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18억 무슬림은 금식 중, `라마단`에 쏠리는 세계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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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자 무함마드가 알라 계시 받은 달
금식 뿐아니라 흡연, 애정표현도 안돼
해지고 저녁엔 친척 친구 초청 성찬도
라마단 끝나면 이슬람 최대명절 '이드'
지진, 이스라엘 극우 정책으로 어수선
[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18억 무슬림은 금식 중, `라마단`에 쏠리는 세계의 눈
이슬람권 최대 연례행사인 라마단 성절(聖節)이 시작됐다.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등 전 세계 이슬람 신자들은 이 기간 금식하고 기도하면서 절제된 생활을 한다. 전 세계는 이런 성스런 라마단을 흥미롭게, 한편으론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초승달이 떴다!

인도네시아 종교부는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저녁 초승달 관측에 성공했다며 23일 일출부터 라마단이 시작된다고 밝혔다. 다른 나라들도 라마단 시작을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인구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18억명 이상의 무슬림들이 라마단 의식에 들어갔다.

아랍어로 '뜨거운 열기'를 의미하는 라마단은 이슬람력으로 9번째 달이다. 이슬람에서 가장 신성한 달이다. 예언자 무함마드가 알라신의 계시를 받은 달이다. 서기 610년 동굴에서 명상하던 무함마드 앞에 천사 가브리엘이 나타나 "너는 이제부터 알라의 사자(使者)다"라는 계시를 준 것이다.

라마단의 시작은 초승달이 뜨는 날이다. 국가마다 권위 있는 종교기관이나 종교인이 초승달을 직접 육안으로 확인한 후 라마단의 시작을 알린다.

◇하루종일 쫄쫄 굶는 것은 아니다

약 30일의 라마단 기간 동안 일출부터 일몰 시까지 금식을 해야 한다. 금식은 이슬람 신자들이 지켜야할 다섯 가지 의무 중 하나다. 다섯 가지 의무는 금식(샤움) 외에 하루 다섯 번씩 드리는 예배(살라트), 알라의 유일성을 고백하는 신앙고백(샤하다), 자선(자카트), 성지 순례(하지)다.

라마단 기간 중 금기는 음식만이 아니다. 흡연, 부부관계, 애정표현도 금지된다. 거짓말, 험담, 저주 등 불경스런 말도 피해야 한다. 성스러운 라마단이라 인간의 세속적 욕망을 자제해야 한다는 차원에서다. 대신 관용, 화해, 용서, 평화의 마음가짐을 새겨야 한다.

금식은 가난하고 불우한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공감을 느끼라는 차원에서 행해진다. 그렇다고 하루 온종일 굶는 것은 아니다. 일출 전과 일몰 후에 모여 식사를 한다. 아픈 여성, 임산부, 여행자, 노인, 전쟁중인 군인은 금식에서 면제된다.

동이 트기 전에는 '사후르'(Sahur)라는 간단한 새벽 식사를 한다. 주로 죽을 먹는다. 해가 지면 '이프타르'(Iftar)라는 저녁 성찬(聖饌)을 즐긴다. 가족을 포함해 지인, 어려운 이웃 등을 초청해 함께 저녁을 먹는다.

저녁은 푸짐하다. 식사에선 대추야자를 가장 먼저 먹는다. 대추야자는 영양가가 높고 섬유질이 풍부해 소화하기 쉽다. 단식한 몸에 당분을 충분히 제공한다. 음식에는 칼로리가 높고 갈증을 부르는 향신료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식사가 끝나면 둘러앉아 차를 마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밤 깊을 때까지 나눈다. 단순히 배를 채운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 친교를 나누면서 '신 앞에 평등'이라는 이슬람의 가르침을 되새긴다는데 '이프타르'의 의미가 있다.

흥미로운 관습 중 하나는 대포를 발사해 '이프타르' 개시를 알리는 것이다. 이 관습은 이집트 카이로에서 처음 시작되었다고 한다. 15세기 이집트 맘루크 왕조의 술탄은 선물받은 새 대포를 시험하려고 포를 쏘았는데 공교롭게도 라마단 일몰 시간 때였다. 사람들은 술탄이 금식하는 사람들에게 금식을 깨는 시간이 왔다고 알리기 위해 일부러 발사했다고 생각했다. 식사 시간이 왔음을 알게된 사람들은 행복해 했다.

