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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노동개혁, 무엇이 쟁점이고 어디로 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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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
[포럼] 노동개혁, 무엇이 쟁점이고 어디로 가야 하나
윤석열 정부는 수시로 노동개혁을 핵심적인 국정과제로 강조하고 있다. 사실 노동개혁이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이제껏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거나 또는 시도했다가 성공하지 못했던 것을 국민들도 잘 알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도 추진하는 과정이 그리 쉽지 않고 많은 저항과 반발도 있으리라 예상은 했지만 정부가 추진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혼란과 미궁에 빠진 결과를 낳았다.

근로시간 제도의 유연성 제고를 시도했지만 총량적으로 최대 주 69시간 노동을 허용하려는 취지로 비추어지면서 건강권 존중과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가치에 반한다는 반발에 부딪혀 다시 원점부터 제도개선을 추진하는 입장이 된 것이다. 주 40시간 법정 근로시간과 초과근로를 하더라도 주 단위로 최대 52시간이라는 허용기준을 지키면서도 적용 과정 상의 자율성과 유연성을 높여보려는 시도는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결국 불거진 혼선을 염두에 두고 국민들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도개선안을 수정해서 하반기에 다시 입법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아울러 최근에는 화물연대의 파업 이후 노조에 대한 법과 원칙에 입각한 정책집행이 강화되면서 한편으로는 노조의 반발도 있지만 국민들에게 지지도 많이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른바 노사법치주의라는 것이 진짜 노동개혁의 핵심인가라는 차원에서는 역시 혼란을 주고 있다. 우리가 아는 노동개혁은 연공급제축소를 핵심으로 한 임금체계 개편,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그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이중구조 개선, 근로자성이 약한 플랫폼 노동 인구들의 보편적 보호 방안 등 굵직한 법제도 개정사항들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런 이슈들은 우선순위에서도 밀리고 관심도도 떨어지고 대신에 노조 관련 사건 뉴스들이 계속 등장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한국에서 노동개혁의 이슈들을 확정하고 어떻게 그리고 왜 이런 개혁들이 필요한지를 다시 추스르고 개혁 의제를 공동으로 확인할 필요가 커졌다. 일부 궤도에서 벗어나거나 아니면 지엽적인 이슈들이 등장하더라도 노동개혁의 등대를 반듯이 세우고 그곳으로 길을 잃지 말고 항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개혁은 매일 매일의 갈등과 싸움이 불가피하지만 그런 싸움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그런 싸움을 끝내기 위해서도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최근 노동개혁의 최대 쟁점은 초보적인 1.0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근로시간, 즉 노동의 양을 둘러싼 논쟁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이는 산업사회의 고전적인 쟁점이었고 노동운동도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촉발되었다.

근로시간이 단축되고 나서 노동개혁 2.0의 의제로 등장한 것은 고용안정 이슈이다. 일자리가 계속 늘어난 자본주의 황금기가 지나고 세계화로 경제와 산업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구조조정이 나타났고 고용안정이나 이와 연관된 해고 제도의 유연화, 사회안전망 강화 그리고 임금유연화 등이 중요해졌다.

우리는 근로시간 단축이나 고용안정 이슈, 임금체계 개혁 등의 이슈들이 약간의 시차를 달리하지만 IMF 경제위기 이후 압축적으로 동시에 나타났다. 1.0과 2.0 개혁과제가 섞여 있는 것이고 아직도 미완성의 개혁과제들로 남아있다. 특히 1차 노동시장은 매우 안정적이고 2차 노동시장은 매우 유연한 양극화된 구조를 가진 우리는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선진국들은 지속가능 발전이 중요해지면서 노동개혁 3.0 과제들이 나타났다. 일터에서의 생산성 문제만이 아니라 근로자 삶의 질 개선과 출산과 양육의 사회적 공동책임이라는 사회적 요구가 중요해졌다. 일하는 방식을 효율적으로 바꾸고 동시에 일과 가정의 양립을 중시하면서 양질의 인력들을 보호하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도 이런 3.0 개혁을 부분적으로 추진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그 결과 세계 최고 수준의 저출산이 초래된 중요한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더욱이 근로시간 제도를 부분적으로는 주 단위로 최대 60시간, 69시간까지 허용하자는 논의는 저출산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출산과 양육은 단지 비용만이 아니고 절대적인 시간 투자가 매우 큰 일이기에 근로시간 단축이나 재택근무 활성화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노동개혁은 4.0 버전도 존재한다. 1.0의 목표가 건강을 위협하는 장시간 노동의 단축이고 2.0의 목표는 고용 유연성과 안정성의 조화이고 3.0은 일과 생활의 조화라면 4.0의 과제는 줄어든 인구에 적응하고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인력의 업그레이드, 재교육, 재훈련이다. 즉 인구감소와 똑똑한 기계와의 싸움이다.

