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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DT인] 소주병 디자인 틀 깬 주인공… "병이 예뻐 샀단말 들으면 뿌듯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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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달 품은 '새로 병'탄생 주역
국내 첫 무라벨 생수 디자인도
MZ세대·감성술집 분위기 연상
처음엔 내부서 곱지않은 시선
사내 2030 女 선호도 높아 확신
꽃병으로 사용 인테리어도 '굿'
[오늘의 DT인] 소주병 디자인 틀 깬 주인공… "병이 예뻐 샀단말 들으면 뿌듯하죠"
인혜영 롯데 중앙연구소 패키지디자인팀 팀장이 서울 마곡동 연구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제공



'처음처럼 새로' 병 디자인… 인혜영 롯데중앙연구소 팀장

"'새로'는 소주병 디자인의 핵심적인 전환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인혜영(42·사진) 롯데중앙연구소 패키지디자인팀 팀장은 롯데칠성음료가 지난해 9월 선보인 무가당 희석식 소주인 '처음처럼 새로'(새로)의 병 디자인을 이같이 정의했다. 그는 프로젝트 시작부터 제품 출시까지 열두달을 '처음처럼 새로'에 매달려 주류업계에 한 획을 그을 새로운 소주병을 탄생시킨 디자이너로 꼽힌다.

인 팀장은 롯데웰푸드, 롯데칠성음료 등 롯데그룹 식품 계열사의 디자인 업무를 총괄하는 롯데중앙연구소 디자인센터 패키지디자인팀의 '왕언니'다. 2년간의 테스트를 거쳐 2020년 선보인 국내 최초로 라벨이 없는 무라벨 생수인 '아이시스8.0 에코' 디자인으로 '굿디자인 어워드' 산업통상자원부장관상을 수상했다. 2023년에는 '처음처럼 새로'로 '2023 롯데어워드' 대상을 받았다. '새로' 병 디자인은 디자인 콘셉트부터 패키지 디자인까지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을 단기간내 확립함으로써 젊은 층을 중심으로 팬덤을 만들고 있다. 인 팀장이 '새로'를 소주병 디자인의 핵심적 전환점으로 꼽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투명병의 한국적인 이미지를 담은 디자인과 캐릭터로 '새로'만의 세계관을 구축해 소비자와 소통했다"며 "소주 제품에선 처음 시도로 큰 전환점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롯데칠성음료의 새로는 출시 7개월여 만에 누적판매 1억병 돌파 기록을 쓰며 승승장구 중이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새로운 병 디자인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이끄는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다. 인 팀장은 '병이 예뻐서 사봤다', '병이 예뻐 화병으로 사용하고 있다', '디자인이 예뻐 소주는 새로만 먹는다'는 소비자들의 반응에 행복지수가 높아지는 중이다.

인 팀장은 "내부에서 소비자 조사를 진행한 결과 '새로' 만족도 요인으로 '디자인이 좋다'가 '제로슈거'에 이어 2위로 나왔다"며 "'새로'는 차별화된 병 디자인으로 만족도가 매우 높고 주위에서 용기가 예뻐서 구매했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팀원들과 이런 이야기를 공유하며 행복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새로' 병을 꽃병으로 사용한다는 얘기를 듣고 집에서 화병으로 사용해 보았는데, 잘 어울리면서 인테리어 소품 역할도 하더라. 음료, 주류 용기는 한번 소비되고 버려지는 제품인데, 지속적으로 사용된다는 면에서 디자이너로서 매우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새로' 병디자인을 하면서 인 팀장이 특히 고려한 것은 '브랜드 스토리가 살아있는 디자인'이 되게 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한국의 전통적인 도자기 이미지를 활용해 단아한 모습을 표현했고, 콘셉트에 맞게 하얗고 깨끗한 라벨 컬러를 적용하고자 용기를 투명병으로 바꾸면서 '새로'병이 탄생했다.

인 팀장은 "'새로'라는 브랜드를 시각적으로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스토리를 만들어 소비자의 기억속에 남기고, 네이밍부터 커뮤니케이션까지 하나의 일관된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했다"면서 "그 안에서 병 디자인은 한국을 대표하는 K-소주의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단아한 한국의 도자기를 모티브로 용기 디자인을 했다. 재활용이 용이한 투명 용기를 적용해 브랜드 아이덴티티에도 적합하고 친환경적인 가치소비에도 부합하는 디자인으로 완성됐다"고 설명했다.

'새로' 병에는 이전 세대와는 다른 MZ세대만의 음주 문화도 고려됐다고 인 팀장은 말한다.

인 팀장은 "기존의 희석식 소주하면 포장마차, 대포집, 종로의 시끌벅적한 술집의 회식문화가 생각나는데, 이건 MZ세대들이 참 싫어하는 문화"라며 "희석식 소주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자 소비자 분석을 통해 공간과 무드를 설정해 디자인을 진행했다"고 했다. 이어 "하나의 브랜드로서 소비자가 원하는 공간에 어울리는 용기 디자인이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새로는 성수동의 감성 술집, 카페등의 공간을 연상하며 디자인을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새로' 병이 탄생하기까지 내부에선 곱지 않은 시선도 적지 않았다. 그는 "소주처럼 보이지 않는다, 브랜드 로고가 잘 보이지 않는다, 제품에 적용된 캐릭터가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다르다는 등 부정적인 의견이 적지 않았다"면서 "타깃층을 명확하게 분리하지 않았다면 의사결정이 힘들었을 것 같다. 기존 타깃층인 40~50대 직장인 남성들이 아닌 젊은 디자이너들, 특히 사내 20~30대 여성들의 선호도가 높았다. 그래서 신규 고객의 유입이 가능했던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했다.

디자인 과정도 쉽지 않았다. 앰버서더인 '새로구미(새로+구미호)'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받아보고 이 캐릭터를 제품 라벨 디자인으로 적용하는 작업이 가장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인 팀장은 "애니메이션의 '새로구미'는 입체적인 캐릭터로 소비자와 소통하기위한 역할을 하고, 제품에 적용된 구미호의 캐릭터는 헤리티지로 남을 수 있는 한국의 전통성을 현대화한 이미지로 투트랙으로 진행됐다"고 전했다.

인 팀장은 요즘 새로의 브랜드 스토리를 전달할 다양한 굿즈들을 준비하고 있다. 하반기에 신규 애니메이션 광고 캠페인과 함께 팝업 스토어를 통해 소비자가 직접 브랜드 세계관을 체험할 수 있는 경험 마케팅을 전개해나갈 예정이다.

인 팀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측면에서 환경에 이로운 디자인, 사회적 약자를 위한 디자인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을 연구소 내에서 많이 시도하며 연구 중"이라며 "사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디자인을 지속적으로 연구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오늘 밤 '홈술'을 생각하는 기자에게 '새로'에 어울릴 안주를 추천하는 세심함을 보이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그는 "홈술로 연어회 혹은 육회와 함께 '새로'를 자주 마신다. 개인적으로 '새로'에는 회가 잘 어울리는 것 같다"며 "부드럽게 술 한잔하고 싶을 때 회와 함께 '새로'를 드셔보시라. 제로 슈거이기 때문에 집에서 부담스럽지 않게 한잔 즐기는데 좋은 궁합"이라고 덧붙였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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