이렇게 반응이 좋자 술탄은 매일 일몰에 맞춰 대포를 발사해 '이프타르'의 시작을 예고하도록 명령했다. 19세기까지는 실탄을 사용했지만 이후 카이로의 인구밀도가 높아져 안전문제가 대두되자 공포탄으로 바꿨다. 이 전통이 전체 이슬람 국가로 퍼져나간 것이다.

새벽에는 '모닝콜'도 있다. 알람 시계가 등장하기 전에는 이집트에선 '마사하라티'라 불리는 사람이 휘파람을 불고 북을 두드리며 일출 전 '사후르' 아침식사 시간을 알렸다. 예멘에선 집집마다 노크를 했고, 모로코에선 나팔을 불어 사람들을 깨웠다. 이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에선 전투기가 굉음을 내서 '모닝 콜' 역할을 한다.

이렇게 숭고하고 전통있는 라마단이지만 부작용도 있다. 고위층을 중심으로 호텔, 별장, 관저 등에서 호화로운 이프타르 연회를 즐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자리에서 고액의 뇌물이 오고가기도 한다.

◇축제, 금식의 끝을 기념

3월 초승달이 뜬 이후 한달 정도 지나 다시 초승달이 보이면 라마단은 끝난다. 라마단이 끝나면 이를 기념하는 이슬람 최대 명절 '이드 알 피트르'(Eid al-Fitr)가 시작된다. 간단하게 '이드'(Eid)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드'는 아랍어로 '잔치'를, '피트르'(Fitr)는 '금식의 끝'을 뜻한다.

'이드'가 시작되면 온 나라가 축제 분위기에 빠진다. 연휴 기간은 보통 사흘 정도다. 한국의 설날이나 추석과 비슷한 분위기다.

사람들은 아침에 새 옷으로 갈아입고 사원으로 가서 예배를 드린 후 친척과 친구, 고향을 방문하고 선물을 교환한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헌금을 내고, 풍성하게 상을 차려 가족과 친지, 이웃에게 대접하며 덕담을 나눈다. 연휴 기간 큰 소비시장이 형성된다. '라마단 특수'다.

◇신은 위대하지만 인간이 문제

올해 라마단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물가가 치솟고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팔레스타인 긴장 고조 등으로 무슬림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한 가운데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하는 이스라엘의 극우 정부가 출범한 이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긴장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라마단 첫날에도 팔레스타인 사람이 사망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요르단강 서안에서 총격 사건 용의자인 20대 팔레스타인 남성을 사살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조직인 툴캄 여단은 "사망한 남성은 조직의 지도자였다"면서 "그는 성월을 맞아 우리와 작별을 고한 첫 번째 인물"이라고 애도했다.

또한 올해 라마단은 출애굽을 기념하는 유대 명절 유월절(4월 5∼22일)과도 맞물리면서 예루살렘 성지에서의 충돌이 한층 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유혈 충돌, 극우 무장세력들의 테러 등으로 '피의 라마단'이 재현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감이 높다. 앞서 2018년과 2021년 라마단 때도 대규모 유혈사태가 있었다.

강진으로 혹독한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주민들은 한숨과 시름으로 라마단을 맞고 있다. 경제난을 겪고 있는 레바논, 이집트, 이란 역시 힘들기는 비슷한 상황이다.

라마단은 무슬림 형제애와 연대를 표현하고 실천에 옮기는 기간이다. 하지만 유혈사태가 발생하기도 하고, 부정부패도 심해진다고 한다. 라마단의 참뜻을 따르는 신도가 있는 반면, 무늬만 무슬림인 사람도 있는 것이다. 라마단의 두 얼굴이다. 신은 위대하지만 인간이 문제인 것이다. 부디 이슬람의 가르침을 되새기는 라마단이 되기를 기원한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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