지금 우리가 실랑이하고 있는 노동개혁의 과제는 1.0과 2.0, 3.0 버전이 섞여서 충돌을 벌이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압축적인 경제성장의 결과로 개혁과제들도 순차적으로 풀기 어려운 압축적인 복잡성을 가지고 있다.

노동개혁 4.0의 추진은 초보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 노동개혁 1.0부터 4.0 사이의 연관 과제들을 일렬로 세운다면 1.0에 가까울수록 갈등이 첨예하고 당장의 다툼에서 얻을 이익이 분명하다. 4.0에 가까워질수록 이기적 관심보다는 공동체주의의 발동이 필요하고 상호 비용분담을 통해 미래의 더 큰 공동 이익을 마련해야 하는 일이다.

◆노동개혁 2.0의 목표: 유연성과 안정성의 조화와 이중구조 극복

선진국들은 노동시장에서 유연성과 안정성을 조화롭게 만들거나 상호 보완될 수 있도록 고용제도나 사회안전망 제도를 개선해 왔다. 해고가 쉽다면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타협하면서 이른바 유연안전성을 마련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우리는 구조조정과 경제적 위기국면에서 대기업의 고용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유연성이 적용될 부분을 중소기업에 초점을 맞추어 우회해 왔다. 중소기업은 임금수준이 낮아 해고와 이직이 빈번하고 대기업들의 고용조정 필요성은 협력업체들의 낮은 임금으로 상쇄하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그래서 우리는 노동개혁을 하지 않는 대신에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강화시켜 왔다.

윤석열 정부에서 주 최대 52시간 노동이라는 규제 하에서 기업도 효과적으로 인력을 활용하고 근로자들도 여가와 휴식 시간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 제도를 유연화하자는 정책은 장시간노동 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현실에서 지지를 얻기 어려운 상태이다.

이를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나누어 본다면 근로시간 제도 개선 관련 갈등 양상도 차이가 크다. 대기업은 주 52시간 제도 안에서 별 어려움이 없이 노사가 근로시간을 운영하고 있다. 임금수준도 높고 생산성도 높은 상태에서 근로시간을 줄이는 방향으로 노력할 동기가 노사 모두에게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중소기업은 낮은 임금수준에서 초과근로를 통한 추가임금을 원하는 근로자들도 많고 기업도 생산량 극대화를 위해 초과근로에 의지하려는 경향을 보이지만 그 이후부터는 또 의견이 대립한다. 근로시간을 줄이는 대신 근로자들은 초과근로 수당을 최대화하기 위해 유연한 근로시간 운영에 별로 지지를 보내지 않고 중소기업들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유연한 근로시간 운영에 관심이 가기 때문이다.


결국 대기업은 별 관심이 없고 대기업 근로자들은 근로시간 유연화의 혜택보다는 부정적 여파가 더 많을 것으로 보고 반대한다. 또 중소기업들은 근로시간 활용 상의 유연화가 필요하고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추가 보상이 제한되는 근로시간 유연화는 반대한다.
종합해 보면 최근 정부가 추진했던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은 찬성할 만한 이해당사자가 소수가 될 수밖에 없는 지지기반을 가지고 있다.

중소기업의 임금수준이 충분히 높고 중소기업 근로자들도 초과근로 수당에 연연하지 않았다면 일부 중소기업 사업장에서 노사가 주어진 주 평균 52시간을 효과적으로 배분해서 사용하는데 합의하기 쉬웠을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격차를 줄이려면 연공급 중심의 임금체계를 직무가치 중심의 임금체계로 바꾸는 노력을 해가야 한다. 비슷한 일을 하면 비슷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려면 직무중심으로 일을 하도록 해서 기업 간에 이직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하고 원청과 하청 관계에 있는 기업들 간에는 업종별로 직무가치에 따른 적정한 임금수준을 맞추어 가기 위한 상생협약을 맺도록 해야 한다.

◆노동개혁 3.0의 목표: 유연한 근무 방식과 일-가정 양립

가장 최근의 자료를 보자면 근로자 1인당 평균소득은 2021년 귀속 근로소득분석결과 4,024만원이다. 과거에 1억원 연봉은 마치 상위 소수만이 누리는 특별한 경우들이라고 생각했지만 국세청 자료로 그 비중은 전체 근로자의 20%에 해당된다. 2021년 기준 정확히 9,898만원이 이들 상위 20%의 평균 급여였다. 결코 소수가 아닌 상당한 비중의 집단들이다.

