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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DT인] 세계 첫 단결정 양극재 개발 석학… "처음엔 `사기`라고 공격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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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에만 갇혀있지말라던
정무영 전 총장 권유에 창업
매순간이 양산 증명의 과정
배터리도 기술특례상장 강조
"기업운영 재밌지만 투자 고민
스트레스, 마라톤으로 풀어요"
[오늘의 DT인] 세계 첫 단결정 양극재 개발 석학… "처음엔 `사기`라고 공격받았어요"
조재필 울산과학기술원 에너지·화학공학부 특훈교수.



조재필 울산과기원 특훈교수…스타트업 '에스엠랩' 대표

"창업 초기 전기차용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하나의 입자(단결정)로 양산한다고 하니까 '사기 치는 거 아니냐'며 공격을 받았어요. 단결정 양산이 가능하다는 것을 세계 처음 증명했을 때 가장 보람을 느꼈죠."

조재필(55·사진) 울산과학기술원(유니스트·UNIST) 에너지·화학공학부 특훈교수는 세계 최초로 단결정 양극재를 개발한 배터리업계 석학이자 이 기술을 기반으로 2018년 7월 16일 '에스엠랩'을 창업한 스타트업 대표다. 지금이야 실험실 창업이 벤처캐피털의 신뢰를 받고 있지만 당시는 그렇지 않았고, 더군다나 국내에 배터리 소재 관련 창업은 거의 없었던 시기였다.

조 교수는 "정무영 전 유니스트 3대 총장님께서 늘 '교수가 논문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언가에 도전해 호랑이 가죽처럼 남겨야 한다'고 강조하셨다"며 "연구실에만 갇혀있지 말라며 창업을 꾸준히 권유하셨던 게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당시 전기차용 배터리의 니켈 비중이 80%대에 머물렀는데, 연구실에서 검증을 해보니 97%까지 올라갔다"며 "이 점을 확인하고 창업에 들어갔는데, 이때부터 지금까지 매 순간이 연구실의 연구 결과를 실제 양산으로 증명하는 과정이었다"고 회상했다.

창업 후 첫 목표는 니켈 함량의 82% 조성을 검증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학교 실험실 내부에 준양산 라인을 직접 설치해 검증했다. 검증에 성공하고 나서야 2018년도 말 시리즈A의 70억원에 이어 2019년 브릿지 투자 90억원의 투자 유치가 이어졌다

이후 조 교수는 2019년 말 단결정 양극소재의 양산까지 가능하다는 점을 최초로 발견했지만 이 때도 양산 가능성을 증명해야 했다. 당시에도 벤처캐피털 전문가들 모두가 '단결정 장비를 새로 개발해야 한다' 등의 이유로 '양산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약 520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받으면서 단결정도 니켈 함량 80% 이상으로 다결정 장비를 이용해 양산이 가능하다는 점을 또 증명해야 했다"며 "규모를 넓혀 학교 밖인 울주군 하이테크밸리에 50톤의 라인을 설치하는 등 증명하고 나니 투자금이 많이 모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가 보유한 세계 최초의 기록은 물을 사용하지 않는 방법의 '무수세 97% 니켈 함유 단결정 양극 소재'의 개발이다. 물을 사용하면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폐수량이 많이 나오는 만큼, 물을 사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단결정 양극 소재를 저렴한 가격에 양산하는 기술을 실험실부터 준양산까지 독자개발한 것이다.

조 교수는 창업을 해보니 연구실과 준양산, 최종 단계인 양산까지 모두 다른 단계라는 것을 실감했다고 강조했다. 실험실 단계에선 합성 가능 소재의 분말량이 40g만 돼도 성공했다고 평가해주지만, 양산은 최소 수십톤이 필요해 양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는 어쩔 수 없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조 교수는 "연구실에서 성공한다고 반드시 양산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다"라며 "스케일이 커지면 조정해야 할 변수들이 많이 생기면서 그것을 극복하는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 측정할 수 없는 노력이 들었다"고 했다.

현재 에스엠랩은 시리즈 C까지 1000억원 이상의 투자를 받고, 시리즈 D 투자를 앞둔 상황이다. 글로벌 완성차업체 2개사와 미국의 배터리 스타트업 2개사 이상, 국내 배터리업체로부터 '무수세 97% 니켈 함유 단결정 양극 소재' 샘플을 평가받고 있는 단계다. 샘플 평가 통과를 시리즈 D 투자를 받기 위한 이정표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조 교수는 "시리즈를 넘어갈 때마다 마일스톤을 찍어야 하는데, 고객사로부터 샘플 통과라는 시그널을 받는다면 시리즈 D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전기차 한 대에 양극소재는 연 3만톤 가량이 필요한데, 시리즈 D를 통해 투자받아 현재 연 7000톤 수준인 생산량을 3만톤으로 늘릴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그는 창업 투자의 세계를 '별천지'라고 정의했다. 학교에서 논문을 쓸 때와는 다르게 투자의 세계에 발을 담그니 정부부처를 넘어 투자사, 은행, 투자신탁사, 변호사까지 만남의 폭이 상당히 넓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국내 스타트업의 창업 생태계를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미국은 대학교를 중심으로 창업기업들이 나오는 반면 국내는 대기업이 산업을 이끄는 톱다운 방식이 주를 이루는 데다 국내 배터리 관련 스타트업은 5개 내외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배터리 스타트업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게 저의 바람"이라며 "상하 관계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게 국내의 산업구조지만, 수평적인 관계에서 협력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고, 그게 되려면 정부나 기업들이 뒷받침을 해줘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거래소에서 기술 특례 상장 트랙을 운영 중이지만, 바이오 기업을 타깃으로 하고 있고 심지어 여러 문제가 생기니 이마저도 허가를 안 해준다"며 "배터리는 공장을 먼저 지은 후 매출이 나오는 수순이어서 업의 특성을 감안해 기술 특례 상장의 허가를 내줬으면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기업 운영 과정에 대해 "정말 재미있다"면서도 "스트레스는 많이 받는다"고 웃었다. 그는 "스타트업은 투자받아 사업을 영위하다 보니 돈이 없으면 운영이 되지 않는 게 가장 스트레스"라고 했다.

이어 "우연한 기회에 마라톤을 하게 돼 현재 마라톤 동호회 회장"이라며 "새벽에 마라톤을 뛰게 되면서 체력을 유지했고, 머릿속에 그날 해야 할 일, 기존에 했는데 문제가 되는 일, 다음 할 일 등이 머릿속에 정리가 된다. 마라톤을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추천한다"고 말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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