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장영수 칼럼] 심야 집회를 제한하는 입법의 고려사항](http://contents.dt.co.kr/images/202306/2023061602102269660001[1].jpg "[장영수 칼럼] 심야 집회를 제한하는 입법의 고려사항")
이후 10년이 넘도록 이 조항은 그대로 방치되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야간의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어졌지만, 실제로 야간에 대규모 옥외집회를 함으로써 문제된 사례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5월 16~17일의 건설노조 노숙집회 이후로 심야 시간의 옥외집회를 금지하려는 집시법 개정안이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발의되었다.
야당을 중심으로 심야 시간의 집회도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이는 설득력이 약하다. 집회의 자유가 중요한 기본권인 것은 맞지만, 어떤 경우에도 제한될 수 없는 절대적 기본권은 아니다. 더욱이 과거 독재정권에 항거하는 저항권으로서 집회·시위를 하고, 화염병을 던지던 시기와는 달리, 민주화 이후의 집회·시위는 저항의 수단이 아니라 집단적 의사표현의 자유이다. 그런데 의사표현을 들을 사람은 없고, 주변 시민들에 대한 불편만을 끼치는 심야 시간의 집회가 왜 절대적으로 보호되어야 하는가?
일각에서는 의사표현과 무관하게 집단의 동질성을 강화하고 단합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서의 집회도 인정되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런 집회를 굳이 시민들의 불편을 야기하는 각종 도로와 광장에서 할 필요가 있을까? 차라리 잠실 운동장을 빌려서 밤샘 집회를 하라는 반론이 나오는 이유이다.
그런데 심야 시간의 집회를 제한하는 집시법 개정안(박성민 의원 대표발의)의 내용을 살펴보면 심야 시간의 집회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부분이 눈에 띈다. 헌법재판소에서 집시법 제10조에 대해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린 취지는 해가 진 이후에도 일정 시간 집회를 허용하지 않으면, 직장인이나 학생 등의 경우에는 사실상 평일의 집회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과도한 제한이 된다는 점, 그리고 광화문이나 시청앞 등의 광장에서는 야간이라 하더라도 충분한 조명이 있기 때문에 집회를 하기에 별 문제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여 해가 진 이후에도 적절한 시간까지 옥회집회를 할 수 있도록 법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런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에 따라 집시법 개정안에서는 심야 시간의 옥외집회, 즉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의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규정을 두었으며, 단서를 삭제하여 관할 경찰서장이 예외적으로 야간 옥외집회를 허용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앴다. 그런데 이러한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과거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한 것은 크게 세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첫째, 어두운 밤에 대규모 집회를 할 경우에는 본인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불법적 행동에 대한 유혹을 많이 받는다. 과거 미국에서 정전사태가 벌어지자 시위대가 폭도로 변해 상점을 약탈하는 일이 벌어졌던 것도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둘째, 의사표현의 자유로서 집회·시위가 의미를 가지려면 많은 시민들에게 주장 내용이 전달될 수 있어야 하는데, 야간에는 그것이 쉽지 않다. 즉, 집회·시위의 필요성이 크게 약화되는 것이다. 셋째, 특히 심야 시간대의 집회·시위는 인근 주민의 수면 방해 등 인권 침해의 소지가 매우 크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심야 시간의 집회·시위에 대한 금지와 더불어 개정안에서 고려되었어야 할 점은, 오후 11시 이전의 집회라 하더라도 충분한 조명이 있는 곳에서만 야간 옥외집회가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두운 곳에서 대규모 집회·시위가 벌어지고, 그곳에서 사고가 발생한다면 그때 또 집시법을 개정할 것인가? 아니면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인가? 건설노조 노숙집회 이전에는 심야 시간의 대규모 집회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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