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古典여담] 履霜堅氷 <이상견빙>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古典여담] 履霜堅氷 <이상견빙>


밟을 리, 서리 상, 굳을 견, 얼음 빙. 서리가 내리면 두꺼운 얼음이 얼게 된다는 뜻이다. 어떤 큰 일이 닥칠 징후가 보이니 미리미리 대비하라는 가르침을 담고 있다. 주역(周易)에 나오는 구절이다. 주역의 두 번째 괘인 곤(坤)의 첫째 효(初六)에 '이상견빙지'(履霜堅氷至, 서리를 밟으면 머지않아 얼음이 꽁꽁 언다)라는 문장이다. 늦가을이 되면 서리가 내린다. 절기로 치면 상강(霜降)이다. 그 서리를 계속해서 밟고 지나가면 어느새 차가운 겨울이 밀려들어와 서리는 얼음처럼 견고해진다. 물론 한 순간에 갑자기 그리된 것은 아니다. 거쳐온 시간이 있다. 모든 일에는 기미(幾微)가 있으니 올바름을 지키면 길(吉)하다고 주역은 가르친다.

회남자(淮南子)의 설산훈편(說山訓篇)에 나오는 '일엽락 지천하추'(一葉落 知天下秋, 잎 하나 떨어지는 것으로 천하가 가을임을 안다)와 비슷한 의미일 것이다. '은감불원'(殷鑑不遠)이란 말도 상통한다. 은(殷)나라의 거울이 멀지 않다는 뜻으로, 은나라의 실패를 거울로 삼아 경계할 것을 주문하는 말이다. 서양에는 '하인리히의 법칙'이 있다. 1931년 미국의 한 여행 보험사 관리자였던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가 7만 5000건의 산업재해 원인을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제안한 법칙이다. 이에 따르면 대형사고 1건이 터지기 전에 29건의 경미한 사고가 발생하고 300건의 잠재적 징후가 나타난다고 한다.


경제나 안보나 시한폭탄이 터지기 직전 양상이다. 위기를 넘으려면 근본적 구조 개혁에 나서야 하건만 말로만 떠드는 분위기다. 단호히 맞서겠다는 결기가 안 보인다. 세상 모든 일들은 그 전에 그렇게 되는 조짐이 있다. 서리 밟으면서 애상(哀想)에만 잠길 것이 아니라 단단한 대비책을 미리 마련해 놓아야 한다. 그래야 혹독한 겨울이 왔을 때 얼어죽지 않는 법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