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이규화의 지리각각] 화장실서 웃고 있는 중국이 러-우 전쟁 중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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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상태 휴전은 러시아가 바라는 조건
中특사 중재 무관한 유럽 독자성 훈수
러 승리 원하면서 중재하겠단 이중성
1억4500만 시장, 서방 공백 속 독점
中共, 자유주의 질서 대안 꿈 안 버려
[이규화의 지리각각] 화장실서 웃고 있는 중국이 러-우 전쟁 중재?
우크라이나 전쟁은 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21세기에도 '주권국가'와 '민족'이라는 집단에 묶인 인류가 여전히 극단적 이기심과 잔인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쪽에선 파편과 함께 살점이 튕겨나가는데, 다른 한쪽에선 푹신한 소파에 앉아 캐비아를 먹으며 전쟁을 오래 끌게 되면 우리에게 어떤 이득이 돌아올까 주판알을 튕긴다. 휴전이든 종전이든 당장 우크라이나 전쟁은 종식돼야 한다.

작년 3월 종전 협상이 흐지부지된 후 1년여 만에 중재 노력이 재개됐다. 그간 전쟁에 별 관심이 없던 중국이 갑자기 중재자로 나선 것이다. 중국 시진핑 주석이 우크라이나와 유럽, 러시아에 특사를 파견했다. 리후이 중국 유라시아사무특별대표는 지난달 말 우크라이나 폴란드 독일 프랑스 벨기에(EU)를 거쳐 러시아를 방문했다. 서방 언론에 따르면 리후이 특별대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즉각 휴전을 제안했다. 유럽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고 러시아는 현 상태 휴전에 찬성하는 분위기였다.

◇중재자로서 중국, 적격자인가

중국이 중재자로 나섰으나 진정성은 의심받고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리후이 특별대표의 행보에서 드러난다. 중국은 즉각적 휴전을 촉구했다. 이는 현 상태(status quo)에서 전투를 멈추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지역은 러시아 손 안에 있게 된다. 이는 러시아가 원하는 바다.

다음으론 방문 국가에 전쟁 중재 역할과 관련 없는 요구를 했다는 점이다. 리 특별대표는 유럽은 미국이 포함된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외에 유럽만의 자율성을 갖는 별도의 안보기구를 구상할 것을 권했다. 미국과 거리를 두라는 말인데, 휴전 또는 종전 협상과는 관련이 없는 훈수다.

나토 회원 유럽 국가들이 중국의 중재 역할에 회의적인 또 다른 이유는 중국이 이 전쟁의 가시적 단초가 됐던 러시아의 침공에 대해 비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나쁜 짓을 한 사람을 비난하지 않으면 그 사람 편이거나 또는 도덕관을 의심받는다. 중국이 나쁜 짓을 한 러시아를 비난하지 않는 것은 러시아편이거나 국제사회 보편적 가치에 어긋난다고 보는 것이다.

중국의 요구에 우크라이나는 물론이고 독일 프랑스 폴란드 벨기에(EU)는 난색을 표했다. 이들은 이구동성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에서 퇴각하는 것이 양보할 수 없는 대전제라고 밝혔다. 중국은 미국과 유럽을 갈라놓으려 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결국 이번 시진핑의 특사 중재는 적격성 의심에 특별대표의 전쟁 중재와 관련 없는 요구로 결실을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사실 중국은 지난 3월 시진핑 주석이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났을 때 우크라이나 전쟁 해결을 위한 12개 항목을 제시한 바 있다.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 중단 등 러시아에 유리한 항목이 다수 포함됐지만, 인도주의 회랑 확보, 곡물수출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 등 국제사회가 수용할 만한 내용도 담고 있었다.

그러나 그 항목 중에는 중국의 미국에 대한 견제 의식도 개입돼 있었다. '냉전 사고방식의 종식'을 주장한 것이다. 이는 '미국은 세계를 자기들 의도대로 지배하고 타국의 문제에 간섭한다'고 미국을 비난할 때 중국이 쓰는 용어다. 결국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중국이 전쟁 종식을 협상하기에 적절한 위치에 있지 않다고 밝히기에 이르렀다.