그렇게 중요한 인재들이면 기업들이 열심히 이들에게 열심히 일할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할 것이다. 일과 가정의 균형, 기여에 대한 합당한 보상, 교육훈련 기회의 확대 등 합리적 사고를 하는 기업들이라면 인재 유치와 유지를 위해 많은 노력들을 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나라는 1일 24시간 중 여가 시간이 17.9%를 차지하는데 이는 OECD 국가 33개국 중 28위에 해당한다. 독일, 핀란드 등이 가장 상위권 여가시간 활용 국가들이다. 반면 근로시간은 OECD 국가 중에서 4번째로 긴 나라이다.

회사의 성공이 나의 성공이고 일의 성취가 내 삶의 성취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새로운 인재들이 출현했음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고용계약이 그 사람의 인격이나 영혼을 살 수도 없고 단순 노동이 아닌 고액 임금노동이라면 시간을 관리할 수는 있지만 관리만으로 일에 대한 열정을 불러오기는 매우 어렵다.

지금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런 고급 노동력을 우리가 어떻게 경영해 갈 것인가 문제이다. 저출산으로 인해서 나중에 노동시장에 들어올 인력들이 줄어들기에 가까운 우리의 미래는 현재의 MZ세대가 명운을 쥐고 있다. 이들에게서 더 많은 임금보다는 공정한 보상, 더 오랜 노동시간보다 일과 생활의 균형이 중시된다는 점은 이미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10년 전 미국 동북부의 글로벌 대기업들 인사담당자들을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인사 담당자들의 이야기 속에서 다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 것은 글로벌 대기업들의 핵심 인력들이 더 이상 열심히 일하려는 성공지향성이 없다는 것이었다.

예외는 항상 있기는 하지만 인사정책 상의 큰 줄거리는 일-가정 양립을 원하는 우수인력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우수 인력은 흔히 예상하듯 성공지향적이고 회사에 충성을 다하는 행태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시간 안에 일을 끝내고 출퇴근 시간을 줄여 자신의 시간을 늘릴 수 있는 재택근무를 원한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핵심적인 인재라면 집이나 커뮤니티에서도 핵심적인 인재들이고 핵심적인 인재들은 결코 사회적으로 부여된 많은 역할과 책임 중 하나만 선택해서 몰입할 정도로 우둔하지 않다는 점에 공감할 필요가 있다. 변화하는 세상, 다양한 가치들, 고학력으로 인한 높은 교양, 이런 점들이 바로 인재관리의 기본 전제이다.

◆노동개혁 4.0의 목표: 인구절벽 대응과 AI 시대의 인력혁신

저출산 추세가 특히 우려할만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세계 1위이고 그것도 최근 0.68로 유일하게 합계출산율1.0을 넘지 못하는 압도적 1위의 저출산 국가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갈수록 노동력의 양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기는 어려워졌다.

여기에 더해 최근 챗GPT 등장 이후 생성형 AI 시대의 전개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어 로봇에 의한 육체노동 대체에 이어 AI에 의한 지능형 일자리도 감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부에서는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 기회도 늘어날 수 있다고 하지만 그런 가능성도 결국 근로자의 역량 증진이 이루어져야 가능한 것이다.

평생학습, 능력개발, 역량증진 이런 용어들은 모두 비슷한 용어들이지만 어느 하나 제대로 국가적인 개혁 아젠다로 위상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전통적인 노동시장 정책에서는 실업급여와 실업부조를 확대해서 두텁게 보호를 해달라는 주문에 치이고 있고, 교육정책에서는 고등교육이 교육 공급자와 수요자 간의 자율적인 선택의 영역으로 치부되어 시장이 필요로 하는 인력양성에 실패하고 있다.

인력혁신은 노동개혁의 궁극적인 목표이자 교육개혁과 병행해서 추진되어야 할 고난도의 복잡성을 가지고 있어 회피되고 있다. 또 사회적 보호를 통한 정치적 지지층 확대가 미래의 인재 경쟁력 확보보다 더 달콤하기에 정치권이나 정부가 예산과 정책을 집중하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인력혁신을 집중적으로 추진하려면 교육부가 인적자원개발부로 바뀌어야 하고 고용보험에 의존한 직업능력개발이 일반적 국가 재정으로 취업 상태와 관계없이 국민 모두에게 지원되는 교육훈련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본 기고의 원문 출처는 '동아시아재단 정책논쟁 195호'임을 밝히며, 원문의 저작권은 동아시아재단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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