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루카셴코, 너무 위험해진 `마지막 독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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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이래 29년 장기집권 중인 루카셴코
2020년 부정선거 반정부 시위 가혹히 진압
프리고진 반란 해결 중재하며 위상 급부상
우크라 국경 근처 바그너그룹 기지 구축중
주변 나토회원국들 초긴장, 獨에 파병요청
[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루카셴코, 너무 위험해진 `마지막 독재자`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반란은 하루 만에 끝났지만 파문은 지금도 확산되고 있다. 파문은 정치적 대차대조표마저 바꿔버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쪼그라든 반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부풀어 올랐다. 핵무기에 용병까지 접수하면서 루카셴코의 몸집은 커졌다. 국제사회는 그의 향후 행보를 긴장감 속에서 지켜보고 있다.

◇독립기념일까지 바꾼 '소련 추종자'

지난 7월 3일은 벨라루스의 독립기념일이었다. 이날은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가 나치 점령에서 해방된 날이다. 1944년 4월 스탈린은 소련군 총사령관 주코프 원수와 함께 하계 대공세 작전을 짰다. 목표는 3년간 벨라루스를 점령하고 있던 독일군 중부집단군이었다. 작전 명은 러시아를 침략한 나폴레옹군과 싸우다 전사한 바그라티온 장군의 이름을 따 '바그라티온 작전'이라 붙였다.

작전 개시일은 6월 22일로 최종 결정됐다. 이 날은 나치 독일의 소련 침공 작전인 '바르바로사' 작전이 시작된지 3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6월 22일 새벽 맹렬한 포격 후 200만 병력이 세 방향에서 독일 중부집단군을 일제히 공격했다. 120만 독일군은 괴멸적 타격을 받았다. 7월 3일 소련군 탱크부대가 민스크에 진입해 적기(赤旗)를 꼽았다. 포로가 된 독일군 6만명은 모스크바로 이송되어 7월 17일 초라한 몰골로 모스크바 시내를 행진했다. 독일군에 있어 최대 모욕의 날이었다.

원래 벨라루스의 독립기념일은 7월 27일이었다. 1990년 7월 27일 벨라루스 의회가 국가주권 선언을 통과시켰고, 8월 25일 독립했다. 벨라루스는 독립국가 주권을 선언한 7월 27일을 독립기념일로 선포했다.

1994년 헌법에 의해 대통령제 공화국이 수립됐다. 그해 처음으로 치뤄진 대통령 선거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가 당선됐다. 1996년 루카셴코 대통령은 7월 3일을 독립기념일로 제정하자고 제안했다. 당시 야당은 반대했지만 국민투표에 부쳐져 통과됐다. 이후 벨라루스는 매년 7월 3일을 독립기념일 휴일로 정해 성대한 행사를 열고 있다.

그렇다면 루카셴코는 왜 독립기념일을 바꿨을까. 바로 열렬한 소련 부활파였기 때문이었다. 당시 벨라루스는 경제난과 치안 악화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는 소련 해체의 후유증이었다. 그는 소련의 부활을 원했다. 루카셴코의 꿈은 신(新) 소련의 최고 지도자였다.

벨라루스와 러시아를 하나의 국가로 통합하고, 자신이 크렘린궁에 앉아 통합된 나라를 통치하는 것이 그의 야심이었다. 실제로 보리스 옐친의 협조를 얻어 1996년 벨라루스-러시아 공동체를 결성했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집권 이후 러시아가 다시 살아나면서 통합은 실현되지 못했다. 대신 벨라루스는 러시아의 최우방국이 됐다.

루카셴코는 지금까지 6번의 대선에서 승리해 29년을 장기집권 중이다. 이는 그에게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라는 오명을 안겨줬다. 2020년부터 반정부 시위가 격화됐다. 가혹한 탄압으로 상황을 통제했지만 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정치적 위기에 몰려있던 그에게 반전의 기회가 찾아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졌고 바그너 그룹의 반란이 일어났다. 그는 중재자로 나서 반란을 마무리지었다. 거의 완벽한 타이밍에 등장해 존재감을 강력하게 드러낸 것이다. 그리고 독립기념일을 맞아 바그너 용병 '인수'를 선언했다. 용병 반란 사태의 최대 수혜자는 루카셴코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새로운 둥지로 모여드는 바그너 용병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행한 벨라루스 독립기념일 연설에서 "바그너 그룹이 우리나라로 와서 전투 경험을 전수해 준다면 그러한 경험을 받아들일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바그너 그룹 사람들을 오랫동안 알고 지내 두렵지 않다"면서 "그들은 정상적인 문명을 세우기 위해 전 세계에서 싸운 사람들"이라고 찬사했다.

그러면서 "유럽연합(EU)과 미국이 폴란드를 급속하게 무장시키고 있다"면서 "서방이 폴란드를 벨라루스와 러시아에 대항하는 '대리 훈련장'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를 보면 바그너 용병들의 주둔은 기정 사실이다. 이미 벨라루스 땅에는 용병들이 포진할 기지가 마련 중이다. 민스크에서 남동쪽으로 약 98km, 우크라이나 국경으로부터는 약 230km 떨어진 소도시 아시포비치 인근의 빈 기지 안에 250~300개의 텐트가 설치됐다.

수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주거용 텐트다. 지원시설로 추정되는 천막과 기지 정문의 추가 경비시설도 세워진 상태다. 영국 BBC는 바그너 용병들이 반란을 중단한 지난달 24일로부터 이틀 뒤인 26일 텐트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미 이 곳에서 군사훈련이 시작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제 용병들의 새로운 거점은 벨라루스가 됐다. 얼마나 많은 용병들이 벨라루스로 들어올지는 확실하지 않다. 루카셴코조차도 얼마나 많은 용병들이 벨라루스로 향할지 알지 못할 것이다.

◇비상 걸린 주변국들

벨라루스가 러시아 핵무기 배치를 완료하고, 이제 바그너 용병들까지 받아들이면서 주변국들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용병들이 벨라루스에 그냥 쉬러 왔을 리는 없기 때문이다.

벨라루스 남쪽에 위치한 우크라이나는 북부 국경을 강화하는 데 보다 힘을 쏟아야할 상황이 됐다. 벨라루스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도 처지는 비슷하다. 모두들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폴란드는 국경 지역의 보안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예방 및 대테러 부대 소속 폴란드 경찰 500명을 벨라루스 접경지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경찰들은 국경 경비대 5000명, 군인 2000명과 함께 국경 경비를 맡게 된다.

바그너 용병들은 독일까지 불러냈다. 독일은 리투아니아에 병력 4000여명을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여단급 병력이다. 독일이 외국에 대규모 군대를 상주시키는 것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처음이다. 그러자 루마니아까지 독일군 주둔을 요청했다.

◇시한폭탄일까, 아니면 평화 창조자인가

푸틴의 하수인 정도로만 보였던 루카셴코가 바그너 반란 사태 이후 일대 전환점을 맞고 있다. 그는 소련 붕괴 후 러시아에 반환했던 핵무기를 되찾았다. 그는 러시아가 자국에 배치한 핵폭탄을 "우리의 무기"라고 부른다. 더러운 일도 서슴없이 할 수 있는 강력한 민간 용병도 확보했다.

국제사회는 루카셴코의 영향력을 주시하고 있다. 반면 강력한 통치자로 여겨졌던 푸틴의 위신은 심각하게 훼손됐다. 이같은 변화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루카셴코의 부활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새로운 인화점이 될 것 같다. 하지만 느낌이 좋지 않다.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루카셴코 리스크'에 대비할 때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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