카데미는 2년간 지원해 학생들이 레벨 10~11 정도로 실력을 키워서 기초과정을 마치도록 하는 게 목표다. 이후 원하는 학생은 계속 적을 두고 심화과정을 이어갈 수 있다. 전체 과정은 총 5년이다. 심화과정은 대학원과 비슷한 과정으로, 네트워크, 보안, AI 등 관심 있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배우게 된다.

에꼴42의 장점을 살리면서 한국 상황에 맞는 교육 플랫폼을 개발하는 '프로젝트-X'도 진행하고 있다.

전 학장은 "유닉스 기반 C언어 외에 자바, 파이썬 등 언어를 폭넓게 배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확장하고자 한다"면서 "현업에서 도움이 되는 다양한 교육 콘텐츠도 보강하고 멘토링을 추가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길을 찾지 못해 헤매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말까지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적용할 예정"이라는 전 학장은 "기초과정은 기존 방식대로 하되 심화과정에서 학생들이 취업에 필요한 다양한 것들을 배울 수 있도록 플랫폼을 운영하고, 지역이나 대학들도 채택해 쓸 수 있도록 클라우드 기반 오픈 플랫폼으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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