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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DT인] `인문학 교양서` 쓴 의사… "문과·이과 구분 깨는 벽돌이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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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과학적 담론 책보며 '담론' 써야겠다는 꿈 지녀
생물학적 관점 '사피엔솔로지' 펴내… "청소년들 필독했으면"
인류의 '몸'에 좀 더 집중해 진화학적인 관점에서 책 쓰고 싶어
[오늘의 DT인] `인문학 교양서` 쓴 의사… "문과·이과 구분 깨는 벽돌이 됐으면"
송준호 인하대 의대 교수. 박동욱기자 fufus@



송준호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사피엔솔로지'가 문과와 이과의 구분을 깨는 벽돌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인문학 교양서를 펴낸 송준호(57·사진)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우리나라에는 문과와 이과를 나누는 특이한 전통이 있는데 이것은 깨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피엔솔로지'는 조금 더 먼저 삶을 시작한 사람이, 지금 삶을 시작한 사람에게 보내주는 메시지다. 인문학도들도 공학도들도 많이 읽는 책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나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등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하는 책'으로 빠지지 않는 이 책들은 모두 인류의 태초부터 역사, 현재, 미래까지 들여다보고 고민하고, 상상하고, 깨닫게 하는 대표적인 인문학 교양서다.

송 교수가 쓴 '사피엔솔로지'도 깊이 있는 인문학 교양서다. 사피엔스가 인류를 역사학적 관점에서, 코스모스는 천문학의 관점에서, 총균쇠는 인류학적 관점에서 풀어낸 책이라면 '사피엔솔로지'는 의과학자인 송 교수가 인류를 생물학적 관점에서 풀어낸 '빅 히스토리'인 셈이다.

송 교수가 직접 만든 신조어인 '사피엔솔로지'는 현생인류를 지칭하는 '사피엔스(Sapiens)'와 학문을 뜻하는 접미사인 '-ology'를 결합해 탄생한 용어다. 말 그대로 '현생인류에 대한 학문'을 의미한다. 송 교수는 "검색을 해봤더니 이 단어가 사용된 흔적은 없었다"면서 "의학자로서 질병과 수명의 기원을 탐구하려고 시작한 작업이 진화학, 고고학, 사회심리학, 역사, 과학사 등까지 영역이 확장됐다. 집필을 끝내고 보니 호모사피엔스라는 한 종을 아우르는 두꺼운 '벽돌 책'이 돼 있었다"고 웃으며 설명했다. 비틀즈를 좋아했던 송 교수가 비틀즈 역사를 담은 앨범 '비틀즈 앤솔로지'에서 영감을 얻기도 했다. '사피엔솔로지'는 '사피엔스의 앤솔로지'라고도 볼 수 있다.

사피엔솔로지를 함축적으로 요약하면 지능, 혁신 본능, 통제욕구라는 3가지 형질을 가진 인류가 탄생한 순간부터 어떻게 현대사회에 도달해 어떤 미래를 만들어갈지를 분석하고 예상한 책이다. 송 교수는 이를 한 마디로 인류의 '생물학적 표현형'이라고 압축했다.

송 교수는 '벽돌 책'이라고 자신의 저서를 박하게 평가했지만, 독자들은 재밌다는 반응이 많다. 의학자가 쓴 인문학 도서라는 것에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머리말부터 맺음까지 얼마나 많은 공부와 애정을 들인 책인지 알 수 있다는 서평이나 번역본이 아닌 한국어판으로 의학과 생명과학 테크놀로지를 넘나든 책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딱딱한 과학책 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우리가 직면한 현실을 철학과 역사를 연결해 설명하는 작가의 관점에 감탄했다는 독자들의 평이 이어지고 있다.

송 교수는 "기대 이상으로 독자들이 책을 정확하게 읽고 이해해줘서 감사했다"며 "너무 어렵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가볍고 쉽지 않게 쓰려고 노력하고 고민했다"고 전했다. 송 교수는 지금 대학생인 딸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으로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그는 "저의 첫 독자들이었던 딸들이 초본을 보고 '독자들이 읽기에 어려울 수 있다'고 따끔하게 조언해준 게 많은 도움이 됐다"면서 "막상 책이 나오니 딸들은 크게 관심을 안두는 것 같다"고 웃었다.