◇국가 이미지 제고의 기회로 삼아


그렇다면 스스로도 중재자로서 허술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당사자들로부터도 적격성에 의심을 받는데도 불구하고 중국이 중재자로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서방의 많은 언론은 중국의 중재자 역할 자임을 '우리도 세계 평화를 위해 이렇게 노력하고 있다'는 현시용일 것이라고 깎아내린다. 이만큼 인도적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제스처라는 것이다. 이 전쟁에서 러시아가 패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중국의 본심임이 분명한데, 이런 과시용 행동 뒤에 그것을 숨기고 있다고 본다.
이를 입증하는 사례는 많다. 중립을 견지한다고 하지만 실은 러시아에 경도돼 있다. 지난 3월 시진핑 주석이 모스크바를 방문해 전략적 관계를 심화하기로 한 데 이어 지난달 베이징을 방문한 러시아 미슈스틴 총리를 만나서도 이를 재확인했다.

CCTV에 따르면 지난 24일 시 주석은 미슈스틴 총리에게 "중국과 러시아 관계를 공고히 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양국 민심의 흐름이고 대세"라고 했다. 서방을 향해서는 전쟁 종식을 위한 선량한 평화 전도사 이미지를, 내부적으로는 러시아 편에 서서 러시아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얻어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결국 전쟁 중재자 역할은 국제사회를 향한 중국의 이미지 분식이라고 할 수 있다.

◇너무 많은 어부지리를 얻고 있는 중국

중국이 러시아 편향에서 못 벗어나고 전쟁 중재 역할은 겉치레일 뿐이라고 보는 이유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중국이 얻는 이득이 외면하기에는 너무나 달콤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이번 전쟁에서 얻는 이득은 막대하다.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로 생긴 공백이나 다름없는 러시아 시장에서 손쉽게 엄청난 과실을 따먹고 있다. 먼저 에너지를 싸게 사오고 있는 중이다. 공개를 않고 있지만 서방 언론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를 전쟁 전 정상가격 대비 최저 20% 최고 50% 싸게 구매해오고 있다. 심지어 이렇게 싸게 사 온 가스를 유럽 일부 국가에 마진을 붙여 되팔기도 했다. 산업부품, 자동차와 각종 전자제품에서부터 일반 생활용품, 소비재까지 서방과의 무역이 끊긴 1억4500만명의 세계 9위 인구규모 시장을 중국이 거의 독차지하고 있다. 가령 러시아 자동차시장에서 현대기아차, 폭스바겐, 토요타 등 시장점유율이 높았던 외국 브랜드들이 사실상 철수하면서 그 자리를 BYD, 체리차, 지리차 등 중국차들이 채웠다. 2019년 현대기아차의 합산 러시아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23%로 판매대수가 40만대에 달했다. 전에는 중국 자동차 브랜드 합산 시장점유율이 10% 정도에 그쳤던 것이 올 1분기에는 50~60%로 1년 새 5배 이상 급증했다.

러시아 금융서비스 시장에서도 중국의 약진이 뚜렷하다. 최근 닐슨 리포트에 따르면 중국 결제시스템 유니온페이는 비자와 마스터가 러시아시장 사업을 접으면서 러시아의 해외결제 수요를 독점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유니온페이는 세계 직불카드 시장 점유율이 40%로 비자의 39%를 앞서 1위로 올라섰다. 60년 관록의 비자가 하루아침에 20년 신참 유니온페이에 역전당한 것이다.

이런 점을 볼 때 중국의 중재 노력에 대해 큰 기대는 접어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중국의 중재 행보는 페인트 모션이라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엄청난 유무형의 이득을 얻으면서 화장실에서 웃고 있는 중국이 러-우 전쟁을 중재한다는 것은 애초 부조리하다.

글로벌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3월 '우크라이나 전쟁은 중국이 세계를 보는 시각을 바꿔 놓을 것'이라는 특집기사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 심화는 중국의 이기심을 더 강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쇠락하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자원을 낭비하는 것을 중국은 즐기고 있다는 의미다. 아직도 서방은 미련을 못 버리고 있는 것 같다고도 했다. '중국이 언젠가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바뀔 것'이라는 기대 말이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공산당이 서구의 현 자유주의적 세계질서에 대한 대안을 자신들이 마련할 것이라는 꿈을 한시도 버린 적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충고한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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