'이과'에서 가장 대표적인 학문인 의과학에 평생을 몸담은 그가 어쩌다 가장 '문과'의 중심인 '인문학'에 관심을 두고 책까지 쓰게 됐을까. 그는 "어렸을 때부터 '코스모스'나 '털 없는 원숭이', '이기적인 유전자'나 '마음의 역사' 같은 과학적 담론의 책에 묻혀 살았고, 항상 언젠가는 나도 이런 담론을 써야겠다는 꿈이 있었다"며 "사피엔솔로지는 이런 책들에 대한 헌정사라 할 수 있다. 책 안에 이들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인용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이어 "조금 더 솔직한 말을 하자면 우리도 누군가 총대를 매고 '총균쇠'나 '사피엔스' 같은 거대 담론을 써야 되지 않겠나 하는 야심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오늘의 DT인] `인문학 교양서` 쓴 의사… "문과·이과 구분 깨는 벽돌이 됐으면"
송준호 인하대 의대 교수. 박동욱기자 fufus@



송 교수는 "제가 전공의를시작했을 때 삐삐를 처음 보았고 군대에 있는 동안 휴대전화를 처음 접했다. 미국 연수를 다녀온 뒤 스마트폰이 생겼다"며 "불과 몇년 사이에 전기차가 대세가 되고 드론이 날아다닌다. 우리 아이들은 제가 겪은 변화보다 훨씬 더 빠른 변화를 겪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책을 쓰겠다 마음먹었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는 "이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역사가 아니라 최근 나온 과학기술 동향이 됐다. 주식 투자를 하려고 해도 재무제표를 분석하는 게 아니라 미래 기술동향을 분석해야 하는 시대"라며 "그런 세상 속으로 들어 가야 하는 젊은 세대들이 먼저 그런 것들에 생각이 미치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이 책을 쓴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송 교수의 초기 집필본은 원래 1000페이지에 달하는 장대한 책이었다고 한다. 자칫 독자들이 지루해할까, 너무 욕심껏 많은 내용을 담은 것은 아닐까 고민하면서 덜어내다보니 500페이지 분량의 책이 됐다. 그렇게 정리한 페이지 한 장 한 장이 다 소중하지만 그 중에서도 송 교수는 '에필로그'를 가장 중요한 챕터로 꼽았다.

송 교수는 "독자들의 평을 보면 인류의 기원을 다루는 전반부를 많이 재미있어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의 정수는 인류의 위기와 미래를 다루는 후반부에 있다"고 짚었다. 그는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터지고, 체세포 복제를 하고, 유전자를 편집한 아이가 태어나고, 탄소 연료로 지구 지표면 온도를 올리면서 인류는 스스로 위험한 존재가 됐다. 지능, 혁신 본능, 통제욕구 이 세 가지 형질은 아프리카 사바나를 배회하던 한 줌도 안되는 이상한 유인원 집단을 지구를 지배하는 종으로 만들었지만 이제는 이것이 부메랑이 되고 있다"면서 "이런 인류의 강력한 특성은 우리를 멸망시킬 수도, 우리를 구원할 수도 있다. '사피엔솔로지'의 핵심은 지금이 이런 인류를 생각할 때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사피엔솔로지' 이후도 구상 중이다. 의과학자로서 인류의 '몸'에 조금 더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송 교수는 "인간이 발전하면서 병도 발전했다. 과거에는 없던 '코로나19'와 같은 질병이 생겼고, 고령화사회로 가면서 80~90대 인간이 어떤 질병을 겪게 되는지 드러났다"면서 "진화학적인 관점에서 인간을 들여다보는 책도 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자신의 책을 꼭 읽었으면 하는 독자로 '청소년'을 꼽았다. 그는 "스스로의 진로를 고민하는 시기인 고교 시절에 아이들을 문과와 이과로 나누는 이분법적 구분에 찬성하지 않는다"며 "의과학은 이과지만 어찌보면 EQ가 더 중요한 학문이다. 아이들이 이런 경계를 뛰어넘어 미래를 그릴 수 있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남겼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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